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칼럼]
돌파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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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rosemarieberger.com

최근 이민초기에 만나서 함께 생활했던 한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기억에서 잠시 잊혔던 그였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지난 2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만남의 시간이 끝날 즈음 그제야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동안 괜찮았냐고…
그는 누가 봐도 당시 이민사회에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번듯한 미국 직장에 근무했었다. 하지만 지금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직장의 요즘 상황도 매우 좋지 않거니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리면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먼저 자신이 소속된 곳이 미국 회사이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동질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경쟁사회와 주류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에도 뒤처진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사회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타민족 경쟁상대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그들은 승승장구한다고… 당연히 그들에게 미국은 ‘자기 나라’이기에 이민자인 자신이 알게 모르게 받는 피해와 여러 가지 직장 내의 분위기에 기민한 대응을 보여주고 이른바 ‘포장’을 아무리 잘해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한계선을 쉽사리 넘어설 수가 없다’는 듯 한 넋두리를 표출했다
만남이 길어질수록 그의 모습에서 더욱 답답함을 느낀 점에서 이민사회 역시 누구 한사람이 잘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커뮤니티와 출신 국가의 경제, 문화, 사회, 그리고 역사적인 면이 모두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최근 후배들이 자리만 생기면 이직과 역이민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더 이상 이국땅에 버티는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처음에는 되돌아가는 후배들에게 “스펙을 쌓으려 이곳에 왔냐”며 역정을 내곤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용기 있는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솔직히 앞선다며 씁쓸한 웃음마저 보였다.
현대는 무한경쟁시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회사에 입사하면 이민자의 삶은 성공한 듯 보였다. 일명 ‘잘 나간다’는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며, 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한숨을 주거니 받거니 내쉬다 헤어졌다.
사실 그는 한국에서 소위 일류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 후 과감히 유학길에 오른 인재였다. 수 많은 회사로부터 온 러브콜도 마다하고 혈혈단신으로 미국 땅에 와 살아남은 자였다. 정작 그와의 식사 중에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 자신의 지난 20년 이민생활을 되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나는 누군가? 별 소득 없이, 큰 꿈 없이 상처투성인 채 살아온 세월들이 아쉽기까지 했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이민생활을 하는 걸까? 도대체 나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들의 꿈은 무얼까?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갇혀있다. 우선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위해선 사회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를 염두에 둘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물론 소속된 커뮤니티와 동포들과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정작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어느 세계적 경제학자는 위기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쉽게 흔들리고 정신 줄을 놓치기 쉽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즉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자기 자신의 현재를 보다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 주변을 살펴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자신의 정신, 즉 생각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쉽지만 타인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못한다. 어느 교과서나 철학서적에서 나를 대신해서 살아준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심각한 것은 이같이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지금 나의 상황과 우리네 이민사회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동포 대부분은 대한민국과 동포사회가 모두 ‘위기’라는 인식에 뭔가 변하려는 모습은 보이고 있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역사관과 정치관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다음에 그를 또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리 잘 버텨내자”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하는 자는 많은 재물이나 명예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목표를 뛰어 넘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자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공의 길은 자신의 내부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 출발점일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지금 불안하고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지 않을까.
휴스턴 한인동포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겸허히 이 글을 바친다. 어려운 세상이지만 우리 끝까지 버텨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최영기/ 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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