개인정보 악용될까 이민자들 불안

국토안보부가 센서스국과 이민자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국영라디오방송(NPR)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지난 4일(토) 미국 연방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가 인구조사를 실시하는 연방센서스국(Census Bureau)과 시민권여부 등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NPR은 그러나 국토안보부이 이 같은 결정을 지난달 27일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으로 조용히 알렸다며, 센서국과 개인정보를 공유하려는 국토안보부의 결정은 센서스국이 오는 4월부터 실시되는 인구조사 설문지에서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질문을 포함하려는 시도가 연방대법원에서 가로막히자 행정명령으로 시민권자 여부를 확인하려고 노력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시도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조사 설문지에 시민권자 여부를 확인하는 문항을 포함시킬 수 없다고 연방대법원이 판결한 2주 후 국가가 보관하고 있는 기존의 자료에서 어느 지역의 누가 투표자격이 있는 시민권자인지 추출해 내고, 각 주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토안보부의 공문서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귀화국(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USCIS)은 센서스국에 귀화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 관한 개인정보를 가장 일찍이는 1973년까지 소급해 제공하도록 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또 다른 기관인 세관 및 국경 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CBP)과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도 비시민권자의 성명, 생년월일, 거주지주소, 사회보장번호, 그리고 외국인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센서스국에 제공한다. 특히 CBP는 미국 방문자들 가운데 비자유효기간을 초과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기록도 센서스국에 제공하도록 했다.
미국은 인신매매나 가정폭력 등 어떤 특정범죄에 희생된 외국인에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특별 비자를 발급하는데, 연방법은 특별 비자를 받은 이들 외국인의 이민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USCIS는 특별 비자 소지자는 물론 난민이나 망명신청자의 정보도 센서스국에 제공하도록 해달라는 허가를 요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난민이나 망명신청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국토안보부 장관이 승인하지 않으면 센서스국 등 다른 정보기관에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센서스국은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에서 제공한 정보를 이용해 인구조사에 응답한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취득한 정보는 통계를 이용해 미국에 과연 투표자격이 있는 시민권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투표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몇명이나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정보공유가 얼마나 정확하게 시민권자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토안보부는 한가지 정보만으로 시민권자 여부를 가려내기는 어렵고 최신정보도 아니기 때문에 통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현재 체류자격과 다르게 오해받는 개인도 나올 수 있지만,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MALDEF(Mexican American Legal Defense and Educational Fund)나 AAJC(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개인정보를 공유하려는 이유는 시민권자가 아닌 이민자나 외국인이 정치적으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등 다른 정부기관이나 텍사스 등 주(州)를 통해 시민권자 여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네브래스카는 지난해 11월 미국 주들 가운데서는 최초로 운전면허정보를 센서스국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주 공개한 문서에서 센서스국과 공유하는 정보로 개인을 단속하는 등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개인을 ‘시민권자, 합법거주 외국인, 그리고 불법체류자로 구분하고 있어 불체자단속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민단속국 등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들이 인구조사를 실시하는 센서스국과 개인정보를 공유하면 불체자를 식별해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기관 간 공유하는 정보가 어느 정도 정확하지도 확신할 수 없다. 국토안보부도 공유하는 정보로 개인의 체류신분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극도로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고 시인하고, 그 이유로 시간에 따라 개인의 체류신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토안보부가 제공하는 개인정보는 어느 특정한 시점에 국한된 정보이기 때문에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이슈는 계속 제기 될 것이라고 국토안보부는 인정했다.
센서스국은 올해 4월1일부터 인구조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국토안보국이 산하 기관들과 센서스국이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인구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민자사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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