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것은 털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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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1세대와 1.5세대가 점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간격만 넓어지고 있는 이민사회의 현주소가 말로는 세대교체를 표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잊히는 것이라고 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병들어 누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친구·주변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것이라고 했다. 죽어서도 잊히는 것이 두려워 무덤을 만들고 또 자손들을 모아 제사를 지내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는 그동안 차세대, 2인자를 육성하지 못했다. 무조건 어른(?)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는 유교적 한계점에 매달린 채 내일을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했다.
공동체사회란 무엇인가. 휴스턴 한인사회가 몇 몇의 주장과 고집만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동안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기초 없는 편향된 정치적 사관에 빠지기 십상일 것이다.
이민의 역사는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아무도 관심 없고 그저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목에 핏대를 올리는 일로 세월을 보내기가 허다하다. 결국 미래에 대한 어젠다의 준비가 없다는 말이다.
2주 후면 격동의 2017년도 역사 속으로 저물어갈 것이다. 올해는 한국은 물론 휴스턴 한인이민 역사에서도 다시 있을 수 없는 대결과 갈등, 혼란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이어 보수는 참패를 당했고 진보가 집권했다. 혼란 중에 한 설익고 급조된 문재인 정부는 국정준비와 인사, 그리고 외교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로 인한 여파가 이곳으로 전해져 왔다. 한인사회 역시 모든 것이 꼬여져 있다. 이유인 즉 어느 하나 확실한 어젠다가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핵 외교 실패로 안보는 위기에 처해져 있고, 경제 또한 어려운 형편이다.
이민사회는 한국의 복사판이다. 어느 누구하나 책임 질 사람 없이 담 넘어 불구경식이다. 동포사회의 동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은 선배, 원로들의 지도력과 후원이 제 역할을 해줄 것 같지도 않다. 무능은 고사하고 남 탓하기에 분주하다. 한인사회는 이제 겉돌기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인회관을 둘러싼 통합이니 연대니 하는 말은 단지 말로만 무성하지 정작 동포들의 기대와는 사뭇 멀게만 느껴진다.
결국 ‘돈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인회의 예산이 회장의 능력에 지나치게 치우쳐야 했었던 원인은 다름 아닌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기획부재이라고 생각된다. 2년 전 한글학교와 KCC의 통합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본인은 아직까지도 그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통합이 되면 어느 한쪽이 사라져야 한다. 즉 탑(Top )이 하나여야 한다. 둘의 이름이 버젓이 병존, 병기하고 있는 것은 연대이고, 연합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의구심은 특히 연로하신 동포들이 갖고 있다. 한인회관이 마치 개인재산이나 건물을 관리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는 곤란하다.
물론 초기 건립기금 마련에 지대한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결코 개인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 동포 모두의 자산을 재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와 양심을 나 몰라라 해서는 더욱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개최된 여러 단체의 행사에 크고 작게 기부를 해왔지만, 투명성 있는 결산을 그때, 그때 본 적이 드물다. 우리가 손 놓고 방관한 탓은 아닐까.
이러니 한인단체에 대한 동포들의 신뢰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재정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점수로 매기라면 나는 욕먹을 각오로 100점 만점에 45점을 줄 것이며 단체장의 참여도와 지도력, 공정성의 순위 또한 100위를 기준하여 평균 70위이하라고 말할 수 있다.
하기야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9월 발표한 2017년 국제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137개 국가 중 90위에 불과하니 동포사회인들 오죽하겠나.
동포사회의 경제규모, 교육수준 등과 비교하면 창피한 수준이다. 한국 정치는 물론 휴스턴 동포사회 역시 이래서는 안 된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열망에 앞서 참여의식부터 높여야 한다.
새로운 이민문화의 첫 출발은 과감한 세대교체와 지속적인 지원이다. 특히 이민 1세대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차세대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후원해야 한다는 것이 인적 핵심이다.
한 예로, 1979년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영국 노동당은 41세의 토니 블레어를 당대표로 선출했다. 그리고 3년 뒤 18년 보수당 정권을 물리치고 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이 된 보수당도 동일한 전략을 채택했다.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건 39세의 데이빗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다.
그리고 5년 뒤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1971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39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스의 마크롱을 배워야 한다.
이렇듯 이민사회의 발전을 위해선 어젠다의 리프레임(reframe)이 필요하다. 권위주의 원로와 무능한 차세대는 구시대 유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인동포사회를 전반적으로 대수술하여 제2의 황금기를 우리 스스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어느 선배의 말처럼 “개나 소도 하기 싫어하는 일”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우스운 꼴이 될지도 모른다.
한인사회의 기초구조가 잘못 설정되다보니 단체 운영행태와 이민문화도 많이 왜곡되었다. 이번 기회에 등록회원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만성적인 예산부족과 정치, 이념적 갈등, 보수와 진보의 뿌리 깊은 다툼은 구시대 정치꾼이 만든 분열의 산물이다. 한인사회 단체장은 권력자가 아닌 동포들을 위한 봉사, 나눔의 마당을 통해 창의적 이민사회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되어진다.
끝으로 동포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모두 달성하여 구시대 낡은 제도와 관습, 생각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한인사회를 여는 무술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기에…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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