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스케치]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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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예외 없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이름>입니다. 이름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나타내고 또 그 정체성을 통하여 운명같이 주어지는 책임과 역할인 사명이 뒤따르게 됩니다.
오늘은 제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학 시절, 전공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할애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서예(書藝)라는 취미 동아리였습니다.
요즘은 서예라는 취미가 캘리그래피 (손글씨)라는 장르로 다소 변형되어 일부에서만 각광 받고 있을 뿐 거의 사라진 취미 활동입니다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서예는 정신수양과 정서 함양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고급스러운 취미활동 중의 하나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저는 서예의 다섯 가지 서체 중 하나인 해서체(楷書體)를 마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스스로 작품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입문했다는 뜻으로 서예지도 강사님으로부터 특별히 호(號)를 부여 받는 영광스런 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 때 서예지도 강사님은 저의 특성과 인품과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하여 저에게 맞는 필호(筆號)를 작명하여 선사해 주었는데 그 때 제가 받은 필호는 아직도 제가 서예 작품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청파(靑坡)라는 이름입니다.
청파라는 호를 주시면서 그 호의 작명 배경을 설명해주는데 그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제 정체성과 특성을 잘 나타내는 저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지도강사님이 붙여준 제 호의 뜻은 푸를 청 (靑), 언덕 파 (坡)! 우리말로 풀이하면 <늘푸른 언덕>이란 뜻입니다. 제가 항상 파란 계통의 옷을 입기를 좋아하는 것과 항상 밝게 웃고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런 저를 위해 호를 특별히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푸른 언덕을 향하여 나아가는 모습처럼 항상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라는 덕담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호를 선물하면서 던진 지도강사님의 예언 같은 한마디를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제가 사람들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거나 사회 보는 일을 많이 했는데 지도 선생님은 제 나이가 60이 될 때에도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좌중을 즐겁게 만드는 사회(MC)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우리네 삶이 길어봤자 인생 70이요 80이면 장수라고 생각하던 시절이라 제 나이 60이면 인생을 거의 마무리할 시기라 여겼지만 저는 그 때 지도강사님께 겁도 없이 언약을 합니다. 제 나이 60이 되어도 변함없이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보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그로부터 어언 40년이 지난 지금, 그 때 그 예언이 현실로 실현 될 듯합니다. 아직도 제가 건재하게 사람들 앞에서 행사의 사회를 맡아 진행하거나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운명 같은 또 다른 이름, <청파>, 한글로는 <늘푸른 언덕>이란 이름이 언제부턴가 저의 정체성이 되었고 제 삶의 사명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제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그 가운데서 정립된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정리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또 다른 정체성을 제 이름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제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이름을 작명해 주셨는지 살아생전 한 번도 물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 묻고 싶어도 물어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제 이름을 해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 삶의 정체성을 정의해 보았습니다.
제 이름자 최준영 (崔俊永)이란 이름을 하나씩 펼쳐보면 먼저 성 최(崔)는 다른 의미로 <높을 최>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가운데 이름인 준(俊)은 ‘준걸 준’으로 표기되며 ‘준걸’이란 말은 다른 쉬운 의미로 ‘호걸’ 또는 ‘영웅’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제가 좋아하는 단어인 <리더>라는 뜻으로 대체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름자 ‘영’은 길 영(永)으로 <오랫동안>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제 이름 석자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가장 오랫동안 생각나는 리더>가 됩니다.
이렇게 하여 저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가장 오래 남는 삶의 리더!>
정체성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나니까 그 정체성에 수반되는 제 삶의 사명이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 남는 삶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회식자리에서 누군가 저에게 좋아하는 건배사를 권하면 조금도 주저함 없이 이러한 제 삶의 정체성의 뜻을 담아 스토리텔링으로 다음과 같이 건배사를 외치곤 합니다.
아! 사무치도록 가슴에 오래 남는 리더,
<아사(싸)! 가오리!>^^
지난 주 금요일과 토요일, 제가 섬기는 교회 안에 비슷한 나이또래의 지인들과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수련회에서 열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 중심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Who am I?)>였습니다. 매일 보는 얼굴들이지만 정작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모르는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 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같이 살면서 또 친하게 지내며 함께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가운데 막혔던 마음의 벽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새로운 관계의 끈이 형성되면서 더욱 가깝고 친근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스스로에게 던지며 바쁜 일상 가운데 자칫 놓치며 살아가기 쉬운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아주 가끔씩은 한 번쯤 자신을 향하여 스스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렇게 한 번 물어보십시오.
당신은 누구입니까?
끝으로 오늘 이야기 관련, 김춘수님의 대표 시 하나를 가져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새겨보기 원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김춘수>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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