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가을, 그 중에서도 가을의 중심에 있는 달, 10월의 낭만과 정취를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보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빴던 10월이 끝나는 이번 주 토요일, 11월 2일은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 동기들이 정든 학교 교정을 떠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고교졸업 40주년 행사를 기획하며 준비하는 위원으로 일하며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이제 그 준비한 것들을 선보이는 시간이 바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고등학교 동기들이 준비한 졸업 40주년 행사는 “오일 (고교입학기수 51회) 청춘 축제한마당”이라 이름 짓고, 아침에는 ‘추억마당’을 열어 그리운 학창 시절로 돌아가 그 때 걸었던 거리를 다시 한 번 함께 밟아보는 ‘추억의 거리 밟기 행사’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아직도 우리들이 젊음이 건재함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인 축구와 족구 경기를 준비하였습니다. 또 같은 시간대에 ‘도전 기네스북’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벤트도 만들어 푸짐한 상품을 선사하는 시간도 마련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은혜마당’을 열어 우리들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은사님들을 초청하여 사은회의 자리도 만들고 정들었던 친구들을 보면서 ‘친구야 반갑다’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못다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시간에는 흥겹고 행복한 놀이 마당도 기획했습니다.
이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피날레는 이날의 주인공들이 과거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그때 함께 불렀던 그리운 7080 노래를 제창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몇몇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친구들을 섭외하여 젊은 시절 꿈이었던 ‘오일 청춘 밴드’ 하나를 구성했습니다. 서로 바쁜 시간들을 맞추어 연습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연습 장소는 퇴직 후 몇 년 전부터 서울근교 ‘사릉’이라는 곳에 작은 공간을 준비하여 낮에 일하다가 쉬기도 하고 틈틈이 음악도 연주하는 공간을 만든 친구의 특별한 장소로 정했습니다. 외부와는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는 공간이라 음악을 연주해도 전혀 방해를 받지 않는 아주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드럼을 맡은 친구의 별장과 같은 쉼터입니다. 별장이라고 하지만 그리 화려한 공간이 아닌 컨테이너 하우스가 자리하고 연습실 겸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작업공간이 있으며 주변에는 야채를 재배하는 공간들을 잘 정돈해 놓았습니다. 친구는 이곳에 매일 출근을 하여 농사도 짓고 조경사업도 하며 자신의 취미생활인 드럼도 즐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요즘 정년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삶의 로망 중의 하나가 퇴직 후 바로 이런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적잖게 또래의 친구들이 이런 공간을 찾아 나서고 있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인 산물로 탄생한 새로운 문화 공간을 이름하여 슈필라움 (Spiel-Raum)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어로 ‘놀이’의 뜻을 가진 ‘슈필(Spiel)’ 이라는 단어와 ‘공간’이란 뜻을 가진 ‘라움(Raum)’의 합성어로서 풀이하면 ‘나만의 놀이공간’ 정도로 해석이 됩니다.
작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월요일 아침편지에서 ‘나만의 안식처’라는 뜻을 가진 ‘케렌시아’라는 문화키워드로 세상을 스케치한 적이 있습니다. 이 ‘케렌시아’라는 말이 나만의 휴식공간이라는 뜻이라면 요즘 부각되고 있는 ‘슈필라움’은 케렌시아가 가지고 있는 ‘휴식’이라는 공간의 개념에 ‘놀이문화’를 더한 일종의 컨버전스(융합)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인생의 유한한 삶을 백세시대라고 보았을 때 우리들의 나이 5~60이 되면 대개 우리들의 제도권의 삶은 일차적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 제2의 삶을 열어가게 되는데 그 때의 삶은 지금까지 누려온 삶과는 각기 다른 방식을 찾게 됩니다. 혹여 인생의 반을 지나온 삶이 자신의 생각이 아닌 밀려서 살았던 삶이라면 남은 인생의 반은 적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 밴드 연습을 하기 위해 찾은 친구의 놀이공간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얻은 깨달음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놀이 공간이 굳이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유물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쉼 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러한 놀이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이와 같은 공간을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의 삶 가운데 발견되는 ‘슈필라움’과 관련된 놀이공간의 모습들을 둘러 봅니다.
우선 쉽게 생각나는 것이 영화광이었던 제 친구가 오래 전 자신의 집에 최고의 음향시설과 영상스크린을 설치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자신만의 공간에서 푹 빠져서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자신만의 공간이 ‘슈필라움’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여자의 화장대를 보면서 이 곳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꾸미고 디자인한다면 여자들의 좋은 놀이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차의 공간이 넓은 SUV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운전을 하는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자동차 안은 놀이와 쉼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억해보면 옛날 차를 사서 자신의 차 안을 요란스럽게 자신의 취향으로 인테리어 하던 친구의 별난 행동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슈필라움’을 소재로 다룬 방송에서 선보여진 한 여성의 방은 자신이 원하는 영화 속 장식들로 만들어 놓고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인양 빠져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것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슈필라움’ 개념은 오늘날의 아파트의 내부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기 시작합니다. 종전의 아파트가 단순한 거주의 개념 또는 재테크의 수단이었다면 오늘날은 기존의 아파트의 구조에 이러한 놀이공간의 컨셉을 가미하여 인테리어를 한 신개념의 아파트로 단순한 거주공간의 차원을 넘어 충분한 쉼과 놀이의 공간을 제공함으로 재창조를 위한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여 수요자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앞만 보며 달려 오던 회사의 생활을 접고 1년간의 안식기간 중 우연히 접한 TV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잠시나마 푹 빠져 있었던 심리의 뒤편에는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자신만의 놀이 공간을 확보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숨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이러한 놀이 공간을 장소의 개념에서 조금 더 확장해보면 정신세계의 슈필라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유가 전혀 없었던 지난 10월의 삶을 돌아보면서 마음먹기에 따라서 생각의 여유를 찾아 즐거운 생각을 확보하면 그것이 정신세계의 슈필라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생각의 여유가 바로 삶의 향기요, 삶의 지혜입니다.
여러분의 놀이 공간은 어디에 있습니까?? 창의적이고 기발한 놀이 공간 하나 만들어 보시지요!
심호흡 한 번하고 생각을 크게 뒤집어 보니 이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어디나 멋진 놀이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