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도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찬기운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까지 우리의 곁에 맴도는 것일까? 찬 바람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금새 바꾸어 놓는다. 아무리 혹한추위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얼리거나 그들의 바램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이번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 나의 한가지 바램이 있다. 다름아닌 ‘진실과 정의를 수확했으면’한다.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삶을 계획하지만 삶의 종류는 복잡하고 다양하기만 하다. 어떤 이들은 지속적으로 난관을 겪으면서 고생을 반복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는 일마다 잘 풀려 경제적으로 한평생 넉넉하고 별 탈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이도 있다.
고서에 담겨있는 마음을 울리는 인용문을 전하고 싶다. 어느 한 사람이 도랑을 뛰어 넘으며 하는 말인데 “사램이 살아가는데 우째서 이리 간 곳마다 도랑일꼬.”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조섞인 불평과 함께 어렵사리 도랑을 건너든지 아니면 멀리 돌아가야 할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대다수 쉽게 운명이니 팔자니 하는 말을 들먹이기도 한다. 좋은 운명을 타고나 별탈없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실상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지난 35일간 국민들의 마음을 분열시키고 화를 자초하며 허황된 말로 대변하며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개혁을 할 수 없다는 꽃놀이패를 만지작거렸던 조국도 자진사퇴했다. 모든 분란이 일단락이 되어가는 듯 보이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변환기에 몸부림치는 한국사회를 이민자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치판에서 다들 한 두번쯤 어려움을 겪어 본 경우가 있는데 이건 흑백논리에 매몰된 정치사건으로 너무 나간 것 같다.
당사자인 조국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많은 유산을 물려받아 호위호식하며 편안히 살 수도 있었고 한국 최고대학에서 제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강단을 지켰다면 오히려 좋았을 그가 불연듯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그의 삶은 송두리채 해체가 되어버렸다.
상위 0.1%의 부류에 속한다는 황금수저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독특한 독자노선을 표방한 것이 국민정서와는 사못 괴리를 만들고 말았다. 한마디로 자갈길은 밟지 않고 비단길만 걷는, 선택된 금수저들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스는 물론 온가족의 모양새가 엉망으로 구겨져 버렸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 정치인들은 모두 자성해야할 대목이다.
앞으로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는 능력이 화려한 컨셉이나 학벌, 재력, 그리고 권력이 아닌 소시민의 진실과 정의로 일관되어 정치인이 애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역경지수(AQ)를 갖고 있다. 역경지수의 높고 낮은 정도가 그 사람 일생의 성과를 좌우한다. 승리하는 삶을 이뤄낸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좀더 앞으로 나아간다. 역경지수가 높아야 고난과 어려움을 잘 견뎌낸다는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가 높아야 한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역경지수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험난한 세상풍파를 견뎌내야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할 수 있기에 일부러라도 힘든 일에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하려면 의례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리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격려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어서야 되겠나. 심술많고 말만 번지르니한 이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중요한 역경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옛말에 ‘인내심이 있어야 사회에 올바른 쓰임을 받는다’고 했다. 견디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견디는 능력은 각자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강골 또는 약골로 타고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강골로 태어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후천적으로 수행을 통해 높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난관에 직면했을 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경험·상상력·직관력·유연성이다. 약골들은 평소 수양과 훈련으로 견디는 힘을 키워야 한다. 세상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단련해야 역경지수가 높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역경지수가 높다고 해도 양심이 불량이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국민들은 오늘은 광화문에, 내일은 서초동 대검 청사앞에 모여 목소리로 높히고 있다. 사운드 웨이곤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에 여과없이 몰입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녀선 곤란하다. 일부 터무니 없는 주장대로라면 벌써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통일을 이루어 나라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되었어야 마땅하다. 성급한 나머지 길은 보면서 길 양쪽 도량을 보지 못한 우매함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우리 이민사회에도 이와 못지않게 깊숙히 드리워진 많은 문제들은 차고 넘친다. 이러한 고질병은 어느누가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사람 모두에게 묻고 싶다. 정말 당신들이 아니면 동포사회가 유지되지 않고 단번에 무너진다고 생각하는가? 잘 생각하고 대답해주길 바란다. 제발 부탁컨대 동포사회를 대청소하겠다느니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말보가 현실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하길 바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다. 그 잘난 서푼 남짓한 지식에 근거한 엉터리 같은 주장들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한여름 농부의 땀방울은 수확기에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있다.
바라건대 깊어가는 가을밤에 따스한 차한잔을 곁드리며 그동안 내굳게 닫아두었던 지식의 보고를 채워줄 책 한권이라도 읽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최영기/ 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