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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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책들. 2017.02.16.(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시, 수필, 산문, 소설… 무수히 많은 책들이 서점과 도서관을 가득 메우고 있고, 찾는 이들을 한 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바보는 책 한권 읽고 세상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듯 길거리로 뛰쳐나와 떠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도 좋다. 책이 주는 감동과 삶의 향기에 취하면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책에선 알 수 없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싱그럽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맑은 아침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은 푸르다. 푸른색 하늘을 보노라면 마음도 푸르게 된다. 청운의 뜻을 품는 것이 학문에 대한 갈망이듯이… 물론 살다보면 색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늘은 시원함도 있지만 두려움 역시 함께 가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하늘에서 향기가 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향기를 뿜어주는 하늘이 우리를 맑은 마음과 더불어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 하늘을 이 세상 어떤 값 비싼 보석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맑은 마음에서 시작된 생각은 그만큼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해가 바뀌고 또 한 해를 꾸려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연초가 되면 새로운 다짐으로 이어가기도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람이고 주변 환경이다. 학문이란 걸 알고 어린 시절 읽었던 <사서삼경>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 옛 시대의 학동들이 천자문과 같이 서당, 학당에서 기본적으로 배웠던 서책을 중년의 나이에 다시 펼쳐보면 그 감회는 남다르기까지 하다.
이민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한인동포들은 어려운 처지나 힘든 일상에서 잠시, 아주 가끔씩은 옛날을 돌아보게 되며 어느 지인이 빌려준 <금강경>을 보았다. 특히 책장 구석에 낡고 오래된 고서로 분리되는 <명심보감>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인간관계의 교본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이 책에는 충효예지의 사상에서 비롯된 우애와 예절, 우정과 사람들에 대한 배려, 겸손함과 치우치지 않은 판단력 같은 것들을 아우르는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에 대한 문제의 답이 담겨져 있고 또한 옛 성인의 이야기와 속담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이 잘 정돈되고 간추려져서 지금에 와서도 무척 도움이 되는 글들로 모은 책이다.
지금 50세를 전후해서 국한문혼용 국정교과서로 공부하지 않은 세대들에겐 다소 생소하기도 하겠지만 학창시절처럼 더듬더듬 거리며 옥편을 찾아 한자를 맞추어가며 읽어보는 동안 ‘옛글에서 어떻게 이러한 통찰을 얻어낼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과 탄식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아직도 궁금함은 많이 남아있다. 옛날 사람들 이야기가 어떻게 요즘 시대에도 이렇게 필요하고 절실한 부분이 되었을까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의 공부는 요즘처럼 돈을 위하고 올라갈 자리를 위하고 남을 무시하며 아랫사람, 윗사람을 구분하는데 쓰라고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기본을 세우는 공부였고 사람의 인성의 처음을 상세히 가르쳐주는 보석 같은 학문이었다.
산업발전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대도시로 집중하여 모든 문화가 성장 발전하던 시대가 되면서 이웃 간의 정은 서서히 사라져 갔고, 가족 간의 대화 역시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집안에 사람이 들어오는 일 없는 현대사회가 되었다. 그래도 그 옛날의 정취를 생각하며 사람을 대하고 자식을 공부시키는 것에 매를 들어 가르치는 일에 지체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 세대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채근이나 질책 앞에 얼굴을 붉힌다. 또 남의 일에 애써 간섭하고 흥분하는 버릇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나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려면, 상대의 이야기도 들을 줄 아는 인내심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다양한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지난 시대와는 달리 현대는 너무도 단출하여 냉기마저 느끼게 된다. 특히 최근 나온 소설이나 수필집을 보면 가족이란 소재 대신, 일대 일의 관계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소재로 애증과 원한, 만남과 이별, 돈과 명예, 하물며 사랑을 전쟁의 소재로도 다루고 있다. 작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이란 소설은 TV문학관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전쟁이후 뿔뿔이 흩어져 버린 가족과 낯선 이웃이 한 지붕 아래에서 만나 어떻게 가족관계가 형성되는 지를 상세하게 묘사했던 적이 있다. 잃어버리고, 흩어져버린 가족들…
책을 마무리해서 읽을 시점에서 자녀들을 기르는 일, 살림살이에 매진한 부인, 무한경쟁 시장에서 지쳐가는 남편들이 떠올랐다. 사회생활 가운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허다하고, 그저 하루하루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이 이민사회이다. 자신의 교양과 문화양식을 함양할 틈도 사실 없다. 공부는커녕 마음 놓고 편안히 책 한권 읽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
한 손 놓고,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어디선가 누군가 전화라도 주면 그때부터 마음이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 마냥 웃던 세월은 지나고 이제 삶의 끝자락에 서있다. 여기가 어딘가? 그리고 나는 누구며, 너는 또 누군가? 삶의 터닝 포인트,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간혹,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나고 책이 나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기분을 느꼈다. 그저 옛 글을 읽었을 뿐인데… 돋아 있고 삐뚤어져 내 팽개쳐진 나 자신의 삐뚤어진 모습이 하나 둘씩 눈앞에 나타난다.
손을 호호 불며 연필 끝에 침을 발라가며 공책의 네모난 칸을 메워가며 베껴 쓰고 따라 쓰고 해서 외우고 싶은 구절이 많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왜? 그런 글들이 지금까지 내 삶 속에서 까마득하고 철저히 왜면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과 지식함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좋은 책과 구절을 읽을 수 있고 옛 책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어야 하며, 아무리 컴퓨터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손 치더라도 누군가는 자판의 글을 입력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 이제부터 책을 펼치자! 의무교육기간 동안 배웠던 많은 지식의 창고의 문을 새해를 맞아 활짝 열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마음의 양식에 뭍은 먼지를 털어버리고 고향에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마지막 인생의 꽃을 책과 의무적으로 함께 하자!
<명심보감>이 어느덧 내 앞에 서 있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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