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설문조사? “개발계획 향방”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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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조성’의 필요성에 이견이 없다면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개발계획의 향방을 불문하고 이슈화되었을 때 한인동포들이 단합하여 힘을 모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반론과 의심과 구구절절 토를 다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코리안저널>이 주장했다.
<코리안저널>은 지난 1일자 신문에서 “코리아타운추진위원회가 전격 구성됐다”고 밝히고, 일본계 조경건축회사 SWA가 코리아타운추진위원회를 통해 요청한 설문조사에 ‘반론’을 제기하지 말고 ‘의심’도 하지 말며, 구구절절 ‘토’를 달지 말고 ‘닥치고’ 응답하라는 식으로 요구했다. <코리안저널>은 또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개발계획의 향방을 불문”하고 설문조사에 힘을 모으라고 동포들에게 요구했다. <코리안저널>이 이 같이 요구한 이유는 SWA가 실시한 설문조사로 “롱포인트 ‘확’ 달라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리아타운추진위원회?
<코리안저널>은 지난달 25일(토) ‘코리아타운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구성됐다며 최종우 오송전통문화원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심완성 KASH 이사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사실 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사실은 심완성 KASH 이사장이 개설한 ‘단톡방’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일) 개설된 위원회 단톡방에는 현재 기자 5명을 포함해 11명이 초대됐다. 위원회는 이 단톡방에서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코리안저널>의 주장대로 SWA가 수주한 롱포인트개발프로젝트가 코리아타운 조성에 도움이 된다면 위원회는 ‘카톡’에서 만들어질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한인이 참여하는 범 동포기구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범 동포기구가 어렵다면 적어도 롱포인트도로 주변의 한인 건물주와 한인 비즈니스가 참여하는 가운데 위원회가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리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선출되었어야 한다.
<코리안저널>의 주장과 같이 코리아타운 조성사업은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개발계획의 향방을 불문”하고 무조건 따라야하는 그런 성격이 사업이 아니다. 롱포인트프로젝트가 추진하는 “개발계획의 향방”은 코리아타운에 부동산이 있고 비즈니스가 있는 한인들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희망고문”
코리아타운 조성사업을 동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먼저 위원회가 추진하려는 “한글 거리”와 휴스턴 코리아타운에 한글도로표지판을 설치하는 사업은 스프링브랜치경영지구(SBMD)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SWA에 롱포인트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등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스프링브랜치경영지구(SBMD) 이사회에는 단 1명의 한인도 이사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위원회가 희망하는 ‘한글도로’ 사업은 휴스턴시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휴스턴 동포사회가 지난 1999년 휴스턴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코리아타운 프로젝트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휴스턴 코리아타운에 지역구가 있는 시의원과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문제를 제기하는 휴스턴 주류언론의 집중보도로 당시 프로젝트가 좌절된 적이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동포들 중에는 한인들이 이 일로 한동안 지역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다고 말하는 동포들도 있다.
따라서 ‘한글도로표지판’을 ‘희망’하며 위원회가 SWA의 요청으로 동포들에게 적극적 참여를 요청하는 설문조사는 동포사회에 제2의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SWA는 설문지 7번 문항 지역개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는데, 위원회는 이 질문에 문화행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SWA는 또 8번째 질문에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서로 다른 언어가 사용되는 스프링브랜치 지역의 롱포인트도로를 다시 디자인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원회는 여러 언어로 도로표지판을 설치해달라는 항목에 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문조사는 무기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부가 독일 이민자로 이곳에 정착한 지역주민이 응답했는지, 히스패닉 이민자가 응답했는지, 혹은 한인이 응답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러 언어로 도로표지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도 이 요청이 히스패닉의 요청인지 베트남인의 아니면 한인의 요청인지 SWA가 특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역지사지 해보자”
코리아타운추진위원회와 SWA가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반론과 의심과 구구절절 토를 다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코리안저널>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동포들도 있다.
A씨는 차이나타운이나 베트남타운에 갔을 때 중국어와 베트남어 도로표지판을 보고는 부러워 휴스턴 코리아타운에도 한글표지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며 혹시 사업이 시작돼도 ‘역지사지’하는 심정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A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중국인들 몇 명이 들어와 식당 등 비즈니스 몇 개 열어놓고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면서 동내 도로표지판도 중국어로 병기하겠다고 나선다면 휴스턴 한인들 중 몇 명이나 환영할지 모르겠다며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휴스턴 코리아타운이 있는 스프링브랜치에는 중상층 주민이 대거 이주해 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기존의 주택을 허물고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주택을 신축하고 있다. 그런데 A씨의 지적대로 이들 주민들 중 얼마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도로에 한글표지판이 설치되는 것을 찬성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더욱이 휴스턴 코리아타운, 특히 스프링프랜치 지역에는 부동산을 소유한 한인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이 지역 전체 비즈니스 중에 한인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동포사회가 한글표지판을 설치한다고 나섰을 때 얼마나 호응할지도 알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라도 “향후 개발계획의 향방을 불문”하고 무조건 SWA의 프로젝트나 위원회의 요청에 따르라는 것은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신문’ <코메리카포스트>는 “반론과 의심과 구구절절 토를 다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코리안저널>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구구절절 토를 달았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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