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인재까지 겹친 안타까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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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지구촌은 대지진, 산불, 허리케인, 토네이도, 쓰나미… 삶이 쑥대밭이 되어갔다.
몇 주 사이로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텍사스와 플로리다 일대를 강타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재난사태를 일으켰다. 각종 생활기반이 초토화됐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참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허리케인의 진행 방향을 예고하고 대피령을 발동하였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휴스턴 시장은 650만명 동시에 길거리로 나오면 제2의 재앙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집에 그냥 머물러 있으라’고 말했지만, 플로리다 주지사는 ‘허리케인이 상륙한 뒤에는 당국도 여러분을 지켜줄 수 없다’고 말했고, 마이애미 시장은 4개 카운티 주민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렸고 50만명 가량이 피난길에 올랐다.
태풍이 지나간 지금, 과연 누구의 판단이 옳은지를 논의하기 전에 미국인들의 질서에 높은 평가를 주는 반면, 이때를 틈타 대피하지 않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약탈자로 돌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재를 만들었다.
감시카메라와 일반인, 방송국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물이 SNS에 고스란히 남아 앞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치안의 허점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
과연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정전이 된 시점에 가전제품과 신발, 가발, 화장품 등을 훔치는 범죄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것은 살기위한 생필품도 음식물도 아니었다.
따라서 경찰력과 공권력이 닿지 않는 비상상황에 상점주인들은 태풍을 폭동이나 폭탄으로 밖에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시간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허리케인 ‘하비’는 마치 ‘노아의 방주’를 ‘어마’는 로마군을 뒤로 한 채 애굽을 떠나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민족을 담은 영화 ‘십계’를 연출하는 듯 보였다.
이와 같이 성경적 역사인 “주검위에 독수리가 날아다니고…”가 현실로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혼란을 틈탄 범죄의 현장은 마치 밀림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의 세계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대탈출의 장면에서 식료품 가게의 생필품은 동이 나고 주유소마다 기름을 채우려는 차들로 장사진을 보였다.
현재까지 휴스턴 한인동포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최종 집계가 되면 허리케인 피해와 대량절도가 더해져 상당한 규모로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자연재해로 부서진 집은 새로 지을 수 있지만, 여러분의 생명은 어떻게 되돌릴 수 없다’는 정부당국자의 말이 어쩌면 지금의 사태를 정확히 꿰뚫어 본 촌철 살인적 표현일지도 모른다.
거의 10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우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한인동포들의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언제 복구될지 예측하기조차 힘든 상황임에도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재활의 용기를 잃지 말기를, 도움의 주는 손길 또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재난의 현장을 다녀간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생명은 비용으로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초강력 허리케인은 하필이면 인구 밀집지역인 도심들을 휩쓸었다.
성경적 해석과도 흡사한데 롯이 살던 소돔이 멸망했었다. 소돔은 당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이었고 요한계시록에 따르면 다가올 종말적 장소와 동일하다고 했다. ‘과도하고 무분별한 도시 확장으로 인한 2차 피해발생’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성경에 기록된바 종말의 현장이 너무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기에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미래상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재난의 시기를 맞이한 우리 모두는 너, 나할 것 없이 그동안 소원했던 이웃들과 좀 더 긴밀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가져야할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최영기/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