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서 영화 ‘김복동’ 상영회 열려

“I will fight till I can’t fight anymore.”
‘더 이상 싸우지 못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외롭고 고된 ‘싸움’은 지난 1월28일 끝났다. 김복동 할머니가 이날 향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 더는 싸울 수 없지만, 김복동 할머니의 ‘싸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가 싸워온 그 싸움을 자신이 이어서 싸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여럿의 동포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싸움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동포들은 ‘휴스턴세월호함께맞는비’(코디네이터 구보경)가 지난 6일(일) 웨스체스터아카데미에서 마련한 영화 ‘김복동’ 상영회에 참석해 영화를 보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영화 ‘김복동’은 탐사전문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정의기억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에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였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던 1992년부터 201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영화 ‘김복동’을 본 휴스턴의 동포들 중에는 김복동 할머니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위해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감상평을 밝힌 동포들도 있었다.
영화 ‘김복동’ 상영회를 주최한 ‘휴스턴세월호함께맞는비’는 이날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함께 초청해 강연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 1992년 28살의 어린나이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간사를 맡아 활동하면서 김복동 할머니와의 인연을 이어온 윤미향 이사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
윤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기록에는 12세의 어린소녀까지 위안부로 끌고 가면서 이들 조선의 소녀들을 ‘일왕 최고의 하사품’으로 소개하는가 하면, 일본군은 위안부로 끌려온 조선의 소녀들과 여성들을 ‘공중변소’로 부르며 비하하고 학대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일본이 패전한 후 동남아 각국에서 철수하면서 위안부로 끌려온 조선의 여성들을 무참히 살해하거나 생매장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또 일본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던 맥아더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일본군 위안부가 살해되고 생매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요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당시 맥아더 사령관이 조치를 취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윤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조선의 여성들이 해방이 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침묵을 강요당했고,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여성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로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이후 한국에서는 1992년 1월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위안부결의안이 연방의회에 제출됐고, 2007년에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일본의 교과서에도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그러나 일본이 여전히 책임인정과 진정한 사죄, 그리고 배상을 요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기림비’와 ‘평화비’ 그리고 ‘추모비’가 세워지고 있다고 활동상황을 소개했다.
윤 이사장은 “가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과오가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은 일본에게 김복동 할머니는 두려운 존재였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비록 김복동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미투(#Me too)과 위드유(#With you)로 여성인권운동으로 이어졌듯이 “내가 김학순이다” “내가 김복동이다”라고 외치고 연대하며 일본의 책임을 추궁하는 사람들이 늘면 김복동 할머니가 싸워온 싸움에서도 이길 것이라며 참여와 연대를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정의기억연대는 ‘김복동 센터’ 설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쟁이나 내전으로 성폭행 등 여성의 인권이 참혹히 짓밟히는 콩고, 우간다,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 등의 지역에도 ‘김복동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스턴세월호함께맞는비’가 주최한 영화 ‘김복동’ 상영회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초청 강연회에는 미국인 여성들도 참석했다. 영어회화반에서 만난 학생의 소개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팻 세바스천(Pat Sebastian)씨는 휴스턴에서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에 희생되는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영화 ‘김복동’과 윤미향 이사장의 강연을 들으면서 한국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같이 아픔을 겪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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