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없나요?” 휴스턴 한인단체들, 회장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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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맡아 주실 분 안계신가요?”
휴스턴 한인단체들이 회장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장 구인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가 휴스턴한인회다.
제31대 휴스턴한인회장 선출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됐고, 신문공고라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제31대 휴스턴한인회장을 찾았지만, 후보등록 마감시각이었던 10월25일(수) 오후 3시까지 제31대 휴스턴한인회장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휴스턴한인회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을 ‘추천’ 내지는 ‘추대’ 형식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추천받거나 추대하려는 인사들 대부분이 손사래 치며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구인난에 시달리는 단체는 휴스턴한인회뿐만이 아니다. 휴스턴대한체육회도 여전과 달리 신문에 공고까지 내며 회장을 찾았지만, 결국 회장을 하겠다며 등록하는 후보자는 없었다. 체육회도 결국 이사회에서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체육회도 당분간 회장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회와 체육회 외에도 일부 다른 한인단체들은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현 회장이 계속 회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들 회장들은 ‘어떻게든 단체는 유지시켜야 한다’는 회원들의 호소로 등 떠밀려 억지로 회장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어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회원들도 회장 구인난이라는 사정을 알기 때문에 단체 일에 두 손 놓고 있어도 뭐라고 말하지 못한다.

욕먹는 자리라서(?)
휴스턴의 한인단체들이 회장 구인난을 겪는 이유는 ‘회장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자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직 단체장 A씨는 자기 돈까지 써가며 바쁜 시간 쪼개 자원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고 회장을 맡았는데,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저래서 불만인 사람들이 앞에서 뒤에서 불평하는데 누가 나가겠냐고 반문했다. 상궤에서 벗어나는 않는 한 회장에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사소한 일 하나라도 트집을 잡으려는 태도에 지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 B씨는 단체 일을 하다보면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어차피 동포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온 만큼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칭찬 받겠다고 회장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겠다고 회장을 맡은 것 아니냐며 회장 직을 맡다보면 칭찬도 받겠지만, 욕먹을 일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B씨는 욕먹는게 싫어서 회장을 맡으려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단체들이 회장 구인난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대변화?
1세대가 단체를 이끌 때는 지금처럼 회장 구인난을 겪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물론 중도에 회장이 사퇴하고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단체들이 있었지만 휴스턴의 대부분 한인단체들은 지금까지 무난하게 회장 체제로 운영돼 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휴스턴 한인단체들이 회장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전에 단체를 조직하고 또 그 단체를 이끌어 왔던 1세대 중에는 가정, 어느 때는 사업보다도 단체 활동에 더 많을 시간을 할애하는 단체장들도 있었다. 동포사회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사회활동에 열과성을 다한 이런 회장들 덕분에 단체가 발전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요즈음은 시대는 가정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역에서 은퇴하는 정치인들 중에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등 ‘가정’을 이유로 드는 정치인들이 있다. 단체장도 마찬가지다. 휴스턴한인회장에 출마하라고 ‘성화’에 가까울 만큼 추천을 받고 있는 단체장 C씨는 ‘이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로 회장 추천을 고사했다.
1세대 단체장들 대부분이 이제는 은퇴하는 연령인 만큼, 옛날처럼 단체 활동에 열정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0~50대가 회장 직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40~50대는 먹고살기 가장 바쁜 연령대다. 벌어놓은 재산이 많다면 회장으로 활동하는데 다소 여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든가 하던 사업을 키워나가는데 여념이 없는 나이다. 그러다보니 회장 직 제의가 와도 고사할 수밖에 없다.

회장, 나타나지 않으면?
어느 한인단체든 앞으로 회장 구인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한인회와 휴스턴대한체육회 등의 단체들은 회장 모시기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회장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D씨는 “하기 싫다는데 왜 억지로 시키려고 하느냐”며 “휴스턴한인회가 없다고 휴스턴 한인사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씨는 그래도 한인회장은 있어야 한다며 이번 허리케인 하비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내외적으로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있어야 하고 그 단체의 회장이 있어야 한다며 주장했다.
회장이 “필요 없다”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고 회장 구인난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도 여전히 동포사회에 회장은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회장이라는 대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동포들은 많지만, 정작 그 회장 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후보자는 없어 정말 이러나 단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스턴한인회 이사회는 과연 제31대 휴스턴한인회장을 찾아낼 수 있을까? 휴스턴대한체육회는 차기 체육회장을 구할 수 있을까?
동포사회가 이번에 휴스턴한인회장과 휴스턴대한체육회장을 ‘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앞으로 회장 구인난이 더욱 심화될지 아니면 완화될지 가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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