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칼럼] 6.13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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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차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6.13지방선거 현장을 경험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의 현대사를 통틀어 정치판에 완승과 완패의 결과를 가져온 선거로 기록됐다.
우리는 흔히 ‘역사적’이란 말을 사용한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이할 사항은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공약보다는 정당을 평가하는 선거였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또 민주당의 싹쓸이 승리와 자유한국당의 완패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대한 무관심이 표출되었는데 이 같은 결과는 향후 한국의 정치사사에 이정표가 될 것 같다.
돌이켜 보면 TK(대구경북)는 오랫동안 한쪽으로 경도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까지 무려 28대 0이란 국회의원 분포는 물론 지방의회 권력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시의회는 장식용 비례대표 한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금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몽땅 들어앉았다. 일당독점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다원주의를 제기하는 지역 언론들도 있었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가 눈부시게 발전을 하는 이유는 시의회가 딱히 탁월해서도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세계 3대 미항과 금문교가 있어서도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목할 점은 10여명의 시의원 전원이 민주당 성향이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당이 지방자치를 통제하지는 않는다.
지역주의, 그러니까 특정 지역·도시가 몰빵 투표 성향을 갖는 정치적 현상은 비단 한국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같은 현상은 한편으로 좋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쁠 수도 있다. 좋다는 측면은 확실한 지역의 의사를 표현해서 그렇고, 나쁘다는 것은 상대를 쳐다보지도 않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TK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이정표를 그었다. 지방의회 권력이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7년 만에 민주당 계열 시의원이 지역구에서 탄생했다. 그것도 4명씩이나. 경북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민주당 소속 시장(구미)도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볼 때 TK를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는 서울의 구청장 25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민주당 소속 후보 24명이 몽땅 당선됐다. 경기도의회는 한술 더 떴다. 도의원 선거에서 128대 1이다. 민주당 대 한국당 스코어다. 거의 100% 일당독점이라 해도 무방하다. 정치적 색깔이 확고한 다른 여타 지역은 더 이상 예를 들지 않겠다.
TV로 중계된 전국 시·도지사 선거의 지도를 놓고 대구·경북만 빨간 색깔로 표기되자 불만을 표출한 이들이 등장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대구·경북을 놓고 “북한도 변했는데 여기는 아직도 안 변했네요”라고 빈정거렸다. 소설 수준이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대구가 섬이 됐다”고 한탄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똑같지 않다는 데 대해 불편해하는 전근대적 일원적 사고를 하는 부류가 있다. 그게 잘못 진화하면 모래알 전체주의가 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TK가 여전히 특정 색깔이란 점은 행여 정치적 매너리즘일까 우려하면서도 한편 ‘아! 저 지도 모두가 몽땅 파란색이었으면 대한민국이 좀 재미없었을 걸’하고 느꼈다. 역설적으로 드디어 민주당도 이제 대구에서 비판받을 자격을 갖춘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다.

지방자치는 지역 고유의 개성을 먹고 자란다. 지역이 똑같다면 우리는 지방자치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대다수의 국민들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으로 국민을 가르는 지역주의와 색깔론과 같은 분열주의 정치가 이번 선거를 통해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어쩌면 ‘색깔과 분열’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평등해질 때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분열적 자치’는 그래서 건강한 민주주의의 원동력일 수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야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많은 인내와 자기개혁을 위한 채찍질을 하며 보수를 개혁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영기/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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