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전자와 전기장치의 전원을 내리면 어떤 상황이 될까.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하고 불편해서 짜증이 밀려올 것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발명한 도구들로 인해 많은 혜택을 얻은 것은 분명하지만 단점 역시 많았다. 과학과 문명은 인류의 삶은 급격히 변화시켰다.
누구든지 도시를 떠나 울창한 숲을 걸어보면 참으로 자연의 신비로운 소리와 심연의 소리, 풋풋한 내음을 만날 수 있다.
얼마전 추수감사절 가족모임에서 만난 친지가 자신의 고향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맑고 깊고, 탁트인 바닷가와 모래사장, 친구들이랑 어릴적 뛰어놀며 헤엄치던 바윗섬을 회상하며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면 고향에서 한달가량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을 통해 인간의 심성, 특히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고픈 소중한 귀향의식이 있음을 알았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감에 앞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살며 경험한 자연의 모든 소리들을 찾고 싶다면 잠시라도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애써 거창한 명상이니 득음 같은 말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마음 속 깊이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시간을 다투며 좌우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사회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존재감을 찾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길 멈춰선 안된다.
많은 이민자들은 해외에서 자신의 그릇의 꿈크기를 잘 모르고 살아간다. 무조건 큰 것만을 꿈꾼다면 소중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에 도달한다.
“왜? 이민을 왔느냐?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자기 물음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얼마나 큰 꿈을 안고 왔을까? 아니면 말 못할 여러가지 문제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어디서든지 사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가치있기에 목표를 세울때는 큰 것보다 무엇이 내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임을 알고 작은 것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출발함이 좋다. 주먹크기의 작은 심장이 멈춘다면 나머지 신체 역시 모두 마비될 것이다. 작은 것일 수록 아름답고 가치가 많다는 것을 세월을 통해 알 수 있다.
‘廻小向大(회소향대)’ ‘작은 것을 돌이켜 큰 것을 향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그림자처럼 뒤따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명분있고 거창한 일을 하더라도 마무리를 못하면 모든 것을 물거품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옛 성현들은 회소향대라는 사자성어를 마음에 새기면서 “어떤 일이든 맨 마지막 단계가 되면 회향(廻向)하자” 그러면서 “나는 향상일로(向上一路)하여 진리로 다가설 수 있다”라며 매일 다짐을 하였다고 한다.
회소향대(廻小向大) 말 그대로 ‘작은 것을 돌이켜 큰 것을 지향한다’라는 뜻이다. 성경에 따르면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고, 한 순교자가 자양분이 되어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역사가 이뤄지고 있다.
나눔과 두레공동체,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나 자원봉사자들은 먼저 자신을 작게 만드는 일을 학습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 성공을 이루었다면 마지막으로 그 재물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은 목적을 이끄는 큰 일이기에 유·무형의 가치있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살면서 적게 벌어도 그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은 어렵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앞으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스텐레스보다 흙으로 손수빚은 질그릇의 가치를 돌아볼때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얻기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알게 모르게 곁을 묵묵히 지켜준 이웃에게 마음을 나눠야 한다. 진리를 얻기 위해 돌아서고 큰 것보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것을 찾아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높은 곳을 오르려면 등에 진 짐의 무게가 가벼울때 정상에 오르기 쉽다.
누구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큰 성공을 이룬다 해도 진리 앞에서면 너무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된다. 내려놓는 것이 들어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쉽지 않은 진실, 참말이라고 해도 잘 믿어지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욕심이라는 정자장치가 가뜩 설치된 의자에 의지한채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 거증되지 않은 문명의 이기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 존연의 마음의 스위치를 자발적 선택하는 순간부터 또다른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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