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스케치]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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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의 일정으로 인도 땅을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땅은 언제나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무수히 많은 볼거리와 같은 양의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인도 출장을 통해 제 시야에 새삼스럽게 들어온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리>라는 단어였습니다.
출장이나 여행길을 나서면 일단 항공 탑승 절차를 밟은 후에 각자 정해진 자리를 부여 받게 됩니다. 그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와 같은 서민들은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최고급 자리인 1등석과 어쩌다 운이 좋으면 경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석이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서민 대중들이 즐겨 이용하는 일반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출발에 앞서 보딩(Boarding)을 알리는 시간이 되면 입장하는 순서도 제각기 다릅니다. 비용을 많이 지불한 순서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일반석은 당연히 맨 나중에 호출이 됩니다. 복잡한 기내 안으로 여행 짐을 들고 낑낑거리고 들어서게 되면 비즈니스 석에 이미 앉아서 음료를 마시거나 신문 잡지들을 읽고 있는 다분히 신분이 달라 보이는 인사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들어오는 일반석의 사람들과 눈도 맞추지 않은 채 약간은 거만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마치 과시라도 하듯이 앉아 있는 모습을 예리한 시선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나마 비즈니스 석은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공개라도 되지만 일등석 손님들은 여정의 시작에서부터 도착까지 얼굴조차 보기 힘든 아주 특별한 신분으로 분리되어 그에 걸맞은 고 품격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항공 여정의 좁은 비행기 공간 안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경제적 계급문화의 일면입니다. 짧은 여정에서조차 이렇게 자리에 연연해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부와 권력이 제공하는 매력에 목말라하는 세상의 욕망을 쉽게 발견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출장 목적지 인도 첸나이 공항까지는 직항서비스가 없는 이유로 인해 중간 기착지에서 한 번의 환승(換乘)이 불가피 합니다. 이번 출장은 말레이시아를 경유하는 여정이라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기착하여 6시간을 대기해야 했습니다.
인도를 방문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중간 기착지에서의 대기 시간 동안 잠시 머물 곳을 찾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이 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잦은 출장으로 생긴 마일리지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VIP라운지를 이용하여 편하게 쉴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주어졌었는데 일반인의 신분이 되니 그것도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일반인들에게 제공되는 라운지로 찾아가 거금을 지불하고 북적거리는 라운지 한구석에 둥지를 틀고 5시간을 버틸 채비를 합니다. 그나마 이것도 돈이라는 경제적 수단을 제공해야 가능한 반대급부의 서비스입니다.
푼돈을 모아 경제적 여행을 즐기는 일반 여행객의 경우는 여지없이 공항 내에 즐비하게 널려진 Gate 앞 좌석이나 바닥을 애용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 중에 제 시선에 들어온 공항 내의 부와 권력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자리>의 모습입니다.
2주일 동안 인도 땅을 머물면서 무려 20개 이상의 업체들과의 매일매일 미팅을 진행하는 강행군을 펼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척박하고 거주환경이 결코 편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생면부지의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존경과 경외의 마음 마저 들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의 입장에서 볼 때 절대적 갑(강자)의 위치에 있어서 나이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저 스스로 낮은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한편 그들의 자리가 잠시 부러워지는 비굴한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인도 땅까지 와서 그들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인도 땅 어디엔가에 그들만의 꿈의 자리를 구축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경험한 더욱 재미있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업체들을 방문하기 위해 정문을 통과할 때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입니다. 바로 인도 현지 경비원들이 부리는 자리에 대한 텃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차지한 자리에 매우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인도에서도 똑같은 광경을 목도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은 불가침 성역인 그들만의 <자리>를 최대한 즐기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다소 슬픈 모습이긴 하지만 인도 땅에서도 노숙자들의 모습을 거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숙자들조차 자신들의 자리에 그들만의 성역을 정하고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도의 오랜 전통이자 사회의 신분 계급을 구분 짓는 주요 특성의 하나인 <카스트 제도>가 민족의 영웅이며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던 정신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 등 수많은 지도자들의 철폐 노력 결과로 표면적으로 사라졌다고 하나 아직도 사회전반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습니다. 신분이 다르면 결혼은 물론 같은 자리에서 식사조차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꾸준한 성장세와 함께 인도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계급 중의 하나가 일반 근로 및 상업에 종사하는 <바이샤>라는 평민 계급입니다. 이들은 인도의 경제적인 급성장과 함께 경제적인 부(富)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전통적인 계급인식에 따른 <자리>에 대하여는 구별되는 사회적 편견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간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자리>를 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노예천민들이 부를 축적하여 양반의 자리를 사서 신분을 세탁하려고 했던 사회적 신분 변화의 열망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세상에 나오면서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 하나를 차지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바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가 영원 불변한 자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연연해하며 끊임없이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리>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어린 시절 원로가수 김용만씨가 불렸던 <회전의자>라는 유행가가 생각이 납니다. 그 노래가사의 일부를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임자 없어 비워 둔 의자는 없더라……’

잘 아는 바와 같이 여기서 말하는 <회전의자>는 출세한 사람들의 높은 자리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 회전의자는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준비도 안된 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앉으려 하다 보니 <회전의자>에 대한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면서 주어지는 자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아직도 내가 앉아서 둥지를 틀 수 있는 자리가 있음과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강과 능력이 있음에 감사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떤 자리든 영원한 자리는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언젠가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고 당당히 비워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또 다른 선물인 영원한 자리가 보장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어디입니까?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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