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월요일 아침 편지에서 올해 조금 일찍 찾아온 추석한가위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한가위 명절이 갓 지났을 무렵, 마을 근처 작은 동산에서 햇밤을 주운 적이 있었는데 때가 이른 탓인지 잘 여물지 않은 밤을 무리하게 캐내다 보니 당도(糖度)가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 덜 익은 밤을 무리하게 수확하면서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오래된 드라마가 되긴 했지만 한때 안방극장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높은 시청률로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제 개인적으로 주인공 덕선이의 짝이 되기를 바랐던 친구는 정환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결말을 보니 정환이가 아닌 프로 바둑기사였던 택이와 커플로 맺어졌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드라마상에서의 기막힌 운명적인 타이밍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드라마 속 정환이는 자신의 운명이 될 결정적인 때를 놓쳐서 덕선이와 인연이 될 수 없었음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에 만났던 연애 상대자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부부의 인연이 되었던 지금의 아내도 기막힌 운명적인 타이밍으로 최종적인 결혼에 골인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니 결혼도 많은 만남 중에 타이밍과 관련된 운명의 선택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이야기뿐 아니라 이 세상에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결혼이 다양한 타이밍에 대한 각각의 다른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한때 절친들이 만나는 동창회 모임에서 운명 같이 만난 각자의 커플들에 대한 기막힌 사연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종의 진실 게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많은 에피소드의 공통점 중의 하나를 끄집어 내보니 그것은 역시 운명 같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농담 섞인 말로 그 야속한 결정적인 타이밍만 아니었어도 자기의 인생이 더 멋지게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때를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뱉는 것을 보고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웃었습니다.
타이밍 관련, 회사 다닐 때 일화 하나가 생각납니다.
한때 회사가 영업실적이 좋아서 연말에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특별 보너스로 얼마를 책정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보너스 요율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담당부서에서는 습관처럼 다른 경쟁회사의 상황을 조사하게 합니다. 그리고 어렵게 입수한 경쟁사의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며 회사의 최종 보너스 요율 결정을 고민할 때쯤, 다른 경쟁사에서 수고한 직원들을 위해 통큰 보너스를 결정하여 이미 지급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한 발 앞서 결정하고 보너스를 지급함으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던 우리 회사를 보기 좋게 따돌립니다. 이 소식을 접한 회사는 뒤늦게 허겁지겁 최고 결정권자에게 보고하고 결국 경쟁사와 같은 요율로 보너스를 지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역대 최고의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알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회사에는 경쟁사의 보너스 요율에 맞추어 동일하게 책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오히려 불만을 토로합니다.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특별보너스의 감사함과 감동을 얻어 내기는커녕, 결국 돈을 쓰고도 직원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회사는 경쟁사보다 더 큰 보너스 행사를 집행했어야 했다는 것이 당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때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주제로 강연을 할 때 주로 등장하는 ‘주차장 파킹(Parking) 이론’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한 번쯤은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차를 운전하여 복잡한 주차장 안을 진입합니다. 그리고 세심한 시선으로 주차장 안을 돌다가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어렵게 찾아냅니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매장입구까지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매장입구 가까이 더 좋은 주차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비어있는 주차공간이 전혀 없음을 발견하고 최초 점 찍어 두었던 곳으로 다시 이동을 합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를 하고 난 이후입니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자신이 이미 점 찍어 둔 자리라고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때가 이미 지났고 지나간 버스를 향해 손을 드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결혼 적령기를 놓친 훌륭한 조건의 미혼 남녀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좋은 혼처 자리가 생겼을 때 항상 그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가 찾아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과감히 그 자리를 포기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좋은 자리의 기회는 오지 않고 시간은 지나갑니다. 얼마 후 그 혼처 자리를 다시 찾을 때 그 자리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이후 주어지는 기회는 오히려 그 전의 기회보다 훨씬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옛날의 자리를 연연해하다 보면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이와 같은 삶의 상황을 두고 일찍이 프랑스 사상가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사이의 C(Choice, 선택)다 ’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들이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것을 선택하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은 때론 기회(Chance)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기(Crisis)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인 주인공 산디아고는 어느 날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삶에서 최고의 가치인 자아 탐색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우림과 둠밈>이란 구슬로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품고 긴 여정의 구도자의 길을 떠나갑니다. 가장 귀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선택지를 택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이와 유사한 것 같습니다. 단 한 번 주어지는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하여 우리는 시간이라는 소중한 삶의 세월을 투자하고, 자신이 가진 열정과 능력과 온 정성을 그 위에 쏟아 붓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기회라는 이름의 중요한 때를 놓치거나 뒤늦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진 좋은 재능과 귀한 시간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한데 바로 타이밍, 즉 시기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른 후에 가끔씩 지나간 때를 후회하며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때 했어야 했는데…’ , ‘그 때 그 일을 할 걸…’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리석게도 또 다른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과거와 똑같은 잘못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 우물쭈물하다가 행하지 못한 일을 돌아보며 또 다시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할 것입니다.
‘그 때 그렇게 할 걸…’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인지 우린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간절함으로 그때를 준비할 때 타이밍은 기적처럼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자신의 사랑을 얻지 못한 정환이의 안타까운 독백에서 이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 내 첫사랑은 늘 그 거지 같은, 타이밍에 발목 잡혔다.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 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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