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논단]우리가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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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비가 자주 내렸다. 지난 폭우와 허리케인으로 삶의 터전은 아직도 젖어있다.
봄철에 내리는 비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단비’라 말하지만 해양성 기후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허리케인은 인간세상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여름은 평균 수준이라고 예상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하여간 비오는 날이 많아지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당하게 내리는 비는 여러모로 즐거운 존재지만 너무 많이 쏟아지면 순식간에 원망과 두려움의 이유가 된다.
하늘의 조화를 어찌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랜 세월 비와 더불어 살아온 인류는 비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를 찾아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도 그 중 하나인데 적당히 내린 비는 땅을 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땅을 굳게,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난과 어려움을 겪고 난 뒤 성장하는 모습들을 설명하는데 제격인 이 속담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고 그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사는 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휴스턴 총영사관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였다. 며칠 전 선진국 커뮤니티케어 사례를 살피기 위해 취재차 휴스턴을 방문한 한국의 후배기자들과 찾아 가본 총영사관은 달라져 있었다. 그간의 소문을 일소하려는 노력과 친절함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취재 일정 탓에 영사업무와 관련한 서비스는 살펴보진 않았지만 적극적인 협조와 배려에 변화를 한껏 느꼈다.
우리가 사는 공동사회는 ‘협의’가 제대로 안되면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자기이해와 이익상충’ 이란 문제와 ‘공공의 이익과 보편적 권익’을 둘러싼 잡음 등 두가지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들이 넘쳐나지만 어느 것 하나 조용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현재까지 진행중인 논쟁들과 문제점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나,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는 경향이 짙다 보니 마찰도 생기고 이로 인해 다소 시끄러워져 결국 고소·고발로 이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은 지나친 권위주의에 빠진 탓은 아닐까.
일을 하다보면 시끄럽기도 하고, 문제가 터지기도 하는 것은 당연시해야 한다. 옛말에 ‘뭐 무서워 장 못담그나’란 말이 있듯이 오죽하면 ‘시끄러운 일도, 문제도 안 생기게 하려면 아무 일도 안하면 된다’는 자책어린 비아냥에 동포사회가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안은가.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갈등이 깊어지고 일이 안풀리다보면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는 의도하지 않았어도 얼굴 맞대기가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공적인 관계지만 마음이 멀어지면 쉽게 풀릴 일도 꼬이기 십상이다.
잠시 쉬어가자. 그리고 새롭게 예전의 인간관계로 되돌아가자. 인상 깊었던 TV 광고가 떠오른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두 코메디언이 “형님먼저 아우먼저…”라는 대화는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을 향해 익숙한 형제애와 인간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좋은 형제애’가 넘쳐났던 우리네 세상과 좋은 인간관계를 표현한 그때 그 시절의 참 모습이었다. 특히 서로를 위해 보탬이 되고자 애를 쓰는 아름다운 형제간의 우애를 그린 이 광고 메세지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
바라건데 휴스턴의 각 단체들과 동포들이 ‘의좋은 형제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척지고 사는 관계’는 되지 말아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비가 오고 많은 비가 쏟아지면 땅은 생채기를 안은 채 물러질 수 밖에 없다. 굳은 땅을 만들기 위한 현명한 생각과 힘이 모아질때 비로소 건강한 동포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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