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아침 편지를 통하여 잠시 소개한 바 있는 올해로 졸업 40주년을 맞은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축제의 현장 모습을 오늘 아침 세상스케치에 담아 보고자 합니다.
11월 2일 지난 토요일, 명문고로서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강원도 춘천의 어느 고등학교 교정에서 ‘오일 청춘들의 축제 한마당’이란 이름의 졸업 기념 행사가 재미와 의미와 감동을 연출하며 거행되었습니다.
지난 1979년 2월 정들었던 고등학교 교정을 떠난 지 만 4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이 해에 졸업한 고교동기들이 졸업 후 40년만에 다시 교정에 모여 옛날의 추억들을 소환해보는 시간과 또 다시 새로운 40년을 준비하자는 뜻 깊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행사 이름에 나타난 다소 생소할 것 같은 ‘오일’이란 말은 고등학교 입학기수인 51회에서 의미 있는 숫자 ‘51’을 가져왔습니다. ‘청춘’이란 말의 의미는 이 학교의 이념이자 정신의 대표 키워드인 ‘상록(常綠 = 늘푸름)’에서 의미의 힌트를 얻었고 또한 고등학교 졸업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나이가 UN이 새롭게 정한 나이 기준으로 ‘청년(靑年)’에 해당되어 자신 있게 ‘오일 청춘’으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날 늘 푸른 ‘오일 청춘’들이 펼친 축제 한마당은 크게 세 개의 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이어진 첫째 마당은 <추억 마당>입니다. 행사에 참가한 동기들에게 40년전 추억의 현장을 다시 새롭게 경험하게 하고 그 시절에 즐겼던 스포츠와 놀이 중에서 기록에 도전하는 게임들을 소환하여 그 시절의 추억과 즐거움을 재생해보고자 준비된 프로그램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추억마당을 소개합니다. 아침 9시 30분에 먼저 학교의 상징인 상록탑에 모여 간단한 헌화식과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미리 마련된 옛날식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그 위에 모자와 완장까지 두르니 옛날 모습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이른 아침에 모인 약 50명의 동기들은 학창시절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이 거리 저 거리들의 기억들을 소환해 내며 그 추억의 거리들을 걷는 행진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넓어 보이고 멀어 보였던 거리들이 이날은 유독이 작고 가깝게 느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추억의 거리 밟기 팀이 행진 도중에 잠시 머물러 한 TV프로그램을 패러디하여 마련된 ‘한끼 줍쇼’ 이벤트를 갖습니다. 졸업한 동기들의 집이나 사무실에 들려 한끼 식사를 위한 후원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2시간여 행진이 끝나면 일행들은 고교시절의 옛 추억이 담겨있고 아직도 건재하게 운영되는 그리운 중국집에 들러 추억의 짜장면을 다시 먹습니다. 게다가 학창시절 숨어서 마시던 고량주 한 잔까지 곁들이며 묘한 행복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짜장면 한끼로 행복을 찾은 친구들은 정든 운동장에 모여 반(班)대항 미니축구와 족구를 하며 아직도 건재한 체력을 과시합니다. 축구와 족구가 진행되는 동안 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곳에서는 ‘도전 기네스북’의 행사가 진행이 됩니다.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놀이기구들을 준비하여 기록에 도전하는 시간입니다. 붙잡고 싶은 즐거운 이 시간이 지나온 우리 젊은 날의 세월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추억마당이 끝나면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은혜 마당>이 준비됩니다. 이 시간은 이날 행사의 주요 공식 행사로 졸업생들과 은사님, 그리고 이 뜻 깊은 날을 축하하기 위하여 자리를 빛내 주신 내빈들이 함께 하여 만들어내는 감사와 은혜의 자리입니다.
졸업 후 40년만에 처음 만난 동기들도 있고 이젠 몰라보게 연로해지신 은사님들의 모습에서 지나간 40년의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는 시간이 됩니다. 은사님들께는 동기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마음의 선물을 건네드리고 함께 큰 절도 올려드리며 감사와 은혜를 표현하는 시간도 감동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졸업한 동기들이 무대로 나와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 회고사와 오늘 우리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자화상으로 담은 멋진 기념시도 낭독됩니다. 대회를 준비한 동기대표들의 행사보고와 동기들을 대표한 감사의 인사가 전해지면서 행사장은 훈훈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 위에 자리를 빛내주신 내빈들의 귀한 덕담들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이 시간 동기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신 그리운 은사님들과 친구들의 기억에도 생생한 이름과 사진들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도 아련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행복 마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마지막 셋째 마당은 함께 모여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즐거운 식사를 나누고 40년전 학창시절, 소풍이나 축제행사를 통해 뽐냈던 그 시절의 노래와 장기들을 다시 재현해보는 여흥의 시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즐거운 식사가 시작되면서 우리들의 학창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제작된 추억의 동영상에 모든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졸업동기 두 명의 멋진 색소폰 하모니가 청춘들의 숨은 감성을 자극하면서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합니다. 이미 준비된 각 반 대표 선수들이 그 동안 숨어서 틈틈이 준비한 장기들을 무대 위에서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여 무려 10시간을 달려오며 생긴 피로감을 완전히 날려 버리고 남은 두 시간의 마지막 청춘의 불꽃을 새롭게 태워 내기 시작합니다. 비록 몸들은 60대를 향하여 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임을 과시하는 열정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각종 퀴즈와 게임으로 익살맞게 여흥마당을 진행한 동기 사회자의 진행 솜씨도 프로수준인데다 장기자랑에 참여한 각 반대표 동기들과 이 날 이 무대를 위해 특별히 초대된 손님들의 연주들이 만들어낸 무대 위의 앙상블은 한동안 숨기고 살았던 오일 청춘들의 끼와 열정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날 단 하루의 졸업 40주년 행사를 위하여 지난 3월에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대회위원장과 추진위원장을 세우고 함께 일할 준비 팀이 구성됩니다. 그리고 졸업 반 대표들을 구성하여 여기저기 흩어진 친구들의 연락처를 모으고 일일이 연락하는 책임을 부여합니다. 준비위원들은 이 하루 행사를 위해 수 차례의 모임을 통하여 행사의 틀을 최종 확정하여 졸업 40주년 행사 프로그램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보다 알차고 풍성한 행사를 위한 획기적이고 세심한 준비 사항들을 기획하여 준비위원들이 이를 각자 분담하여 실행하며 지내온 시간이 무려 6개월입니다.
성공적인 축제 한마당을 위해 정성을 쏟아냈으며 그리운 친구들이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들이 이 행사에 모아졌습니다.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하여 투하된 지난 6개월이란 시간을 생각한다면 소위 말하는 행사의 가성비 (價性費)는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적인 가치나 경제적인 계산으로 대체할 수 없는 또 다른 귀한 가치가 분명히 있음을 알기에 위원장 이하 준비위원들은 조금은 미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열정을 가지고 즐거움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평가되는 행사 당일 지난 6개월간의 준비위원들이 쏟아낸 정성과 마음이 경제적인 가치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더 높은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귀한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행복과 감동이란 단어였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많은 우정의 친구들이 건넨 진정 어린 한마디씩의 말들, ‘수고했다’, ‘행복했다’, ‘감동이었다!’ 이 한 마디가 지난 6개월간 함께 달려온 준비위원들의 우려와 걱정을 한 방에 날려보냅니다. 진정이 담긴 말의 힘입니다..
오일 청춘들의 축제한마당 행사를 준비하고 치러내면서 깨달은 귀한 단어 두 개가 있다면 하나는 ‘청춘’이요 또 하나는 ‘감동’입니다.
청춘이란 결코 나이라는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영원히 시들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과 진정한 감동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동으로 채워지는 세상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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