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여야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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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과 방송에는 평화와 전쟁, 제재와 개방, 압박과 지원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선동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전혀 반대의 뜻을 담고 있다. 오히려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상호보완적으로 서로 밀착된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와 사회에 관한 바른 인식과 실천을 필요로 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유전인자적 말들이다.
이민사회를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삶의 깊이와 높이를 나타내는 세로축은 이민 1세대와 1.5세대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민사회를 사회적 관점으로 본다면 넓이를 나타내는 가로축이 바로 한인회다.
반세기 역사를 품고 있는 휴스턴 한인사회와 우리는 삶의 깊이와 높이, 넓이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후손에게 올곧게 물려줄 ‘좋은 마을’인 ‘한인회’를 조성하기 위해선 먼저 바른 실천이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그 시대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과거를 알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어떤 틀로 역사성과 사회성을 한꺼번에 담는 통합된 한인사회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개개인의 전인성이 공동체를 통해 전체 이민사를 채워갈 수 있을까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공동체의 작은 실천들 하나하나, 예를 들면 각 단체에서 진행하는 비슷한 나눔의 행사를 타 단체와 협력하여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선행될 때 비로소 한인사회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공공의 이익과 권리를 찾기 위한 더 높은 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눈부신 발전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억압과 착취, 불분명한 문제와 사건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동반되어 왔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의 중요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한인회라는 이름을 등에 지지 않고, 계급장처럼 양어깨에 달고 거들먹거린다면 동포 전체의 권리는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다. 더 나가서 지도자 스스로가 이 헌신과 희생을 아끼거나 외면한다면 이민사회를 불편하게 만드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인회는 가장 먼저 동포사회의 공공성을 잊어선 안 된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사는 것, 개인과 집단, 국가, 나아가 인종, 인류를 넘어 함께 사는 의식을 말한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한인회가 드디어 출범했다. 한인회관이라는 건물이 단순히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겉보기만 매끈해 보여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현미경으로 생물체를 확대해 보면 단세포들의 모습이 거의 그렇다. 단세포 동물은 혼자 살 수 밖에 없고 번식도 혼자서 한다. 그러나 진화된 다세포 생물의 세포는 보기엔 울퉁불퉁하지만 그래서 이웃 세포와 그 울퉁불퉁한 표면을 경계로 서로 한 몸을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작은 이민사회는 다세포이다. 비록 작은 공동체이지만 그렇다고 단세포처럼 매끈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휴스턴 한인사회에는 단세포 같은 단체가 몇 몇 있다. 아메바와 같은 모임을 말한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사는 계모임 같은 것을 뜻하는데 이런 조직은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전혀 없다. 지역사회 발전은 고사하고 걸핏하면 비아냥거림과 불평만을 토로해댄다. 지역 장학금을 내놓거나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기에 자신들이 서서히 고립되어 가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새로운 집행부들은 이러한 한인사회를 구조적으로 세심하게 살펴 먼저 연대의식을 증대하는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 어렵사리 마련한 한인회관에 사람이 보여야 한다. 사람이 있어야 마을도 보이지 않겠나?
힘든 일인 줄 알지만 이민사회의 장단기 발전을 모색하고 한인사회를 키워 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휴스턴 이민사회는 60여년전부터 생명체를 가진 조직이었다. 생명체란 끝없이 번식하고 증식해 가는 힘을 필요로 한다. 번식이 중지되면 생명체는 당대로 수명을 마감하게 된다. 이민사회의 구심점인 한인회의 대표자는 물론 구성원 모두는 단순히 한인회만을 위하지 말고 이민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갖고 왕성한 분체성 있는 활동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예수께서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말씀하셨다. 조직 안에 지혜로움이 없으면 미성숙해지고 이 때문에 내부의 분열과 외부의 반공동체적인 조직들의 공격이나 시기로 인해 조직 자체가 와해되기 쉬움을 예로 들었다. 다소 부담스러운 당부 같지만 양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목자의 심정으로 한인회를 이끌어 가길 바란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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