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 인상폭 제한해야”
“도로는 무슨 돈으로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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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세(property tax)가 너무 높다”고 항의하는 텍사스 주민들이 “도로는 왜 이 모양이냐. 학교수준은 또 왜 이렇게 형편없냐”고 화를 낸다.
동네의 구멍 난 도로를 메우는 것도, 자녀들이 다니는 초·중·고등학교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부동산세’가 하는 일이다. 주택소유주와 건물주로부터 부동산세를 걷어 동네 도로도 포장하고 우수한 교사를 모셔오도록 학교예산도 지원한다. 부동산세는 또 도둑을 잡고 살인자도 검거하는 경찰관과 집에 불이 났을 때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도 고용한다.
텍사스에서는 부동산세가 과하다며 인상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네를 안전하고 살기좋게 만들려면 부동산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부동산세 인상폭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랙 애보트(Greg Abbott) 텍사스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소속의 텍사스 주상·하원의원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공화당 소속의 애드 애미트 해리스카운티저지와 민주당 소속의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시장 등 지방정부 정치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부동산세 인상폭 2%로 제한”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주지사에 당선된 후 재선에 나선 애보트 주지사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세 인상폭을 2%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애보트 주지사는 지난해 8월 의회가 ‘방학’(?)을 하면서 어스틴을 떠났던 의원들을 다시 주의사당으로 불러 모아 특별회기까지 소집해 부동산세 인상폭을 제한하는 법안통과를 밀어붙였다. 같은 공화당 소속으로 휴스턴 출신인 댄 패트릭(Dan Patrick) 부주지사와 주상·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부동산세 인상폭제한안이 통과될 수도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애보트 주지사의 부동산세 인상폭제한 시도는 인상폭을 놓고 상원과 하원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무산됐다. 하원에서는 휴스턴 등 지방정부가 부동산세를 6% 이상 인상하려면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법안을 수정하자는 입장이었고, 상원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인상폭을 4%로 낮추자고 주장했다. 상하원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애보트 주지사가 의욕을 보인 부동산세 인상폭제한안은 특별회기에서도 결론을 짓지 못했다.
그러자 애보트 주지사는 2%라는 주민투표 요구조건을 더 강화한 부동산세 인상폭제한안을 공약했다. 애보트 주지사가 공약한 이 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휴스턴, 달라스, 어스틴 등 시정부나 카운티정부가 부동산세를 2% 이상 인상하려면 반드시 주민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휴스턴시는 인구증가와 물가상승을 고려해야 하지만, 주민투표 없이 4.5%까지 부동산세를 인상할 수 있다. 시 재정의 약 46%를 부동산세수에 의존하고 있는 휴스턴시는 애보트 주지사의 공약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시 예산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터너 시장은 방송에서 휴스턴시는 800명에서 1,500명의 경찰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휴스턴경찰노조도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하다보면 인력부족으로 절도와 같은 상대적으로 긴급을 요하지 않는 사건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스턴시의 지난 2017년 예산은 전년대비 8,200만달러 적은 23억달러였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비해 시예산은 축소되면서 휴스턴시는 지난해 54개 자리를 없애는 한편, 시 공무원 40여명을 해고했다.
당시 터너 시장은 시예산 축소를 발표하면서 공원과 도서관 서비스는 예전과 같이 제공하고, 경찰관과 소방관도 감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동산세 상승폭제한으로 세수가 줄면 시정부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경찰, 소방, 쓰레기, 도로보수공사, 공원, 도서관 등 각종 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터너 시장은 주의회의 부동산세 인상폭제한 시도에 불만을 표해왔다.
터너 시장은 허리케인 하비를 예로 들며 “도시에 사는 것을 선택한 텍사스 주민들 중에는 시가 (허리케인 하비와 같은)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길 기대하지만, 주의회가 지방정부의 목줄을 죄면 시는 시민들이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실제로 터너 시장은 허리케인 하비로 휴스턴에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지만, 애보트 주지사가 주예산에서 긴급복구비지원을 주저하자 휴스턴 복구를 위해 부동산세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애보트 주지사는 휴스턴에 5,000만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불났을 때 소방차 원하나?”
부동산세 인상폭제한(Senate Bill 2)은 폴 베틴코트(Paul Bettencourt) 주상원의원이 발의했다. 베틴코트 주상원의원의 지역구는 휴스턴 코리아타운과 인접한 메모리얼, 저지빌리지, 사이프레스, 그리고 탐볼을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베틴코트 상원의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수입은 13.9%가 증가했지만, 부동산세는 33.7%가 증가했다며 부동산세 인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스모닝뉴스는 팩트체크를 통해 텍사스회계국(Texas comptroller)과 연방경제분석국(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부동산세는 수입증가와 비슷한 속도록 인상돼 왔다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또 같은 자료에서 베틴코트 상원의원이 주장하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자료에서도 개인의 수입증가폭이 오히려 부동산세 인상폭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인터넷구매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었을 때 토론회가 열린적이 있었다. 이때 연방정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했던 란 커크 달라스시장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커크 달라스시장은 상점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 세금을 내는데 인터넷에서 구입해도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이 제지되자 커크 달라스 시장은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했는데, 집에 불이 났습니다. 당신은 인터넷으로 소방차를 보내기 원하십니까 아니면 진짜 빨간색 소방차가 오기를 원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빨간색 소방차가 오길 원한다고 답했다.
빨간색 소방차가 오기 위해서는 부동산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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