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칼럼]쫄쫄이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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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대학강단에서 강의하던 친구녀석이 볼맨소리를 전해왔다. 인문사회학을 전공한 탓에 특히 여학생들의 수강이 많은데 봄과 여름철이면 교수직이 위태롭다고 했다. 계단형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쳐다보는 순간 성희롱죄로 고소·고발 당할까 두려워지기에 그렇다고 강의실 바닥만 쳐다볼 수도 없는 처지라 했다.
그는 어느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사팔이가 되어있는 얼굴.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 눈은 칠판에 그리고 나머지 눈은 창문을 바라봐야 했던 습관 때문에 그만 사시가 되었다는 웃지 못할 슬픈 현실을 듣고보니 필자 역시 교회나 공공행사에서 만난 젊은 여성의 모습 앞에 난감한 적이 떠올랐다. 나 역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민망스러운 때가 있었다.
현대는 자기 피알(PR)시대이다. 개성 넘치고 젊음을 발산하려는 자유를 탓할 순 없지만 조금 자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1970년대 한국은 무척 추웠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추웠으면 초등학생들의 손등이 터져 피가 흐르곤 했다. 보다 못한 양호선생님이 바셀린을 듬뿍 발라주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은 교복 안에 빨간 내복(쫄쫄이)을 입고 등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엔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쫄쫄이만 덜렁하니 입고 집 밖을 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세월이 많이도 흐르고 세상이 부쩍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나이가 어린 학생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적지 않은 나이에 그런 옷차림과 몸매를 뽐내는 것은 말 그대로 두변인들이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니 모두들 아예 주위에서 멀어지고자 한 것이다.
공연히 가까이서 말이라도 섞다가 엉큼한 시선을 가진 치한으로 오해라도 받으면 해명하기도 어렵고 난처해질 것이 뻔하다.
얼마 전 미국 노트르담 대학에서 레깅스를 두고 ‘여성들이 레깅스 차림으로 외출을 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는 지적과 ‘패션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논리가 부딪히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이틀 동안 레깅스를 입고 등교하는 집단행동도 보여줬다. 여기에는 성적인 고정관념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레깅스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 번 제기됐지만 결론은 레깅스는 바지인가 아닌가의 문제다. 레깅스는 편안함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선호하는 세대의 문화가 된 것이다.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연령층에서는 대부분 레깅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달갑지 않은 표정을 한다.
레깅스뿐 아니라 미니스커트, 청바지 등 과거 패션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그것을 입어도 된다, 안 된다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훨씬 복잡하고 표현하기 힘든 현실을 대표하고 있다.
혹여 필자의 연령대가 패션에 대한 오해와 기득권층의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우리 생활 문화의 규범을 뒤엎고 다음 세대로 향하는 길에선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장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진 모르겠으나 솔직히 아직까진 공감은 가지 않는다.
레깅스와 비슷하게 몸에 꽉 끼는 스키니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도 비슷하다. 우선 몸매가 드러나는 것과 피도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불편함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레깅스나 스키니가 진화하는 패션일 수도 있고 젊은 층의 새로운 문화일 수도 있지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볼때 아직은 눈 두기가 불편한 ‘신세대의 산물’ 중 하나이다.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문화는 지켜야 하기에 조금은 가려야 하지 않을까.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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