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논단] 품위란?

0
19

대학 1학년 겨울방학을 앞둔 때 학교 앞 자취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수업이 마치 후 방에서 잠시 쉬고 있던 중이었다. 느닷없이 자취생들에게 내뱉는 주인아주머니의 욕설이 집안의 적막을 갈랐다.
“야 이 X같은 X아, 어떤 놈이 밤에 김치를 도둑질했냐?” 강도 높은 욕설에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순간의 충격으로 머리도 어찔했다. 나름 귀하디 귀하고 대학에 진학한 뒤 학교 기숙사나 하숙할 형편이 안돼 자취를 해오던 학생들에게 전해진 품위없고 저질스러운 막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더라도 집 주인 아주머에게 함부러 대 들지도 못했던 순박한 학생들은 풀이 한뜻 죽어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몹쓸 쌍욕을 얻어먹던중 참다못해 내가 대표로 나섰다. 하기야 그 아주머니는 평소에도 욕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욕설 유전자가 몸에 뱄던 모양이다.
이유인즉 마당 한켠에 묻어둔 장독의 김치가 조금씩 사라졌더 것이다. 일명 머리에 두껑이 열린 아주머니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후에 범인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야밤에 몰래 김치를 훔쳐간 흔적은 고스란히 마당을 덮은 눈위에 붉은 점선으로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 점들을 따라가보니 주인아저씨가 운영하는 라디오 소리사였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아저씨가 밤에 일을 하시다가 소주 안주로 잠자는 아내를 깨우기 미안해서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아챈 아주머니의 얼굴이 기억난다. 그러나 졸업때까지 사과는 아무도 듣지 못했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내 인간들은 저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가지고 산다. 유전자의 실체는 생물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다. 유전자는 DNA를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유전자 개념을 처음 제시한 학자는 오스트리아 수도사 멘델이다. 멘델은 1865년 완두콩을 이용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유전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유전자의 존재를 추정했다.
유전자가 하나하나의 형질을 만드는 단위임에 비해 어떤 생물이 가지는 유전자 전체를 합한 것을 게놈(genome)이라 한다. 게놈은 유전자를 뜻하는 gene과 모든 것을 의미하는 접미사 ~ome의 합성어다. 게놈은 1920년 윙클러가 처음 정의한 단어이지만, ‘한 생물의 전체 유전자 집합’으로 다시 정의된 것은 1930년 기하라 히토시에 의해서다.
요즘 한국은 너 나 할 것 없이 막말 퍼레이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달창’을 시작으로 일정한 간격을 여 야 모두 막말 릴레이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어떤 의원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고, “골든타임은 3분”이란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급기야 언론인 출신의 모 국회의원은 ‘걸레’라는 저급한 낱말까지 사용했다. 국회 회의실 앞 바닥에 앉아 있는 후배 기자들을 보고 “아주 걸레질을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막말이 정치인들의 전유물인가? 기록을 살펴보면 정치마당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막말의 장본인들이 주로 고위 당직자란 점도 특이하다. 어느 야당은 “막말 배설당”이라고 직격했지만 비판에 나선 이런 표현 역시 막말에 가깝다. 정치판에서 펼쳐지는 막말 증후군을 무엇으로 막아야 하나.
한국발 막말이 이곳 이민사회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꺼진 불도 다시한번… 자나깨나 말조심이 필요한 시대이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