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일은 우리 집 애마, 자동차를 정기 검사해야 하는 시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일찍이 날라 온 통지서에 검사일 기한이 친절하게 안내 되었는데 옛날부터 항상 검사 시한 마지막 날까지 버티다가 검사장에 가는 잘못된 습관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다시 발동했습니다.
결국 3월 31일이 되어서야 막판에 몰려 차량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장으로 갔습니다. 다행이 검사는 간단히 끝났지만 몇 군데 수리를 해야 하는 조건부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차의 엔진에서 덜덜거리며 소음이 나서 이 부분의 검사를 다시 받아 보는 게 좋겠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건성으로 들은 이후, 2개월이 다시 훌쩍 지났습니다.
검사소에서 외견상 타이밍 벨트 이상으로 판단되니 그것을 교체하라는 가벼운 조언이어서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차의 엔진 소리가 처음엔 소음처럼 들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귀에 거슬리는 상황에 이르자 그 소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인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가까운 친척을 찾아 갔습니다.
카센터 한 구석에 차를 세워두고 대수롭지 않게 제 판단대로 이야기 합니다.
“시동 걸 때 엔진에서 심한 소리가 나는데 타이밍 벨트 이상일거야”
전문가 앞에서 자체 진단과 함께 그에 합당한 처방전을 요구합니다.
병원을 가지 않고 스스로 자체의 몸의 이상을 진단하고 처방하며 다스리는 전통적인 한국 남성들의 공통적인 DNA를 저 역시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멀찌감치 세워둔 차에서 나는 예사롭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자동차 전문의사인 카센터 사장은 심각한 얼굴로 다가가 차의 상태를 일견 살펴보더니 단정짓듯이 냉정하게 진단을 내립니다.
“차가 심한 중병이 걸렸네. 아주 심각한 병이에요. 사람으로 말하면 치명적인 암과 같은 심각한 심장병입니다. 차 처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차가 시한부 말기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차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엔진이 상당히 심한 병을 입었다는 판정입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차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차의 가장 중요한 심장부인 엔진의 실린더가 심한 마모를 당해 소위 <엔진보링>을 해야 차의 생명을 연장할 있다는 것입니다. 수리할 경우 대수술이라 가격 또한 엄청나게 고비용이라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자동차 담당의사로부터 제 차가 앓고 있는 정확한 병의 진단과 함께 차가 이런 중병을 앓게 된 원인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듣게 됩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차의 문제가 아니라 차를 관리하는 차 주인의 관리 소홀의 과실임을 지적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 차의 엔진 결함은 차 주인인 제가 평소에 엔진 오일을 정기적으로 교체하지 않고 엔진 오일이 바닥에 말라 붙을 때까지 운전하여 부족한 엔진 오일로 인하여 차의 엔진이 심한 마모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차 주인의 정기적인 관리 소홀과 100% 운전자 책임이라는 중과실 판정을 받기에 이릅니다. 차를 폐차 시키느냐 아니면 고 비용을 들여 엔진 보링이란 차의 중대한 심장부 수술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느냐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결국은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은 차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심장부 수술인 엔진보링 작업을 시행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차를 관리하는 저의 고질적인 게으른 습관을 뒤늦게 반성하게 됩니다.
사실 제 천성이 그렇게 게으른 편도 아닌데 문제는 항상 제 몸과 제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관리에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때에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지 못해 심각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음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오랜 회사생활을 한 것이 한편 좋은 점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랜 회사 생활로 인해 스스로 설 수 있는 훈련이 안된 부분도 많이 있음이 발견됩니다.
회사를 떠나고 나니 홀로서기를 하며 철저하게 혼자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령 회사를 다닐 때에는 부하 직원들이라든지 아니면 회사의 기사 분들이 알아서 해주던 일들을 이제는 일일이 스스로 하려고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임원들이나 공직의 고위 관리들이 오랜 고위직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을 때 초창기에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가끔 사회 적응에 심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고위관리 사회 적응 부작용>이라는 용어로 제 나름대로 이름 붙여보게 됩니다.
돌아보니 단 하나뿐인 제 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 전에 회사를 떠난 지 4년만에 종합 건강 검진을 받았습니다. 회사 시스템하에서는 회사 주니어 시절에는 2년에 한 번, 시니어 그룹으로 승진하면서 매년 1회의 정기 건강 검진을 받게 되어 정기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의 울타리에서 나와서는 나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막판까지 몰려 결국 4년만에 건강 검진을 했고 그 결과는 정기적으로 검진 받던 옛날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 몸에서 무려 8개의 용종이 검출되어 제거하는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다시 용종 하나가 발견되어 향후 특별한 관리를 요한다는 의사의 경고성 조언도 들었습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몸의 여러 기관이 가지고 있는 건강기준 수치도 나이가 들고 관리가 소홀함으로 전체적으로 위험 수준인 경계 기준치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오늘날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여 우리의 평균수명이 100세까지 사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편 무한경쟁시대를 살면서 겪어야 되는 정신적인 압박과 현대인들의 필수적인 경쟁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함께 늘어 나는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필요한 것은 자동차의 정기 검사와 같이 우리 몸의 정기적인 검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병은 작은 곳의 관리 소홀에서 자라기 시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한 국가를 경영하는 국가 시스템도 하나의 생명과 같은 유기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스스로 만든 사회적, 국가적인 시스템이 철저한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이 소홀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되고 악화되어 결국 죽을 병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간단하게 치유될 수 있는 작은 병을 더 크게 키우기 전에 잘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국가의 진단시스템으로 죽을 병과 같은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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