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체류신분 확인은 합법”
텍사스연방항소법원, SB4 ‘합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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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서류 보여달라.”
텍사스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되면 경찰로부터 ‘불법체류자’(불체자)인지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증빙서류가 없거나 소지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당하거나 이민구치소 수감, 최악의 경우에는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
텍사스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13일(화) ‘피난처도시금지법안’(SB4)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텍사스주의회는 지난해 5월 휴스턴 경찰과 해리스카운티셰리프 등 텍사스 내 지역 경찰이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피난처도시금지법안’(SB4)을 통과시켰다. 그랙 애보트 텍사스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SB4는 텍사스 주법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지역 경찰이 연방정부 소속인 이민단속국(ICE)의 업무인 불체자 단속에 협조하는 것은 지역치안에 전념해야 할 경찰의 주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민자사회와의 관계도 악화돼 강력범 검거에 필요한 제보 등 정보가 차단될 수 있다며 SB4 시행에 반대해 왔다. 특히 휴스턴, 달라스, 샌안토니오, 어스틴 등 텍사스 주요 도시들은 SB4를 저지하기 위해 텍사스주정부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샌안토니오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재판에서 휴스턴 등 도시들이 승소했다. 그러자 켄 팩슨(Ken Paxton) 텍사스검찰총장이 즉시 항소했고, 뉴올리언즈에 있는 제5호 연방항소법원에서 항소심이 열렸다. 제5호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3일 SB4 내용 중 1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판사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1명 판사 등 공화당 소속의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제5호 연방항소법원 합의재판부는 앞으로 휴스턴 등 도시들이 연방대법원에 항소하더라도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SB4는 텍사스주의회에서 통과된 대로 시행하라고 명령했다.
제5호 연방항소법원 합의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SB4는 즉시 시행이 가능해지면서, 텍사스 이민자사회가 또 다시 동요하고 있다.
이민자들은 사소한 교통법규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면 앞으로는 경찰관으로부터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증빙서류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ICE는 불체자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ICE에 체포되는 불체자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불체자단속이 강화되면서 가뜩이나 이민자사회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주정부와 시정부 차원에서도 불체자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이민자사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휴스턴에서 체포된 불체자
미국 도시들 중 2번째로 많아
‘생각하는 신문’ 코메리카포스트는 지난 2월15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연방국토부가 발표한 불체자 체포 및 추방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체자 체포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달라스였고, 달라스에 이어 휴스턴이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달라스에서는 1만6520명의 불체가가 체포됐는데, 같은해 휴스턴에서는 1만3565명의 불체자가 체포됐다.
휴스턴과 달라스에 가장 많은 불체자가 체포된 만큼, 지난해 미국에서 불체자 체포가 가장 많았던 주는 텍사스였다. 휴스턴과 달라스에 이어 텍사스의 또 다른 대도시인 샌안토니오에서 8,510명의 불체자가 체포됐다.
휴스턴에서 체포된 불체자 숫자는 지난 2014년 1,619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에 감소세를 보였는데, 멕시코 국경장벽설치 등 강경한 반이민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불체가 체포가 급증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퓨리서치가 연방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민단속국은 지난 2017년 9월까지 총 14만3470명의 불체자를 체포했는데,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불체자 체포와 함께 추방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추방이 이민법정이나 이민구치소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체포건수와 추방건수에서는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미국 도시들 가운데 가장 많은 불체자 추방이 있었던 도시는 텍사스의 샌안토니오로, 이 도시에서는 총 5만5313명이 추방됐다. 같은 해 휴스턴에서도 1만3598명이 추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5호 연방항소법원 합의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SB4가 시행되면 앞으로 휴스턴에서 체포되는 불체자 숫자는 더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체류신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인들은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 텍사스지부(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of Texas·ACLU-Texas)는 SB4가 시행도면 경찰의 불법체포, 인종차별 행위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이민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커뮤니티차원에서 이민자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LU은 특히 SB4와 관련한 텍사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방문객들이 있다며, 자칫 여행이나 친지 방문 등으로 텍사스에 왔다가 경찰의 교통법규 단속에 적발돼 불이익을 당하는 방문객들이 있을 수 있다며 주위에 텍사스의 사정을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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