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휴스턴한인천주교회, 가을축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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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이상일)에서 지난 5일(일) 빈대떡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휴스턴한인천주교회(이하 천주교회) 뒷마당에서 나오는 빈대떡 부치는 고소한 냄새는 휴스턴 동포사회에도 비로소 가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가을의 전령이기도 하다.
천주교회가 지난 5일 ‘가을축제’를 열었다. 천주교회의 가을축제에는 시골장터를 연상케 하는 ‘한마음장터’가 열린다. ‘한마음장터’에서는 정성으로 담근 된장과 밑반찬부터 수수지짐, 만두·동그랑땡전, 꼬치불고기, 김밥, 튀김, 빈대떡, 수육·보쌈·순대, 장터국수와 어묵, 떡볶이와 붕어빵, 그리고 냉커피까지 군침 돌게 하는 먹을거리 좌판이 펼쳐진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서로 사발을 부딪치며 막걸리잔치도 벌어진다. 막걸리 부스에서는 “올해 막걸리 200병을 준비했다”며 “지난해 막걸리기 일찍 동났는데, 올해도 손님이 많아 일찍 판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걱정(?)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막걸리집 옆에선 순대를 써는 아낙네들의 “깔깔~ 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장 아낙네는 지난해 직접 순대를 요리했는데, 올해는 허리케인 하비 때문에 경황이 없어 직접 순대를 만들어오지 못했다며 ‘미안한’ 기색이다.
허리케인 하비가 지난 8월말 휴스턴에 비포탄을 투하하면서 수천채의 집이 빗물에 잠겼다. 휴스턴 한인동포들 중에도 침수피해를 입은 동포들이 다수 있다. 그래서 천주교회는 이번 가을축제를 예년과 같이 치러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회 교인들 중에도 20여 가구 가까이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천주교회는 허리케인 하비에 기죽지 않고 더 고소하고 맛있고 신나는 가을축제를 준비했다.
천주교회는 가을축제로 허리케인 하비로 수해를 입은 동포들을 위로하고 ‘한마음장터’ 등에서 나온 수익금은 하비구호성금을 사용해 수해로 낙담하고 있는 동포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날 이상일 주임신부는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이 한국(남한)보도 99배, 텍사스주는 한국보다 7배 커서 그런지 지난 8월말 텍사스에 머물던 하비 태풍은 한국의 태풍과는 달리 휴스턴에 엄천난 피해를 주었다”며 “지난 33년간 매년 가을이면 고국의 향수를 조금이라도 느끼시게 해드렸던 천주교회의 가을축제를 올해는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사랑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모든 수익금을 그분들을 위해서 쓰기 위해 다른 해보더 더 정성껏 준비했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강원웅(돈보스코) 사목회장도 “올해는 허리케인 하비로 모두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며, 위로하고, 다시 일어나 보다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사목회장은 또 “휴스턴은 역시 활기차고 살만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며 웃음을 되찾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의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오늘 여러분의 가슴에 저희의 정성을 가득 담아 우리의 맛, 우리의 노래, 흥, 그리고 작은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며 휴스턴 한인동포들을 ‘가을축제’에 초대했다.

노래하는 신부님
청소하는 사목회장
휴스턴한인농악단의 신나는 농악으로 막을 연 천주교회의 가을축제는 코리아예술단의 아름다운 고전무용이 무대에 올랐고, 쿠퍼필드태권도장의 관원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이어서 이상일 신부가 가을축제의 개막을 선언한 후 노래를 선사했다. 이날 이상일 신부는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남아~”라는 가수 조용필의 허공을 열창하며 허리케인 하비로 기죽은 동포들의 기를 팍~팍~ 살렸다.

신부님의 기를 살리를 노래에 청년 마술사 카터 블랙번도 신기하는 신나는 마술을 공연했다. 이어서 그룹사운드 가온누리의 공연과 노래자랑 순서가 진행됐다.
체육관에서 신나는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한마음장터’에서는 여전히 손님을 호객(?)하는 구수한 냄새가 퍼져 나왔고, 장터입구에서는 꼬마 상인들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호객에 가세했다.
이때 강원웅 사목회장은 한손에 빗자루, 다른 한손엔 쓰레받이를 들고 장터 구석구석을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주님 안에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한 천주교회의 가을축제는 또 다시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양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