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살며 생각하며]
신호등 앞 ‘분노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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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빵~빵~”
“빵~빵~빵~~~”
적색신호등 앞에서 대기하다 보면 자주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다. 요즘은 자동차 경적소리가 부쩍 더 자주 들려온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주는 “빵~” 소리, ‘신호가 바뀐지 언제인데…’라고 항의하는 “빵~빵~” 소리, 그리고 ‘바빠 죽겠는데… 저 인간, 왜 안가고 서있는 거야…’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눌러대는 분노의 “빵~빵~빵~~~” 소리.
뒷차 운전자들을 ‘분노유발자’로 만드는 맨 앞차 운전자들 대부분은 눈이 신호등이 아닌 스마트폰에 고정돼있다.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뀐지도 모른 체 여전히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시킨 채 신호등 맨 앞서 서있던 차는 “빵~” 경적소리를 들은 후에야 비로소 움직인다.
앞차 운전자를 배려(?)해 뒷차 운전자가 “빵~” 소리를 내지 않는 시간만큼 앞차가 녹색으로 바뀐 신호등 앞에 서있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평소 10여대가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신호등이지만, “빵~” 소리를 듣고서야 움직인 맨 앞차를 따라 한, 두 대가 겨우 빠져나가고 차를 적색으로 바뀐 신호등 앞에 멈춰 세워야 하는 시간이 촉박한 운전자의 분노지수는 자동차 천정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치솟는다.
통화와 문자만 가능했던 핸드폰이 어느덧 세상의 온갖 소식이 들어있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각종 흥미진진한 동영상과 게임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이후 신호등 앞에서 “빵~” 소리가 더 자주 들려온다. “빵~” 소리가 더 자주 들려올수록 도로에는 그만큼 ‘분노유발자’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적이 “빵~” 소리에 “빵~빵~빵~~~” 소리로 커지면 그만큼 ‘구타유발자’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신호등이 아닌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긴 ‘분노유발자’와 ‘구타유발자’는 도로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작 봐야할 곳은 보지 않고 엉뚱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분노유발자’와 ‘구타유발자’는 가정에도, 기업에도, 국가에도, 심지어 교회에도 있다.
아내와 자녀가 아닌 직장 일에 시선을 고정한 남편과 아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보지 않고 오직 회사의 이익만 보는 고용주, 법과 정의는 외면한 채 더 높은 지위만 보이는 법조인, 진실을 찾아야 할 눈은 감은 채 돈과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인, 국민은 그저 ‘개나 돼지’일 뿐 눈앞의 권력만 쫓는 정치인,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가리키지만 정작 시선은 크고 화려한 교회건물에 고정돼 있는 종교인은 사회의 ‘분노유발자’요, ‘구타유발자’다.
운전자들이 신호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도로는 ‘아비규환’으로 변할 것이다. 가장이 사장이 검사가 판사가 기자가 목사가 국회의원이 봐야할 곳을 보지 않고 외면하면 가정이 기업이 교회가 사회가 그리고 국가가 ‘아수라장’으로 변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 많고, 스마트폰으로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지라도 적어도 운전할 때만큼은 시선을 신호등에 고정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차가 신호등 맨 앞에 서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인해 ‘분노유발자’를 자청해서는 안 되겠다.
오호통제라! 오늘 지인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운전해 가던 도중 신호등 맨 앞에 서있던 내 차에 “빵~” 소리화살이 꽂혔다. 오늘 내가 신호등 앞 ‘분노유발자’가 됐다.

양동욱 코메리카포스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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