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있어 커진 차이나타운
‘은행’ 없어 작아진 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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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한인동포들의 ‘돈’으로 휴스턴차이나타운이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윈상가가 형성되던 초기부터 이곳에서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는 A씨는 휴스턴차이나타운이 계속 커져가고 있는 반면 휴스턴코리아타운은 작아지고 있는 원인은 “은행”에 있다며 그동안 중국커뮤니티가 한인들의 ‘돈’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1980년대 당시 휴스턴의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은 규모면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차이나타운에 살았다는 B씨도 당시의 차이나타운은 지금과는 달리 규모가 작았다고 회상했다.
A씨가 차이나타운이 커지는데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이유는 중국 이민자들은 차이나타운 은행의 자금대출로 식당 등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식당을 몇 개씩 늘려가는 등 사세를 확장시킬 수도 있었다. 특히 주유소와 모텔 등 부동산이 필요한 비즈니스의 매입도 늘려나갔기 때문이다.


A씨는 미국 은행은 문턱이 높아 많은 한인들이 중국계 은행을 이용했다며, 자신의 경우 비즈니스가 한창 호황이었을 때 은행에 1백만달러 가까운 돈을 예금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돈을 은행에 묶어 두지 않고 부동산 등에 투자했더라면 지금보다 형편이 더 나아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하윈상가 상권의 대부분을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며, 당시 한인들 대부분은 자신과 같이 몇십만달러의 뭉텅이 돈을 중국계 은행에 예치해 놓고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휴스턴의 한인들이 중국계 은행에 예치해 놓은 ‘뭉텅이 돈’들은 중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한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A씨를 비롯해 중국계 은행을 이용했던 대부분의 한인들은 장사로 벌은 돈을 예금하기 위해 창구직원을 만났겠지만 투자 등을 상당해 주는 융자담당자와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도 지금이라면 누군가 은행에 몇십만불을 예치해 놓고 있다면, 융자담당자가 지나가는 말로라도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어디에 투자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지 이야기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고객인 한인이나 직원인 중국인이 서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불편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누구하나 투자를 권유하거나 재테크를 소개하는 직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현금거래에 대한 규제가 지금처럼 강화되지 않은 때라 어느 정도의 현금만 있으면 집은 장만했겠지만, 은행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인 은행원 D씨는 이민 1세들은 한국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월세에 살면서 한푼 두푼 모아 전세로 옮기고 전세로 이곳저곳 옮겨 살다가 비로소 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은행에서 주택융자를 받아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생소했다.
D씨는 또 1990년대 말까지 휴스턴의 한인1세들 중에는 가족을 한국에 두고 온 한인들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한인들은 돈이 생기는 대로 한국의 가족에게 보낼 생각이 컸지,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생각한 한인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은행원 E씨는 아메리칸제일은행(AFNB) 조명희 수석부행장이 본격적으로 융자업무를 담당하던 1998년부터 일부 한인들이 은행을 이용하는데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텍사스제일은행(현 골든뱅크)에서 근무하던 조명희 수석부행장이 자리를 옮겨 아메리칸제일은행에서 본격적으로 융자를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하거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한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씨의 지적에 따르면 휴스턴 한인들의 은행 이용은 중국인 등 타민족에 비해 20년 가까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을 이용하는 시기가 늦은 만큼 은행을 이용하는 지식도 방법도 뒤질 수밖에 없다.
한인 은행원들이 한인 고객들이 은행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납세보고서’에 때문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매출이 1백만달러라면 납세보고서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은행융자가 필요해 융자를 신청하지만 납세보고서가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거부되기 일쑤다.
납세보고서는 비즈니스를 팔 때도 문제가 된다. 실제 매출은 1백만달러지만 납세보고서의 매출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현금을 가져오지 않는 한 팔릴 확률이 적다.
비즈니스를 사려는 사람은 은행융자를 얻어 사려고 하는데, 파는 주인은 1백만달러 매출에 기준해 비즈니스를 팔려고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은행에서 융자할 수 있는 액수는 납세보고서에 기록된 매출에 따라 융자액이 달라진다.
E씨는 한인들 중에는 아직도 현금을 선호해 납세보고서를 매출기록이 낮아 사업자금 융통이나 매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씨는 한인들 보다 이민역사가 짧은 인도-파키스탄인들은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을 한인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인도-파키스탄인들은 실제 매출액보다 오히려 세금신고를 더 많이 하는 경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떤 인도-파키스탄인들은 실제 매출액보다 더 많은 액수가 기록된 납세보고서를 들고 은행에 찾아와 융자를 신청하는데, 이들은 은행융자로 주유소를 1개, 2개, 10개 이상 늘려가면서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메리칸제일은행의 조명희 수석부행장은 은행은 수납창구 직원의 업무나 고객상담 직원의 업무나 모두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은행을 100% 이상 활용하는 방법은 융자담당 직원을 알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은행을 단지 돈을 예치해 두는 기능으로만 이용할 것 같으면 수납창구 직원이나 고객상담 지원의 도움만으로도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집을 장만하거나, 장사를 시작하거나, 혹은 상가건물을 구입하려고 한다면 융자담당 직원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명희 수석부행장은 상가건물 등 부동산을 구입하려고 할 때 부동산중개인이나 비즈니스브로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크게 도움이 되지만, 융자담당자의 도움은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중개인은 어떻게든 부동산매매를 성사시켜야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을 대표하는 융자담당자는 시장을 잘못 평가하거나 상가건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해 주면 은행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조사와 평가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고객에게도 최선의 조언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휴스턴 동포사회가 성장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은행으로 어떤 도움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은행은 물론 동포들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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