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오랜만에 인도 출장 길에 오르면서 제 삶은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 프리랜서를 자처하며 이것 저것 주어지는 대로 맡은 일들 외에 거대한 땅이며 신비의 나라인 인도(印度)가 제 삶의 새로운 도전의 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현실이 되면서 하루의 일상은 때론 버거울 정도로 꽉 찬 일정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토요일부터 계획에 없던 2주간의 인도출장이 잡히면서 그 공백기간 동안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수습하느라 정신 없이 지난 한 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출장을 떠나 오던 날 오전까지도 이미 계획되어 있던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익숙했던 출장 준비를 허겁지겁 하고서 부리나케 출장 길에 오릅니다. 내 자신이 생각하여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그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음을 압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틈틈이 이러한 실타래같이 엮인 일들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과 무엇보다 이 일들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건강을 허락해 달라는 기도를 자주하게 됩니다.
출장을 떠나기 전 공백기간 꼭 처리해야 할 일들을 빼곡히 메모장에 기록하고 하나씩 처리하며 마지막 할 일 까지 마무리하고 나선 출장 길 마음 한 켠에 알 수 없는 평안이 몰려옵니다. 출장 중에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일단 비행기를 타는 순간 주어진 공간과 시간의 여유로움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음에도 일단 이 평안함을 즐기려고 눈을 감아봅니다. 지난 며칠 동안 밀린 잠들로 인하여 피곤이 몰려오면서 깊은 수면에 빠집니다. 죽음보다 달콤한 잠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잠시 꿀맛 같은 잠을 즐기고 일어나니 여전히 나의 몸은 어딘지 모를 창공 위에서 떠 있음을 알았고 그곳에서 내가 부딪히며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내려다 봅니다. 그곳에는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일상이 그려집니다. 무엇을 위해 저리도 분주하고 무엇을 향해 바쁘게 살아가는지 자신을 향해 물어봅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가 생각납니다. 그것은 스페이스(Space), 공간이란 단어였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진행하고 있는 코칭 관련하여 앞으로 그룹강의를 진행할 잠재력이 있는 코치들을 대상으로 전문코치양성 교육을 다시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교육의 마지막 과정은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코칭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강의를 시연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제가 강의를 시연하고 난 후 기라성 같은 훌륭한 강사들로부터 매의 눈과 같이 날카롭게 관찰한 피드백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에 유독 제 관심과 시선을 사로 잡은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는데 그것도 역시 <스페이스(Space)>란 단어였습니다.
강의에서 <스페이스>라 함은 강의의 내용 전개 과정에서 취해야 할 약간의 공간, 즉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강사들은 자신이 준비한 강의 내용을 주어진 시간 내에 소화하려고 끊임없이 시간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리고 강의 도중에 돌발 상황이 생겨 예상치 못한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그 할애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더 빠른 속도로 쉼 없이 달려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수록 오히려 청중들을 당황케 하여 집중력과 몰입도를 더 떨어지게 만듭니다. 유능한 강사는 이럴 때 진가가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준비한 내용 중에 과감히 버려야 할 것과 전해야 하는 것을 선택하여 남은 시간에 집중하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유능한 강사일수록 강의 도중, 항상 청중이 충분히 생각하고 따라올 수 있는 시간과 생각의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스페이스>라는 단어입니다.
혜민 스님은 <삶에는 빈 공간이 있어야 더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라는 주제강연에서 삶의 빈 공간을 장작불을 지필 때의 상황으로 비유했습니다. 장작과 장작 사이에 빈 공간을 확보해야 불이 더 잘 타며 장작을 촘촘하게 붙여 놓으면 오히려 장작이 숨쉴 공간이 없어 불이 잘 붙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쉼의 공간, 비움의 공간이 없으면 아무리 귀한 것들로 채워졌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결국은 삶의 스페이스인 쉼이라는 여백이 우리의 삶을 더 빛나게 하고 완성되게 만들어 준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스페이스 효과를 우리의 삶은 물론 문학이나 예술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양 미술의 여백의 미일 것입니다. 흔히들 동양화는 선의 예술이고 서양화는 면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동양화의 매력은 비워 있음으로 아름다움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없음으로 인하여 있음이 더 빛남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페이스가 주는 동양화의 매력입니다.
음악에서도 스페이스, 즉 쉼표가 주는 매력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연주와 연주 사이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쉼표가 배제된다면 음악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을 것이며 그 쉼표들의 놀라운 조화가 음악을 더욱 멋지게 완성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감동이 두 배가 되는 우수한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를 보면 그 이야기의 결말을 과감하게 감추는 스페이스 효과를 이용합니다. 결정적인 나머지 결말을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그 결말부분에 관객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으로 동참하게 만들며 작품의 질을 상승시킵니다. 스페이스를 남기는 것입니다.
스페이스를 가장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아마도 건축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대 건축의 한 분야인 인테리어는 이러한 내부의 스페이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성공여부가 결정이 됩니다. 이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작은 공간 속에 훌륭하게 배치된 가구들과 인테리어를 통하여 오히려 그 공간이 넓어 보이고 빈 공간마저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페이스가 주는 매력이 빠지게 됩니다.
우리들의 삶도 바쁜 일상 가운데 적절한 삶의 스페이스를 확보함으로써 더욱 윤택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출장 길에 느낀 생각을 잠시 나눠 봅니다.

칼럼니스트 최준영

웃음과 감동이 융합된 아름다운 동행으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코칭리더
現) 인코칭 파트너코치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부산항만공사 자문위원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고문
前) (주)현대상선 임원
KAC 자격 획득 – (현)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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