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민국(USCIS)이 지난 22일(목) 전문직취업비자(H-1B)에 대한 실사를 강화하겠다는 발표에 H-1B 신청을 준비하던 이민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민국은 “H-1B 악용에 맞서기 위한 방어책 강화”(USCIS Strengthens Protections to Combat H-1B Abuses)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민국은 보도자료에서 고용주는 왜 외국인을 고용해야만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H-1B 신청자가 언제, 어디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적시한 일과표 제출도 요구하는 등 심사를 강화해 H-1B의 악용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민국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산을 구입하라”(Buy American), “미국인을 고용하라”(Hire American)는 구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 피해 클 듯
이민국은 오는 4월1일부터 H-1B 신청서를 접수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벨리 기업 등에서 일하기 위해 H-1B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민국의 H-1B 강화조치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취업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전까지 누렸던 미국 유학생이라는 프리미엄도 사라지면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 직장을 찾으려는 유학생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국은 지난해 8만5,000명에게 H-1B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석사학위 이상에게 제공되는 20,000만명이 포함돼 대졸자에게 제공되는 숫자는 6만5000명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신청 5일만에 20만명이 신청하면서 접수를 조기에 중단했다. CNN은 이민국이 5년 연속 접수시작 5일만에 접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H-1B 신청자 숫자는 지난 2013년 가장 낮았다가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23만6000명이 신청해 최다를 기록했다.
H-1B 비자는 처음 3년간 유효하며 최대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4월1일부터 신청하지만 실제로 고용이 허가되기 시작하는 날짜는 10월1일부터지만, 급행료를 내면 15일 이내에 가부를 통보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 제도를 중단시켰다.

기업들 스폰서 주저할 듯
이민국은 H-1B를 이용해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고용주에게 언제, 어느 장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국은 고용주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의 3년 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3년 동안 외국인 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민국은 3년 이하의 H-1B 비자를 발급한다는 것이다.
이민국은 또 외국인 고용자가 실제로는 일하지 않고 노는 것(benching)도 막겠다고 밝혔다. 고용주가 H-1B로 외국인 기술자를 데려와서 일정기간 특정한 일거리를 주지 않은 채 임금까지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민국은 어떤 프로젝트는 잠시 동안만 외국인 기술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만 미국 체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고용주가 H-1B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H-1B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악용하고 있는지, 이민국은 또 H-1B 악용을 어떻게 막아내겠다는 것인지 등의 문제는 민감 사항으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연방형법전문가는 CNN에 인력회사가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력회사는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해 인력이 필요한 회사에 지원해 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일부에서는 이민국이 이들 인력회사를 타켓으로 H-1B 정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민국이 인력회사를 타겟으로 삼았다면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인력회사를 통해 이민국이 발급하는 H-1B 비자의 70%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이민국이 H-1B 발급을 제한하면서 인도 기술자들은 눈을 캐나다로 돌리고 있다. 캐나다는 아직까지 외국인 전문직기술자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CNN과 인터뷰했던 연방형법전문가는 이민국이 H-1B를 통해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구체적인 서류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H-1B 악용을 상당한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들이 허위로 자료를 제출했다가 실사에서 발각되면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H-1B를 통해 외국인 기술자들을 고용하려는 회사들이 연방검사로부터 기소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H-1B를 통해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회사는 늘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에서 직장을 잡으려는 외국인 기술자들이나 유학생들은 미국 기업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한국인의 1,857명이 H-1B를 통해 미국 기업에 신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1,870명 보다 약간 숫자가 줄었는데, 이민국이 올해부터 H-1B 정책을 강화하면 미국에 오는 한국인의 숫자는 더욱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이민까지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면 앞으로 미국에 오는 한국인은 더욱 줄고 미국의 한인인구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양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