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칼럼]누가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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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적은 누구인가?”란 물음에 나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모두를 민족의 이름으로 ‘적이다’라고 규정지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지난 백년동안 한국과 일본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휴전선이 존재했었다. 대놓고 일본을 적이라고 명명하지 못한 이유는 6.25 전쟁후 어려운 국가 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인정해줬던 나라였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지금에서야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적과는 동침할 수 없다’라는 논제로 ‘NO NO 일본’을 표명하지만, 사실 현재 우리가 처한 국내상황에 업친데 겹친 격으로 난관이 닥쳤다. 누구든 전쟁이란 말 앞에선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다.
특히 한·일간의 역사적 관계가 그렇다. 일본 정부의 보복성 짙은 경제제재로 시작된 외교분쟁과 경제문제가 나라간 정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근대사회에선 사용되지 말아야 했던 ‘전쟁’이란 용어가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두가지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남북간의 국지전이고, 나머지는 한일전이다.
국제사회는 민감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하루 50조원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민심은 양분화된 상태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기업주는 생산재료 확보에 정신이 없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먹고 살만하고 입소문을 타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성공의 가도를 달리려던 우리 기업들이 곧 찾아올 고객들에게 줄 상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국제사회에 내놓을 ‘Made in Korea’의 신뢰도에 미칠 영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가치의 하락도 우려할 부분이다. 국민은 물론 외국 고객들의 실망감 역시 배로 증폭될 것이다.
현대의 전쟁은 이렇게 소리없이 진행된다. 평소와는 달리 민족주의에 의존한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피해를 입을 손 싶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결말은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이것이공식적인 정치권의 민낯이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나라가 위기에 처하거나 기득권을 잃을 처지에 있다면 해결책은 두 가지다. 나라를 팔거나, 전쟁을 일으켜 내부적 갈등을 외부로 전환시킴으로써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이 참에 지금껏 품어왔던 크고 작은 자국내의 관심과 불만을 외부세력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리는 것이다.
전자는 이익은 줄지만 안전한 투자이고, 후자는 성공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등 이익이 크다.
하지만 외부세력에게 기득권을 잃을 위험이 있는 위험천만의 대응전략이다. 21세기 전쟁의 방법은 더욱 다양해져 자신도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영토침범의 전쟁보다 경제적 손실에 효과적인 전쟁을 선호한다. 이번 사태가 그렇다.
강제징용 문제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 진짜 일본정부가 바라는 진실일까? 아베정권의 목표는 일제강점기를 정당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지율 회복과 국내 정치 지지율 하락에 대한 고육책은 아닌지.그들은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돌릴 대상이 필요한데 마침 한국정치와 경제가 단시 주춤하며 혼란한 틈을 타서 좋은 기회로 삼은것은 아닌지.
이런 현상은 마치 사이가 나쁜 부부가 이웃이든 친척이든 공동의 적이 생기면 갑자기 힘을 모아 함께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분노를 일으켜 자신들에 대한 불만을 희석함으로써 가까이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장기적으로는 극우세력을 집결시켜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처럼 독도문제나 북한관련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방법을 예리하게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베정권이 수세에 몰렸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외교결례는 물론 상식선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초소재산업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기초소재를 전적으로 사들이고 우리는 그저 완제품을 내다파는 협력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 관계는 암묵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경제적 협력관계로 이어왔었다.
그러나 아베정권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협력에 대한 신뢰를 무참히 깨버렸다. 혹자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와 비교를 하지만 이것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 일본의 기초소재산업의 발전에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피드백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온전히 일본만의 성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배신감이 증폭되어 정말 화가 난다. 당장에 도시락 폭탄이라도 만들어 민족자존심을 되찾고 달싶지만, 어쩌면 아베정권과 극우세력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이 이것이어서 조금이라도 참아야 한다.
우리와 일본국민이 서로 광기를 드러내면 결국 아베정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벗어나 우리들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철저히 계산을 해야 한다.
아베정권은 분명히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보면 싸워서 백전백승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옆에 두고 싶지는 않다. 그사람은 나도 이겨먹을 게 틀림없으니까.
결국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유무역시대에 아무런 대비없이 남을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결국 이런 협박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뼈아픈 교훈이다 라는 것이다. 국회에선 추경을 통해 단시간 내에 소재 국산화와 수입다변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디만 쉽진 않아 보인다.
지구촌 다른 나라들도 이 사태를 편안하게 지켜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무엇을 잃어버릴지는 자명해진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과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아베정권이 위기에 빠졌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우선 눈앞에 닥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물밑작업을 통한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와신상담이 필요하다.
나는 일본인들을 미워할 마음도 없고 일본여행을 가거나 일본산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또한 이민생활 가운데 철저하게 일본제품을 구별해내어 사용하기가 어렵지만, 적어도 민족 자존심만은 지켜내는 방도를 찾아야겠다.
요즘 마트에서 판매하는 스시가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일본은 최소한 나의 관심과 입맛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안동국시와 고소한 김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영기/ 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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