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리카포스트 시론]
뜨거운 감자···구호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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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대 남은 쌀까지 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너무 곤혹스러웠다.”
신창하 코리안커뮤니티센터(KCC) 이사장 등 인명구조대가 폭우 속에 목까지 차오르는 빗물을 헤쳐 가며 2층에 고립돼 구조를 요청하는 동포들에게 달려가던 시각 허리케인 하비 대피소가 마련된 휴스턴한인회관에는 몇몇 동포들이 구호품을 달라고 찾아왔다. 이들 동포들 중 어떤 이들은 물병 몇 팩, 라면 몇 박스, 그리고 쌀 몇 포대를 받고도 한포대 남아있던 쌀까지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미 몇 개씩 드렸으니 수재로 고통받는 또 다른 동포들도 생각해 달라’를 취지의 요청에 회관을 나선 이들은 얼마 후 상황실에 전화해 거칠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회관 주변에서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상황실에 항의전화를 걸었던 이의 이름만 확인될 뿐 연락처까지는 확보되지 않아 왜 항의했는지 이유를 물어볼 수는 없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상황실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구호품을 가져가기 위해 회관까지 왔다는 사실은 이곳저곳 다닐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는 것이고, 당시 H마트에서는 물과 라면, 쌀이 판매되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죽고 싶을 만큼 아파서 진통제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암 환자의 고통보다는 종이에 베인 자신의 손가락 상처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면 허리케인 하비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적성향이 드러날 수도 있다.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 지역에 50인치가 넘는 기록적인 비(雨)포탄을 투하하면서 300여 가구 이상의 휴스턴 한인동포들의 집이 침수돼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지에서 구호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휴스턴 한인동포사회에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동포들이 있다면 수해를 당한 동포를 걱정하는 한편,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답지하고 있는 허리케인 하비 구호성금은 자칫 동포사회를 분열시키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는 이 정도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구호성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왜 저 사람은 나보다 피해가 덜한데 구호성금은 똑같이 나누어주느냐’는 식의 불만을 갖는 동포들이 있다면 각지에서 휴스턴 동포사회에 보내온 온정은 또 다른 ‘재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만큼 아픈데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아프겠지’라는 측은지심(惻隱之心)과 ‘나는 괜찮으니 다른 동포를 더 도와주라’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있다면 구호성금은 ‘뜨거운 감자’가 아닌 동포사회가 재난을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희망과 화합’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구호성금을 모금하고 사용하고 배분하는 일을 맡은 허리케인 하비 수해대책위원회도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일처리로 구호성금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원회가 허리케인 하비 구호성금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거나 자칫 불미스러운 일까지 발생해 동포사회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면 그 책임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