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휴스턴 한인사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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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휴스턴 한인회에서 자문위원을 거쳐 이사회 부이사장을 역임해왔다. 그동안 10년 넘게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를 개인적으로 운영해 오면서 무엇이 이민사회를 건강하고 건전하게 유지 발전을 할 것인가 고민하였다. 물론 생업과 병행하며 연구하고, 지역 신문사를 통해 가끔 칼럼형식을 통해 소견을 피력해보았다.
또한 각 기관 및 단체에서 실시하는 행사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단체장과 임원들, 그리고 봉사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특히 지역 원로, 선배들의 생생한 초기 휴스턴 이민역사를 직접 듣게 될 때면 지난날 그들이 동포사회에 쏟은 열정에 감사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곤 했다.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래서 다른 도시를 방문할 때면 휴스턴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휴스턴 자랑에 빠지기도 했다.
잠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정작 휴스턴을 리드하는 단체장과 지도자들이 과연 휴스턴 한인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는지, 회의 때나 각종 행사에서 그들의 공식적인 인사말을 통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개중에 덕담 차원에서 휴스턴의 장점을 얘기하는 단체장이 있었고, 이민사회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충고를 해준 원로 분들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휴스턴 한인사회가 자랑스럽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기억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난해와 올해 초 한인회관을 방문한 마크 혼다 의원 (캘리포니아) 의 말이었다. 2007년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위안부결의안을 제출한 민주당의 마이크 혼다 의원.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존재를 인정하고 이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우리민족의 한을 풀어준 사람이었다. 그가 이곳을 방문하여 “휴스턴은 정말 멋진 곳이다. 그런데 정작 휴스턴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라고 후원금 모금파티에서 웃으며 말했다.
혼다 의원은 의회에서 우리의 근대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한국인을 대신하여 자신이 태어난 일본의 만행을 역사 앞에 사죄케 한 고마운 분이었다.
그의 그러한 정치적 행보와 업적을 통해 70여 년 전 초기 이민사회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고 내겐 큰 감동이었다. 재선을 위해 지역 원로들이 삽시간 자발적으로 모여 뜻있는 정치후원금을 두 차례나 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휴스턴 한인들은 그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캘리포니아 지역구 의원이? 특히 일본인이?
지난 100년이라는 이민역사를 통해 어느 누구하나 관심조차 없었던 일이 아니었나. 정치의 본질과 목적은 고사하고 오히려 간첩사건에 연루된 아픈 기억밖엔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정치력 신장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휴스턴으로 이민 온 나 역시 20년 동안 이민사회는 커녕 미국의 한인역사를 제대로 듣거나 본 적이 없었다. 여러 지역 선후배들로부터 듣게 된 한인사회의 역사는 그저 수박 겉핥기식이었고, 자기자랑식의 영웅담인 ‘이민초기 사기당한 일, 그리고 자녀들의 유명대학 진학 등등…’ 이것이 고작이었다.
휴스턴 한인이민역사는 50년 전을 기점으로 시대별로 나열된 자료집이 한 권 있지만 이 역시 소수를 대상으로 열거한 인물중심의 다큐멘터리식이어서 이민문화와 동포사회의 본질을 연구하기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하려 했으나 초기 1세대 이민사회의 증인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연로한 까닭에 확인의 폭이 줄어들었다.
아직까지도 휴스턴 한인사회를 잘 알고 동포들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줄 안다. 그런데 이민 역사의 가치가 담겨있는 휴스턴 한인사회를 혼다 의원 때문에 제대로 알게 됐으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스턴 사람들이 휴스턴엔 갈 곳이 없다고 하는데, 왜 갈 곳이 없냐. 갈 곳이 너무 많은 멋진 곳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휴스턴으로 이사 온 지 10년이 된 A씨. 휴스턴으로 이사 올 무렵 A씨는 10번 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내가 살 휴스턴은 로스앤젤레스와 달리 인심이 후한 멋진 곳이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특히 A씨는 “바다가 보고 싶으면 갈베스톤 바다에 간다고 했고 주말이나 휴일 집에서 1시간이면 바다낚시도 할 수 있는 멋진 도시”라고 했다.
달라스에서 휴스턴으로 이사 온 B씨. 그는 휴스턴의 교통망을 너무 좋아한다. 그는 매일아침 자동차로 출근하고 있는데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더라도 도착 시간대가 비슷한 게 너무 신기하다. 타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달라스의 도로망과 비교할 때 휴스턴은 정말 좋다. 타 도시 교통체증을 겪어봐야 휴스턴이 얼마나 쾌적한 도시인지 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휴스턴은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을 토박이보다는 외지에서 살아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듣는 이유가 뭘까. 내가 내린 답은 ‘늘 가까이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을 되새기면서 내 주변 휴스턴 동포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휴스턴에서 살다보니 휴스턴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지낸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 그러므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상에 더욱 고마워하라.”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의 휴스턴 예찬론자인 K선배가 했던 말도 되새겨본다. “휴스턴 사람이 휴스턴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한인사회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한식당이 새로 오픈하면 찾아가 우리 이민자들을 위해 한국 음식점을 열어준 주인에게 감사하다고 전하며 종업원들에게 팁도 두둑하게 준다”고 말했다.
휴스턴 사랑, 한인사회 사랑!
얼마 전 5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휴스턴 에스트로즈 야구팀을 미 전역의 야구팬들이 부러워하는 지금 우리가 휴스턴 한인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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