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매상으로 본 코리아타운 경기
유가폭락하며 한인경제도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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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코리아타운의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지 오래전이다. “난 시집 안 갈거야”라는 처녀의 말, “이거 밑지고 파는 거야”라는 장사꾼의 말, 그리고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들의 말을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3대 거짓말에 장사가 아무리 잘돼도 “장사가 안 된다”는 거짓말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웃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실제로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휴스턴 한인사회 유일의 한국식품점인 H마트에서는 오래전부터 한인 고객이 줄었다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장바구니도 가벼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생각하는 신문’ 코메리카포스트는 지난주 코리아타운 내 한식당과 술집의 술매상을 조사해 보도했다. 코리아타운에서 영업 중인 19개 한식당과 술집들이 텍사스회계국(Texas Comptroller of Public Accounts)에 보고한 주류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술이 가장 많이 판매된 곳은 한식당 고려원이었다.
술매상 보도와 관련해 대부분의 한식당과 술집은 코메리카포스트 기사가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메리카포스트가 보도한 코리아타운 내 한식당과 술집의 술매상 기사가 실제 매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술매상으로 휴스턴 코리안타운의 경기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식당·술집 늘었지만 매상 줄어
‘생각하는 신문’ 코메리카포스트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코리아타운 내 한식당과 술집이 텍사스회계국에 보고한 주류매상을 분석한 결과 2007년 62만762달러에서 시작해 술매상은 꾸준히 상승했다. 술매상이 2013년 100만달러를 돌파한 후 2014년에는 121만5651달러로 최고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술매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2015년 115만1841달러, 113만3210달러, 그리고 2017년에는 104만6792달러로 겨우 100만달러를 넘겼다. 2017년의 술매상은 100백만달러를 최초로 돌파했던 2013년의 112만9639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2017년 휴스턴 코리아타운 경기가 2013년으로 회귀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물가인상을 고려하더라도 계속 성장하던 휴스턴 코리아타운 한인경제는 2014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8년은 전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으며 미국에서도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하지만, 휴스턴 경제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왔다. 술매상을 놓고 봤을 때 휴스턴 코리아타운 경제는 휴스턴 경제와 동반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2007년에는 코리아타운 내 한식당과 술집의 숫자가 14개였다. 이후 2008년 17개로 늘어난 이후 2016년 19개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23개까지 늘어났다. 코리아타운 내에서 술을 파는 한식당과 술집의 숫자가 2013년 17개에서 2017년 23개까지 증가했지만, 술매상은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식당과 술집이 더 많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술매상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휴스턴 코리아타운의 경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유가 폭락이 직격탄
술매상이 정점을 찍었다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2014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세계에너지수도로 불리는 휴스턴 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호가했던 국제유가가 2014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폭락을 거듭하더니 2015년에 들어와서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호가했을 때 휴스턴의 에너지기업들은 직원을 대량으로 고용했다. 에너지시장 호황으로 휴스턴에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자리를 찾아 휴스턴으로 이주해 오는 행렬이 크게 증가했다. 당시 코메리카포스트는 이삿짐트럭대여회사인 유헐 등이 발표한 자료를 보도하면서 이사를 위해 대여한 트럭의 최종 종착지로 휴스턴이 1위에 올랐다고 여러차례 보도했다.
에너지시장의 호황으로 세계에너지수도 휴스턴의 경제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휴스턴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을 쳤는데, 집 앞마당에 ‘For Sale’ 간판을 세우기 위해 간판을 들고 가는 순간 집거래가 성사됐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휴스턴 경기가 좋다는 소식은 미국 한인사회에도 퍼져 LA와 뉴욕 등 각지에서 휴스턴으로 일자리를 찾아오는 한인들의 숫자도 크게 증가했다. H마트 주차장에는 텍사스 자동차번호판 보다 미국 각 지역에서 온 타주 자동차번호판이 더 많이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경기호황을 타고 휴스턴 코리아타운 경기도 수직 상승세를 보였고, 2014년 최고의 술매상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유가 폭락으로 휴스턴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회사들이 인력을 대거 철수하기 시작했고, 휴스턴 다운타운의 에너지기업들도 서로 앞 다퉈 감원에 나섰다. 2015년부터 에너지기업으로부터 해고한파가 몰아치면서 휴스턴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했고, 휴스턴 코리아타운 경기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에너지회사에서 근무했던 박사급 한인 직장인들이 해고된 후 재취업길이 막히지 휴스턴을 떠나는 한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자리를 찾아 휴스턴에 왔던 타 도시 한인들 중에도도 다시 짐을 싸 돌아가는 한인들도 있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온 어떤 한인은 채 뜯지도 않은 한국에서 부쳐온 짐을 그대로 다시 싣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휴스턴 한인인구가 감소하고, 해고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보니 식당이나 술집을 찾는 발길도 줄었고, 따라서 2015년부터 술매상이 급격이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4년 이전의 호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걸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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