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며 생각하며]
크루즈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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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여러 기능 가운데 크루즈컨트롤이라는 기능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운전자가 맞춰놓은 속도로 자동차가 주행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시속 70마일에 크루즈컨트롤을 맞춰놓으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자동차가 70마일 속도로 일정하게 주행한다. 몇 시간을 가야하는 장거리운전에 크루즈컨트롤은 크게 도움이 된다.
차량통행이 뜸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 크루즈컨트롤은 특히나 요긴하다. 하지만 자동차가 많은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하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크루즈컨트롤을 제한속도인 시속 60마일에 맞춰놓고 차를 운전하다보면 제한속도보다 늦게 가는 앞차들을 피해 연신 차선을 옮겨야 하는 불편이 있고, 제한속도보다 빠른 65마일 혹은 70마일로 달려오는 뒤의 차들이 쏘아대는 헤드라이트 세례를 받거나 왜 빨리 가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듯 울려대는 경적소리도 감내해야 한다.
고속도로변에 설치해 놓은 속도제한 표지판에 분명히 ‘60마일’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자신은 ‘법이 정한 제한속도를 지키며 운전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운전자’이기 때문에 서행하는 앞차의 운전자의 운전 실력을 나무라기도 하고, 자신을 차를 앞질러 가는 차량의 운전자는 법을 지키지 않는 무법 운전사라고 비난해 보지만, 연신 서행하는 앞차를 피해 차선을 옮기고, 자신의 차를 추월하려는 뒤의 차들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풀고 교통의 흐름에 순응하곤 한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도 가끔은 크루즈컨트롤을 맞춰놓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가족, 직장동료, 이웃, 교인 등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주길 원한다. 누구든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비난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원칙주의자’들로 자신의 인생을 크루즈컨트롤을 켜놓고 달리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만나본 원칙주의자들 대부분은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가족, 직장상사, 부하직원, 이웃, 또는 교인 등 주변의 사람들은 원칙주의자를 불편해 한다. 심지어 원칙을 들이대며 항의하면 ‘또 잔소리야’라며 불쾌해 한다.
후배는 신혼 초 아내와 치약을 놓고 다투었다고 말했다. 치약을 아래서부터 꼭꼭 눌러 짜서 쓰는 것이 원칙이었던 후배는 치약을 중간부터 아무렇게나 눌러 짜서 쓰는 아내가 몹시도 불만스러웠다. 치약을 맨 아래서부터 짜 올라오면 보기도 좋고 절약도 된다는 생각에 치약을 들고 있는 아내를 볼 때마다 잔소리하다보니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까라면 까’라는 직장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친구가 있다. 수긍하기 어려운 업무지시라는 생각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상사가 업무를 지시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결과보고를 반드시 요구해 직장생활이 즐겁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신앙생활에 열심인 어느 지인은 자신은 언제나 예배시간에 정각출석하고 있고, 십일금도 정직하게 구분해 내고 있으며, 교회봉사도 즐겁게 하는데, ‘집사가 저것밖에…권사라는 사람이…장로가 돼서는…목사가 어떻게…’라고 종종 불만을 표출한다.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서 쓰면 쭈글쭈글해지지 않아 보기에도 좋다. 아울러 조금이라도 치약을 절약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원칙일 수 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 직장인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경험이 적은 부하직원은 당연히 자신의 업무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회에 정각출석하는 것, 제대로 헌금을 드리는 것, 교회봉사를 헌신적으로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가져야할 신앙의 올바른 자세다.
차가 적은 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이 요긴하게 쓰이듯,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차가 많은 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고집하다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남녀노소가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르고, 배우고 익힘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는 곳에서는 크루즈컨트롤을 끄고 교통의 흐름에 따라보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양동욱 코메리카포스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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