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위해선 정당한 명분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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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사학자 리처드 H. 토니는 “올바른 사회제도란 인간을 분열시키는 차이보다 인간을 통합하는 공통의 인간성을 가능한 강조하고 강화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각종 사회제도나 규정은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드는 것이지만, 힘 있는 기득권들이 제멋대로 만들고 사용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는 여론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론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렴해야 한다.
요즘 흔히들 ‘내로남불’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사회적 동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뜻에서 상대와 내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인사회는 이민1세대와 1.5세대를 이어주는 메신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단체가 어떤 제도와 규율을 갖고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 결정하지 못한다면 이것 자체가 편향적인 주장 즉, 분열적 사회제도를 양산한다는 뜻이다.
분열적 사회제도는 경쟁을 찬양하고 개인의 능력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모든 사람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사회와 단체를 해체, 분열시킨다.
분열적 제도는 정상적이지 않은 이론과 주장을 바탕으로 형성되지 않은 관행, 절차, 집단 이기주의, 아무도 부여하지 않고 검증조차 받지 못한 채 동포사회를 흔드는 비합리적인 논리를 강요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동포사회는 개개인의 권익과 안녕을 가장 중시하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한인회 문제는 지난 60여년간 동포들과 동고동락했음을 부정하거나 특정인을 지목해서 잘잘못을 탓하자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회장단 부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좀 더 지켜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인회는 정치적 중립과 동포단체를 대표한다. 그 목적과 취지, 그리고 임무가 정관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만, 강제성을 논하기 전에 동포들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이뤄졌기에, 보는 이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기억한다면 법이 엄격할수록 그 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절차의 정당성과 명분을 지켜야 한다. 조급한 나머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민역사에 대표적인 분열적 사건으로 생생히 기록될 것이다.
현재 급하게 거론되는 단체 간 통합적 방안만을 명분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개인의 주장과 이타주의를 촉진하고 사회를 통합시킬 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보편적 단체통합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지도자급 인사들의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로 인하여 한인회라는 배를 일부 특정인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아직까진 없는 듯 보인다. 사회적 결속을 강화시키기는커녕 또 다른 반목만을 불러오게 될는지도 모른다.
물론 앞서서 도모하고 실행하는 몇몇 인사만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선 기존 정관을 전면 개정하고, 이를 위해 공평한 사고와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원칙을 만들어 동포사회의 중론을 거쳐야 한다. 매 2년마다 교체되는 회장, 그것도 봉사 직 단체장에게 요구되는 각종 제도와 규율이 어쩌면 지나치게 높고 엄격하여 족쇄를 채우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지난 수년간 한인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필자는 신임 회장이 정관에 손을 얹고 정관을 준수하겠노라 서약하는 모습을 보았다. 보편적 사고에 의한 정당하고 엄숙한 자세이다. 우리는 우선 자신의 주장과 권리를 내세우기 전에 책임과 의무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회원은 반드시 회원으로써 맡은바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지도자는 이를 준수한 회원들을 끝까지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책임과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채 남 탓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원칙은 원칙이다. 원칙은 동포사회를 지켜주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 당연하게도 분열적 사회제도는 불평등을 확대하는 반면 통합적 사회제도는 불평등을 축소한다.
어떤 제도를 만드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불평등이 달라진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자연적 질서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간의 모든 삶을 나눔에 있어 약속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의 분열만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동포사회를 유지하고 통합시키기 위해서 자칭 지도자라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은 우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통합적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불협화음을 완화하는 통합적 제도의 실행을 위해서 동포사회의 여론조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불협화음, 볼멘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저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루속히 한인회원의 등록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휴스턴 한인이민사 최초로 대대적인 ‘한인회 회원 확장운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직 한인회장들과 임원, 이사, 그리고 각 단체장들은 모두 발 벗고 나서주길 바란다. 동포들을 진정으로 돕고자 한다면 최소한 이러한 일에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단체통합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라. 그렇지 않다면 휴스턴 한인사회는 스스로 자멸과 공멸의 길로 빠져들게 될 것이며, 이민사가 적힌 소중한 책자는 마치 길가에 버려진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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