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 날줄로 얽힌 이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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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민사회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있다. 저마다 고유의 활동영역을 갖고, 나름 자부심과 긍지를 지닌 채 활동해 왔다.
갑작스레 ‘한인사회를 이끌 지도자가 없나?’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은 차기 한인회장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음에 관해서다.
별로 관심 없는 대표자 얘기를 꺼낸 것은 이민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토로하기 위함인데 ‘누구는 이런저런 이유에서 안 되고, 누가하면 잘할 수 있다’는 설왕설래는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 한인사회의 대표자는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기에 어느 특정인만으론 어림도 없다.
이민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사안들을 잘 의논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고 반드시 결과물을 제시해야하는 힘든 일을 하기에 결코 가볍게 나서서도, 뒷걸음치며 나 몰라라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한민족이다. 이민 100년사를 통해 성실하고 굳건한 한인의 표상을 이민1세대 선배들로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뿌리내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까지도 구시대적 습관에 얽매어 시시비비,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좋은 생각이 있어야 건전한 사회가 형성된다. 각자의 다른 의견이 있다면 토의와 논의를 거쳐 종합적인 여론을 수집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되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매스컴을 통해 자주 거론되는 ‘내로남불’식의 소수집단세력의 비아냥거림과 터부시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휴스턴 한인회관을 둘러싼 나쁜 소문이 해가 거듭될수록 단골메뉴로 나오는 것과 한인회장이 누가되는가에 따라 한인사회의 전체방향이 모색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의 한인회가 추진했던 사업이 옳고 바른 것이었다면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집을 불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들어 한인회장 후보자를 거명하면서 나를 포함시켰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화를 내었어야 하나? 나를 아는 몇, 몇 분이 인사치례로 해준 말이었지만 ‘착각은 잠시’로 나 자신의 자리로 빨리 돌아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인사회도 변화에 발 맞춰 진화해야 한다. 정식회원 하나 없는 이름뿐인 한인회도 이제 한인회 정회원 등록제를 모색해야 한다. 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듯이 매년 약정된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한 예로, 한인회장이 되면 임기 중 돈이 얼마나 지출될까?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 규정대로라면 등록비 2만불과 매년 펼쳐지는 여러 단체가 준비하는 행사에 참석하여 축사와 함께 답지해야 하는 축의금 역시 1만불이 넘는다. 공식적인 것 외에도 개인적인 기부금 역시 1만불이 넘는다. 이렇게 볼 때 회장 임기 2년 동안 자부담 액수가 최소한 5만불이 넘다보니 어지간해서는 회장으로 나서길 꺼린다.
그렇다고 칭찬은커녕 욕 안 얻어먹으면 다행이다. 도대체 봉사하겠다고 나선 특정인을 두고 왜 으르렁 거리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현상은 화투놀이를 즐겨하는 우리네 민족성처럼 다분히 문제가 있다. 고스톱을 지켜보면 상대가 못 이기도록 여러 가지 룰을 만들어 놓고 있다. 결국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이긴다는 형식은 무척 잘못된 것이다. 놀이가 아니라 사생결투이다. 전쟁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소신과 주변인들의 협력을 통해, 한인사회가 풀어가야 할 대의적인 명제와 이념을 구축해야 함에도 무조건적인 상대비하 발언이나 내가 아니면,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폄하하는 한 발전은커녕 관심조차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인사회의 올바른 분위기가 정착될까? 차기 한인회장에 나설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가?
최근 들어 가까운 달라스 역시 우리와 같은 현상이다. 회장 직을 수행하려고 하면 딴죽을 건 세력이 많아서 지례 겁을 먹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수년간 휴스턴한인사회와 이민사회를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제도상의 문제점이 있다. 너무 많은 단체들이 구성되어 그 회원이 그 회원이다. 즉 회원의 중복성이다.
둘째, 회원들의 고령화이다. 고령화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경험이 넘치기에 세대교체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잔소리기가 너무 심하다는 말이다.
셋째, 한인동포들의 업종이다. 동일한 업종에 집중적으로 몰려있기에 상호 협력적이기 보다는 경쟁만 치열하다. 해서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정보의 교환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붐에 의존한 경우가 많다. “누가 돈을 좀 벌었다더라”하면 그 다음날이면 우후죽순처럼 같은 비즈니스를 오픈한다.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같이 먹고 삽시다”처럼 황당한 말은 없다. 정이 넘치고 그럴싸한 말처럼 들리나 실상은 죽이고 싶도록 미움이 가득한 말이 아닌가.
남다른 소유욕이 많은 민족이기에 곧 죽어도 ‘사장’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자존심이 넘친 기이현상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특히 한인사회가 타민족과 경쟁구도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끼리 경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므로 휴스턴 한인회장은 주류사회와 타민족과의 협력과 잦은 교류를 통해 우리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인동포들은 한인회의 정회원으로써의 의무를 다하고, 회장단들은 등록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굳건한 한인들의 위상이 정립될 것이다.
말은 쉽지만 힘겨운 일임이 분명하다.
심지어 타 단체들과 협력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한인회를 중심으로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결집시키는 일은 아마도 하늘의 별을 따는 일보다 어려운 하늘에 별 달기일 것이다.
차기 한인회장이 선출되고 행하는 모든 일에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동포들은 과거 한인회관 건립 시에 보여 온 똘똘 뭉친 마음과 열정을 상기시켜야 한다. 미래의 한인회는 일주 몇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형태가 아닌 회원들이 중심이 된 참여 한인회로 거듭나길 바라는 뜻에서 이 글을 썼다. 낡은 한인회 운영방식이 있다면 과감히 청산하고 좋은 지도자를 추천해서 더 진화될 한인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끝으로 동포사회에 구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차기 회장이 되든지 담 넘어 불구경하지 말고 같이 동참하길 바란다. 씨줄날줄로 얽힌 이민사회가 발전하려면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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