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되길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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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한국시간)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김보름,박지우 뒤 멀리서 노선영이 따라 붙고 있다. scchoo@newsis.com

<우연을 빌어>
휴~/긴숨 한번 몰아쉬고 나면/나는 울고,
당신은 웃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우연히/정말 우연을 빌어/만날 수 있다면/가랑비 내리는 날
어느 한적한 공원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그만한 곳이 없기에. 온통 녹색으로 물든 숲 속에서/그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면/ 금새라도 달려 올 것만 같다.
내 마음이 오늘은/높은 파도를 만났지만/
사방을 둘러보아 /조금 낮은 자유를 찾아
헤엄친다. 살다보면 어찌 파도를 만나지 않고/ 힘든일 하나없이/그리워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리움 없이야/어이 살 수 있으랴.
– 최영기/2018년 작시 –

복잡한 심상을 털어버리려 모처럼 TV를 켰다가 화들짝 놀랐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내용이 어처구니없었다.
3명이 함께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달려야 하는 팀 종목에서 1명(노선영)이 크게 뒤처졌고 다른 2명은 그를 ‘버려두고’ 결승점으로 달렸다. 팀워크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왕따’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논란은 증폭되었다.
팀추월은 3명의 선수 중 마지막 선수가 들어온 시간으로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 동료와의 호흡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좋은 기록을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팀워크는 없었다.
경기와 인터뷰를 지켜본 후에 도저히 국가대표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었다. 올림픽은 열렸으나 스포츠 정신은 증발된 모습이었다.
사실 팀추월이라는 종목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혹시 일부러 ‘왕따’를 주도하는 모습을 국가대표들이 보였다면 세계적 망신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실망스러운 역사적 사건이 될 것 같다.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팀경기에서 일부러 한명을 버려두고 가는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보름과 박지우는 왜 노선영이 뒤처지는 상황을 외면했을까. 노선영은 얼마 전 빙상연맹의 행정업무처리 미숙으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뻔한 사실도 있었다. 선수 간 갈등이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잊게 한 원인이라면 함량미달이다.

【강릉=뉴시스】 추상철 기자 = 21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준결승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이승훈,김민석,정재원)이 역주하고 있다. 2018.02.21.
scchoo@newsis.com

우리사회에도 남의 시선이나 생각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폭주했던 행동은 없었는지,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매도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왕따를 시킨 일도 되돌아 봐야 한다. 팀추월 경기처럼 조금 부족하고 힘겨운 이웃을 멸시하고 외면한 적은 없었는지도 되돌아 봐야한다. 이제라도 온정의 손길을 내밀 여유가 필요함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사회를 대표한다면서 정작 자기 이익만을 내세워 일을 그르친 일이 있다면 자숙이 필요하지만, 이웃을 위해 헌신했다면 상응의 보상과 칭찬이 필요한 시기이다.
과연 지난 한 해 동안 동포사회를 위해 가장 솔선수범한 봉사자는 누구일까? 금세 이름을 거명하진 못해도 지금 이 순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을 다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건강하게 지탱하고 전진하는 것이다. 우려컨대 남이 잘되길 바라진 못할망정 그릇을 깨어선 안 된다.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간단명료하지만, 이것처럼 책임이 무거운 말도 드물다. ‘하나’라는 유일 체에선 어떤 불평도 불만도 있을 수 없다. 하나가 어떤 이유에서 둘이 될 때 결국 갈등의 불씨는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휴스턴 한인사회가 하나 되길 바라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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