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리카포스트 시론 II]
‘최초’ 총영사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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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첫날 동포사회를 찾은 ‘최초’의 총영사. 동포 언론사를 방문한 ‘최초’의 총영사. 동포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최초’의 총영사. 한인2세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최초’의 총영사. 동포단체장을 초청해 신년인사회를 가진 ‘최초’의 총영사.
김형길 휴스턴총영사는 부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최초’의 파격행보를 선보이며 동포사회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휴스턴의 동포들도 의욕적으로 일하는 김형길 총영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는 김 총영사에게 조금 더 동포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휴스턴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이하 총영사관)은 지난해 10월3일 총영사관 관저에서 제4349주년 개천절 경축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 휴스턴 한인동포사회 주요 단체장을 비롯해 주류사회 주요 인사들이 초청됐다. 당시 총영사관은 허리케인 하비로 휴스턴이 여전히 수해로 고통받고 있고, 개천절을 통해 휴스턴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평창 동계올림픽도 홍보하는 차원에서 호텔 대신 규모를 축소해 관저에서 행사를 갖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휴스턴 최고급 호텔 중 한곳에서 하던 개천절 경축식 행사를 총영사관저에서 한 것은 당시 사정을 감안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손님 대접’이라는 차원에서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단체장들 중에는 한국을 알리는 행사에 손님, 특히 외국 손님들을 초대하면서 한국을 소개하고 알리는 한국 음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단체장들도 있었다. 이 같은 단체장들의 지적에 총영사관도 문제를 인식하고 실수를 인정했다.
한국인에게 있어 음식은 초대한 손님을 얼마나 환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당시 외국인이 주요 초청 인사였고, 외국인 주빈에 맞춰 행사를 기획했을 수 있지만, 총영사관이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에 있어서 동포들과 눈높이가 달랐던 것 같다.
혹시 동포들이 이전 총영사들의 접대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총영사관이 주최한 행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지적하는 것은 주제넘은 간섭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동포단체장들이 불편하게 생각했다면 외국인 손님들 중에도 불편해하는 손님이 있을 수 있다.
총영사관이 지난 9일(화) 가진 신년인사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행사의 참석자들은 주로 휴스턴의 한인단체장들이었다. 특히 연로한 단체장들이 다수 참석했다. 칵테일파티 형식으로 진행된 당시 행사에는 다수의 어르신들이 참석했지만 앉을 의자도 없었고, 행사 내내 서있어야 했다. 행사가 점심시간대에 열렸지만 제공된 음식은 ‘핑거푸드’ 수준이었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세련되게 보이려고 했는지 와인이 오갔다.
차려놓은 음식 일부는 일찍이 동났고, 행사가 끝난 후에도 와인이 담긴 와인 잔들은 동그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신년인사회가 식사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행사는 점심시간대인 12시 호텔에서 열렸다.
미국에서 칵테일 잔이나 와인 잔을 들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는 칵테일파티는 익숙한 그들의 문화다. 비록 수십 년을 미국에 살고 있지만 휴스턴 한인동포들에게 칵테일파티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연만한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총영사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동포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총영사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자칫 내용을 간과한 채 형식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잔치를 열었다는 것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잔치의 내용까지 알차면 금상첨화다. 잔치 내용이 알차다는 것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이기 보다는 참석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포들을 초청하는 행사에 동포들의 문화와 정서를 헤아리는 노력을 배가하면 ‘최초’의 수식어를 가진 총영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더 빛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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