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스턴 날씨가 겨울의 끝자락을 느끼게 한다. 한국 기온처럼 ‘삼한사온’현상을 나타낸다. 봄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때늦은 겨울비로 며칠 추웠다가 며칠 뒤 풀리기를 되풀이하는 현상에 삼한사온을 떠올려본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조선의 상식’에 삼한사온(三寒四溫)은 겨울철 한국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날씨로 조선 효종 때 삼학사였던 김상헌도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워 삼한사온이라는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는 글을 남긴 것을 보면 이미 조선시대에도 널리 쓰인 말인 듯하다.
오랜 기간 한반도 기후를 지배해 온 삼한사온 규칙성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많이 퇴색했다.
휴스턴 한인사회는 ‘삼한사온’이다. 별일 없으면 모두 무탈한 것이기에 신문이나 소문 또한 잠잠하다 싶다가도 사고가 터진다. 하여간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문제다. 변화무쌍한 겨울철 날씨 속에서 새봄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해서 그런 것인지?
작년 이맘때 “한인사회를 청소하겠다”라고 강단 있게 나섰던 지도자들의 말이 생각난다. 지난해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그들의 근황과 결과가 궁금하다.
현재 휴스턴 한인사회는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이것부터 통합되어야 한다. 마음이 둘로 갈라져 있는데 무슨 대통합을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대화합은 바로 ‘내 탓이요’라는 말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배려와 온정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하겠으나 지금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시간은 간다.
작년부터 동포사회는 눈에 띄게 ‘진보 대 보수파’로 확연히 구분되었다. 진보의 반대말은 보수인데 어느 젊은 동포의 말이 의하면 “진정한 보수는 한국사회나 동포사회엔 없는 듯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며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가 보수고 누가 진보인가? 염려컨대 애국은 오천만 국민과 720만 해외동포,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세들 모두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일이 선행 되어야 한다.
동포사회를 또 다른 분열이 아닌 이민사회 통합을 위한 정치활동은 응원한다. 그러나 차분히 자기의 목소리만 내면 좋을 듯싶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 꿋꿋이 한 길을 걸어야 한다.
야당은 야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해서 이참에 극우니 좌빨이니 하는 말은 삼가자. 오히려 민족을 최우선시 했으면 어떨까. 민족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해주었으면 한다. 훨씬 가슴에 와 닿는 ‘민족’을 표기함으로써 한민족, 단일민족, 백의민족, 예의바른 동방예의지국의 민족…
나라가 먼저냐 국민이 먼저냐는 것과 나라가 나라다워야 한다든지 국민이 국민다워야 한다는 말은 각자의 책임론을 말하는 것이기에 누가 누구를 탓하거나 강제적일 순 없다. 이 말은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비유로 닭과 계란이 서로 먼저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누가 먼저면 어떻고 나중이면 어떤가. 함께 부둥켜안고 민족의 운명을 위해 힘든 역경을 이겨 왔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흘 추우면 나흘은 따스한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춰준다. 아무리 현재의 정치상황이 내편 네편 이분법으로 평가하고 이념과 색깔로 갈라섰다지만 정작 해외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결코 시간을 역행할 수는 없다. 자연적 봄날은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는 믿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요즘 한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로 국민의 일상과 산업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생존권과 생명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미세먼지처럼 국민들의 폐부 속까지 파고드는 것은 자기중심적 이념의 정당성을 위한 고육지책성 주장들과 선심성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통일을 갈망하는 편과 절대불가론을 주장하는 일이 상충한다. 통일은 무엇인가. 작게는 가정이 화합하고 나아가 학교, 그리고 사회와 정부의 정책이 통합되어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 존중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여기엔 여야와 지역갈등이 있을 수 없으며 또 이념과 정치논리도 배제시켜 ‘오직 우리 민족’을 지켜야 함이 마땅하다.
간혹 해외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 사이엔 통일이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긴박하지 않을 수 있다. 한마디로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내 배가 고프지 않는데 어찌 허기진 사람들의 처지를 염려할 것인가. 구제를 외치면서 모금한 돈으로 딴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이율배반적인 행동같이 통일을 취급하거나 인식되어 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서울의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나온 것”이라고 중국은 막말을 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더 이상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환경문제에서부터 정치, 경제 나아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어느 누구의 눈치 보지 말고 차분히 만들어야 한다. 이민사회에서 성공한 인사들의 공통점은 호황기엔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황기엔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휴스턴 한인사회 역시 불황이라는 미세먼지와 불협과 몰지각한 품행들이 동포사회를 오염시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우리 이민자들의 자긍심도 높이고 민족애도 고취할 무언가 2% 부족한 시점에 분열과 정쟁, 독단적 주장과 행동을 멈추길 바란다. 이 시점에 지방방송은 볼륨을 줄여야 한다.
지난 사흘이 추웠다면 이제 나흘은 따스한 햇살이 언 땅과 몸을 녹여 봄을 맞이하지 않겠나. 지도자란 동포사회의 여론에 너무 염려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초지일관으로 맡은바 역할에 최선의 봉사를 하길 바란다. 평가는 동포들의 몫이다. 다가오는 가을엔 한인사회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지 무척 기다려진다. 하지만 우선 봄을 맞이한 후에나 생각해보자.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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