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 진단보고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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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사회는 단체와 구성원인 회원 간의 유기적 관계가 있고, 다소 출신지역과 동우회 중심으로 쏠리는 경향이 짙다. 이는 단체의 목적보다 인간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비영리단체들은 그나마 형식을 표방하는 기본적 목적아래 지금까지 운영해 왔지만, 운영비와 기부금으로 마련되는 창구에 빠져 온갖 방안을 강구한다지만 결국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채 허우적거린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처럼, 간혹 공적자금인 기부금을 처리할 때면,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현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처럼 가족들과 연말행사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들을 자주 접하는데, 그 이유는 공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몰염치족들의 활개현장 때문이다.
파티의 목적과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찾으려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꼭 무엇인가를 집으로 가져오고 싶어 흥겨웠던 파티는 관심 밖이다.
휴스턴한인회와 KCC를 통합하는 진정한 의미가 한인회관의 소유권이나 기득권의 목적물이 되어선 곤란하다. 휴스턴한인회관이 우리의 힘으로 건립되어졌다는 자긍심은 잊은 채, 그리고 ‘집 없는 서러움’을 겪던 시절을 망각한 일련의 행위는 버려야 한다.
별로 영양가 없는 ‘소유권 일원화를 위한 통합’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편으로 나눠진 한인사회의 구조자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역력히 드러나는 불안감과 불신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옛 시조 중에 “일신이 살자 하니 물 것 겨워 못 살리로다… 그 중에 차마 못 견딜 손 오뉴월 복더위에 쇠파린가 하노라”라고 읊조렸던 시조 한편이 있는데, 공동체를 위한 교훈을 담고 있다.
시조의 ‘물 것’이란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재산, 물욕, 사람을 뜻한다. 사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자동적으로 붙어오는 것이 세금이다. 자신이 당연히 지불한 세금이지만 주변인들의 불평과 불만투성은 무엇 때문인가. 술과 담배에는 각종 세금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기행복 추구권>을 제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삼가야 한다.
단체장은 세금과 기부금을 납부하면서도 ‘오뉴월 복더위 쇠파리’로 인식되어지는 현실을 타파할 무언가를 당당히 제시해야 한다. 행사준비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은 사실 행사에 사용되는 각종 부대비용 중 증정용 선물 구입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탄한다. 올바른 재정관리 방법과 경험, 적절한 인력, 프로그램을 교육받지 못한 나머지, 그저 답습수준으로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전례방식에 의존하는 수준이 이민사회의 현주소이다.
단체운영비는 줄에 달린 곶감이 아니다. 모금이나 예산집행에 있어서 적합한 시스템, 적절한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타임라인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영리단체는 그러한 지식과 자원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체계적인 관리 없이 운영되다보니 단체장들은 허둥대기가 일쑤이다. 충분한 조직운영 경험이 없는 경우 자신의 주머니에서 많은 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책임지게 된다.
혹시 우리 한인사회가 단체장을 두고 “누가하던지 돈만 척척 기부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결과는 곧바로 비영리단체가 운영비를 심각하게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단체의 운영예산을 실질적으로 마련할 때, 예산을 세울 때,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신임 회장을 발굴할 때 부족한 인재와 예산, 단체의 능력이 확연히 외부에 드러나게 된다.
결국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도자 자격’의 기준을 뛰어넘지 못한 채 억지춘향 식으로 단체장으로 추대되거나 선출되는 경우, 조직의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단체의 수요를 위해 기부자들과 확신에 찬 소통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자신이 기부한 돈이 단지 단체의 운영비에 사용되길 원치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결국 운영비 마련에 급급한 나머지 재원조달능력(?)이 있는 사람이 단체장에 해당된다고 믿고 있어 사실 안타깝다.
이제부터라도 미래의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이끌어갈 지도자를 비상임, 무보수가 아니라 적절한 보수를 지불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부자와 단체는 성공의 개념과 성공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의논할 필요가 있다. 기부자와 단체는 이를 토대로 하나의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한번 살펴보자. 허리케인 하비 재난기금운영위원회가 무슨 법적조치에 따라 만든 정식단체가 아니었다. 재난구조에 따라 급조된 위원회였다.
다만 명확한 재정관리를 위한 목적(?) 외에는 그 어떠한 권한도 없었다. 위원회에 참석한 구성원들 누구 하나 어떤 서약과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1등, 먼저 본 사람이 임자, 확인절차나 사후 명단공개조차 하지 못하며 그렇게 마무리 지었고,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마감이후 요구되는 추가접수자들을 예측하지 못한 불만은 해소되었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남겨졌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 기금과 관련된 모든 진행사항과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분싸움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기부자의 명단은 버젓이 공개하고 수해자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는 까닭이 개인 신상 비공개 원칙이라고 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무슨 형사 피해자도 아니고, 각처에서 보내온 기부금을 받은 사람들은 기부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밝혀야 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반드시 감사의 마음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 듯하다. 이름뿐인 위원회, 책임지지 못하고, 정작 법적 문제에 봉착하면 가장 빨리 꼬리를 내릴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의식의 부재는 결국 비영리단체와 기부자 양쪽에게 반드시 제공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의 중심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부자와 단체는 서로의 입장이 반대라 할지라도 각각의 입장을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간단한 개념은 사실상 힘의 불균형이 내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끌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운영비용(운영기간, 보고를 위해 필요한 서류들 그리고 다른 장애물들을 모두 포함하여 기금을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비영리단체가 전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비용)은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처럼, 진실한 기부자-단체 간 파트너십에도 상호신뢰, 상호존중 그리고 진실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한인사회는 기부자-단체관계에서 상호신뢰, 조정은 어려운 과정이며, 심지어 반대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등 오히려 문제점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점점 줄어드는 기부행렬이 곧 끝을 보게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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