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의 길 더 멀고 어려워져
텍사스 시민권 신청률 2위···
대기율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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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그리스도인을 잡으러 다메섹으로 향하던 바울이 예수를 만나 회심한 이야기를 듣던 유대인들이 “이러한 놈은 세상에서 없이 하자 살려 둘 자가 아니라”고 “떠들며 옷을 벗어 던지고 티끌을 공중에 날리”는 등 소란을 피우자 로마군대의 천부장은 바울을 데려와 “채찍질하며 신문하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바울이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라고 항의하자 신문하려던 사람들은 물론 천부장 조차도 로마 시민인 바울을 “결박한 것을 인하여 두려워”했다.
사도행전 22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마 시민권은 채찍질로 자칫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바울 구해낸 ‘요술방망이’와 같았다.
사도 바울 당시의 로마 시민권이 죽을 목숨도 살리는 ‘요술방망이’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시민권은 뿔뿔이 흩어져 자식은 미국에 부모는 멕시코에 떨어진 채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요술방망이’다. 때로 미국 시민권은 추방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있는 불법체류자도 구제할 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 역할을 한다.
특히 연방이민국(ICE)의 단속에 적발돼 추방을 앞둔 불법체류자들에게 미국 시민권은 아마도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갖고 싶은 ‘생명줄’일 수도 있다.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이라고 밝힌 바울도 “돈을 많이 들여 이 시민권을 얻었노라”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 유대인들도 로마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민국의 불체자 단속이 강화되고 있고, 합법체류자라도 언제 무슨 일로 쫓겨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오자 미국의 영주권자들이 시민권을 따기 위해 대거 이민국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을 따는 길은 길고 어려워졌다고 ‘NPNA’(National Partnership for New Americans)는 밝혔다.

이민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조직된 시민단체인 NPNA는 지난 한 해 925,000명의 영주권자가 이민국에 시민권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국이 이민법집행을 강화하자 시민권신청을 오랫동안 미루어놓았던 영주권자들이 불안감에 서둘러 시민권신청서를 대거 접수하면서 보통 6개월 걸리던 수속기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주(州)에서는 20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영주권을 받은 지 5년 이상 되는 영주권자들이 추방위험이 적은 안정적인 체류신분을 확보하기 위해 신청한 미국 시민권을 받기 위한 인터뷰를 하려면 어떤 주에서는 최소 2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시민권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앞서 소개한데로 신청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자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2015년 12월31일 현재 388,832명이었던 미국 시민권자 대기자는 2017년 87.59퍼센트 증가한 729,400명으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영주권을 취득한 이후 미국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영주권자들이 730달러의 수수료와 함께 21페이지에 달하는 신청서를 작성해 접수했고, 신원조회를 위한 지문도 제출했지만, 영어시험과 미국 역사시험 등 시민권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어떤 주는 2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시민권시험 대기자가 적다. 캘리포니아에서 시민권신청서를 접수하고 시민권시험을 기다리는 영주권자는 137,538명이지만, 텍사스에는 97,788명으로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텍사스는 또 시민권시험 대기자가 두 번째로 많은 주지만, 대기자 숫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두 번째 주라고 NPNA는 밝혔다.
한편 텍사스 도시들 가운데 미국 시민권을 신청한 영주권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휴스턴이었고, 시민권시험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는 영주권자가 가장 많은 도시도 휴스턴으로 나타났다.
NPNA는 지난 2016년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휴스턴에서 8,991명의 영주권자가 시민권신청서를 이민국에 신규 접수했고, 같은 기간 4,390명이 시민권을 취득한 반면 654명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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