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중한 것은 길 가운데 두지 않는다. 길 섶에 보관해야…
며칠 전 평생 공직자로서 그것도 통일 관련부서에서 두번이나 장관을 역임한 후 일반인으로 돌아와 아쉬웠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정세현 장관을 강연회 시작 전 한인타운 식당에서 만났다.
강연차 휴스턴을 방문한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뼛속까지 통일전문가였다.
나의 첫 질문은 통일문제가 아닌 외교 현안이었다. 일본의 무역보복과 전쟁배상, 위안부 보상에 관한 것으로 통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한반도는 외교와 통일을 따로 분리해 볼 수는 없는 형편이다.
최근 불거진 전자제품 생산의 핵심부품의 공급차단을 정치적 관점에서 쟁점화한 일본정부의 펀치로 인해 한국 경제에 불어닥칠 먹구름이 염려스러워서 였다. 그리고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노노재팬’ 일본 상품불매 국민운동에 관한 질문에 대답은 의외로 간단 명료했다.
한마디로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의 기고만장(?)함이 꽤나 오래 지속 되리라 장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과는 달리 한·일 양국가의 이해뿐만 아니라 복잡한 외교문제까지 얽혀 있어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예전 물산장려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역사 학자들은 경제학자나 외교관들과 달리 해석한다. 일본은 지금 우리의 국민정서를 잘못 건드린 댓가를 반드시 치뤄야 한다며 벼르고 있지만, 이 또한 녹녹하지 않다.
통일관련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국가대 국가의 협약은 제 각각이고, 한·일, 한·미,미·일 상호협정이 체결되었지만 정작 한·미·일 상호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한국의 부담은 출구없는 장기 레이스가 될 것 같다.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국의 힘을 저지하기 위해 남동중해 진출을 꺼리는 미국의 입장이 기저에 존재하고 있다면 일은 더욱 심각한 것이다.
만약 한·미·일 3국이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은 아주 큰 섬에 갇히는 꼴이된다. 아무리 거대한 대륙을 가진 중국이라 도 바닷길을 열지 못하면 그저 외딴섬일 뿐이다. 해서 몇 년전부터 급조하듯 해군력을 증강코자 항공모함 2척을 보유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정부는 일본의 바램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준 대미 협조와는 다소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일로일로 정책이 미국에 의해 좌절되느냐 마냐는 문제로 한국은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북핵문제와 함께 심각한 외교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한·일간은 국가대 국가의 협약과 법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국내는 친일과 친미, 그리고 친중 삼분법 외교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한일합방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일본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위안부 보상문제를 두고 제각기 다른 입장은 보이고 있어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가 난제 중 난제이다.
결국 한국은 일본의 책임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전쟁배상금이나 종군위안부 보상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친일’이니 ‘토착왜구’ 같은 원색적 표현이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싸우는 며느리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때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말들의 전쟁이다.
미주 한인동포들의 입장 또한 묘하게 엮이고 있다. 정치란 생물이기에 시간이 문제다. 어느 한쪽으로 질질 끌려가는 순간 우리 경제는 생선 썩는 비린내를 맡으며 혹독한 올겨울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번 일어나기는 어려우나 넘어지는 것은 식은 죽먹기가 아닌가.
세계 5대주 6대양을 향해 항해하는 한국호에 실린 짐들의 양보다 중량이 문제이다. 북핵·원전·소주성·최저임금·비정규직·추경·국방안보·청년실업·소상공인· 타다 등과 안전불감증, 적패청산과 국회정상화, 패스트트랙, 검경수사권조정 등등.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오거나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나, 국민들은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에 걸맞는 외유에 지갑은 서서히 비어가고 있다.
또한 자사고 폐지와 맞물린 우리 교육체계도 종합적 수술대에 올라져 있어 안과 밖이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큰 댐이나 저수지가 무너지는 것은 개미구멍만한 크기면 충분하기에 ‘총체적위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해방과 한국동란 이후 한강의 기적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인데 도대체 위정자나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이제 국민들 모두는 허리띠를 동여매고 국민의 이름으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작금의 위기를 그저 남의 탓이나 하는 정치인들을 퇴출시키고 실력없고 용기없는 지도자들을 무대 아래로 끄집어 내려야 한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라도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거짓 위정자들과 아집에 빠진 구태연한 정치인들이 역겨워진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으로 재임당시 긴박했던 남북간의 통일 프로젝트와 관련한 그의 강연회는 주로 실무자적 관점에서 자세한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북핵과 통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도 있었으나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지도자에 따라 통일정책도 변화한다고 변화에 잘 대응하는 통일미래의 점 하나를 찍었다. 훗날 또다른 후배 장관들이 선배들이 남긴 점과 점을 이어줄 선을 그려야 할텐데 걱정이 앞서는 것 같아 보였다.
평생 통일부에서 공직에 몸담았던 그의 강연 마무리 즈음 던져진 메세지는 강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뜩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 역시 통일부에서 잔뼈가 굵은 터라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실무책임자인 장관부터 각분야 전문가들의 폭넓은 물밑 접촉과 상호교감을 통해 통일의 길은 조금씩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통일부와 외교부는 ‘Peace maker’, 국방부는 ‘Peace keeper’의 자세를 통일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절대로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강연회를 마쳤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통일 프로젝트와 관련한 그의 강연회는 주로 실무자적 관점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온도차이,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었다. 북핵과 통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도 있었으나, 결국 정권이 바뀌고 지도자의 대북성향에 따라 정책도 변화한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나지막한 음성으로 강연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두시간 가량 현 시국과 통일의 대장정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최영기/ 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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