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후보 비난한 밀러 의원 재선포기

텍사스에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미국 대통령선거와 함께 내년 11월5일 치러지는 텍사스 연방상·하원의원선거와 텍사스주의회 상·하원선거, 그리고 텍사스항소법원판사 등 각종 선거직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각 당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경선을 위해 12월9일(월)까지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나흘이 지나면 텍사스 휴스턴 지역에서 어느 후보가 선거에 나서는지 어느 현역 의원이 재선을 포기하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공화당 소속으로 현재 슈가랜드 지역(District 26)을 대표하는 릭 밀러(Rick Miller) 텍사스하원의원은 재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밀러 의원의 “한국인” 발언 논란
지난 2013년 휴스턴에서 약 20마일 떨어진 슈가랜드 지역에서 텍사스하원의원에 당선된 6선의 밀러 의원은 지난 2일(월) 휴스턴 지역 일간지 휴스턴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화당 예비경선에 출마한 경쟁후보가 “한국인”(He’s a Korean)이고 아시안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한국인 출마한 것은 백인에 대한 일종의 “인종차별”(racist)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휴스턴 지역에서는 물론 텍사스, 심지어 전국적으로 정치적 논란이 야기됐다.
밀러 의원이 자신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논란이 가라않기는커녕 더 커지자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밀러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그랙 애보트 텍사스주지사는 지난 3일(화) 밀러 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애보트 주지사의 지지철회를 비롯해 소속 정당인 공화당으로부터도 사퇴압력이 쏟아지자 밀러 의원은 결국 지난 3일 자신이 언론사와의 인터뷰 도중 했던 “사려 깊지 못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insensitive and inexcusable)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한편, 재선출마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제튼, “어머니가 한국인”
릭 밀러(Rick Miller) 텍사스하원의원이 “한국인”(He’s a Korean)이라고 지칭한 경쟁후보는 36세의 제이시 제튼(Jacey Jetton)으로, 7대째 텍사스에서 살고 있는 제튼의 어머니는 제튼의 아버지가 미군으로 한국에 파견됐다가 만나 결혼한 한국인이다.
제튼의 부모는 달라스 근교 알링턴에서 보석제조 및 소매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포트밴드카운티로 이주한 제튼도 슈가랜드에서 부모가 하고 있는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지난 2004년 하와이를 방문했다가 만나 결혼한 아내와 페니(Fanny) 제튼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제튼은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했다.
슈가랜드시(市)가 속해있는 포트밴드카운티로 이주한 제튼은 지난 2017년 포트밴드카운티 공화당의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년 뒤인 올해는 6선의 밀러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26지역구(District 26) 공화당 후보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거주자 20%가 아시안”
6선의 밀러 텍사스하원의원이 휴스턴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제튼을 “한국인”으로 지칭하며 경쟁후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당내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 무난히 경선을 통과했고, 민주당 후보와 치른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다시피 했는데 지난 2018년 민주당 소속으로 텍사스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했던 베토 오룩 당시 연방하원의원이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면서 밀러 의원은 민주당 후보에서 5%포인트 표차로 겨우 승리했다.
사실 내년에 치러지는 선거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밀러 의원은 아시안이 다수 거주하는 자신의 지역구에 “한국인”이 당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잔뜩 긴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튼이 밀러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26지역구에는 아시안 인구가 20%, 흑인 20%, 히스패닉 25%, 그리고 백인 34%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방센서스국으로부터 26지역구의 아시안 유권자 비율이 2010년 22%에서 2015년 24%로 2%포인트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오자 밀러 의원은 “한국인” 후보의 출현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밀러 의원이 가뜩이나 “한국인”이라는 강력한 경쟁후보가 출마해 신경이 쓰이는 상태에서 또 다른 아시안이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 라이스대학 출신으로 35세의 레오나드 첸(Leonard Chan)이 밀러 의원의 지역구에 공화당 후보로 출하하겠다고 선언했다.
밀러 의원의 “한국인” 발언에 제튼은 “나는 결코 한국인 또는 아시안으로 텍사스주하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적인 텍산으로서 텍사스에 유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출마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받는 “한국인”들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면서 제이시 제튼(Jacey Jetton)과 같이 “한국인”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들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지난달에는 한인2세인 미나 장 국무부 분쟁·안정화국 부차관보가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으로 지명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장씨는 지난달 13일 <엔비시>(NBC) 방송보도에서 학력위조를 비롯해 가짜 <타임>지 표지까지 만들어 홍보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18일 “현재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지는 사임밖에 없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인물은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CIA의 고문을 법적으로 인가한 당시 법무부 관리들 중 한명이었던 존 유 법률자문실 부차관보로, 보수성향 방송의 폭스에 출연해 연방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청문회가 열렸을 때 증인으로 출석했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스파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자신의 발언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대선을 1년 가량 앞두고 찾아온 정치의 계절에 주목받는 또 다른 “한국인”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이 정치의 계절에 부정이 아니라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주는 “한국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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