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도시와 마른 도시 하비 강타 이후 ‘2개의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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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폭우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휴스턴 시가 물속에 잠긴지 1주일이 지난 지금은 두 개의 도시로 변했다. 한 쪽은 아직도 침수된 채 홍수 잔해로 뒤덮여 있는 도시이고, 다른 한 쪽은 태풍에도 별 피해가 없는 말쑥하게 마른 도시이다.
한 쪽은 아직도 물에 잠긴 채 거리마다 부서진 잔해물과 물에 젖어 못쓰게 된 소지품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다른 쪽은 도로 표지석의 젖은 자국이나 도로 위에 쌓인 모래 흔적, 희미한 침수 표시들을 제외하고는 폭풍우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휴스턴 시내 몬트로즈 지역 주민들은 1주일간 단수로 고생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피해 없이 지냈고, 노동절 휴일을 맞아 어린이들이 레모네이드주스 판매대를 만들어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음료를 팔고 있었다. 5살 아들을 데리고 음료를 팔던 새라 베크는 “우리는 운이 좋았다. 전기도 나가지 않았고 인터넷 조차 끊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어스틴에서 휴스턴까지 구조 자원봉사차 아들과 함께 차를 몰고 온 켈리 셔프스톨은 홍수지도를 따라 휴스턴의 길과 동네를 수없이 돌았지만 아무도 구조가 필요한 것 같지 않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고 돌아다닌 후에야 이들은 물에 젖은 도로를 발견했고 이어서 무릎 높이까지 침수된 동네에서 고무보트로 고립된 주민들을 태우고 나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청바지가 허리까지 젖은 크리스티안 카(17)는 고무 뗏목을 끌고 하이츠파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돌며 혹시 누군가 태우고 나올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고 있었다.
마른 도시 주민들은 음료를 팔고 돈을 모으는 것이 “생존자의 자책감” 같은 거라고 설명했다. 5세 딸과 함께 나온 에밀리 코비는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달러씩 구두상자에 넣었고 하루가 끝날 무렵 161달러를 모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많은 친구들이 물에 잠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청소와 새출발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왜 우리만 무사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었을까” 되물었다.
아이들도 스마일 마크와 “휴스턴 힘내”란 해시태그를 그려 손수 만든 광고지를 붙이고 레모네이드 판매에 나섰다.
휴스턴의 마른 지역에서는 커피숍, 레스토랑, 상점들이 며칠 만에 다시 문을 열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회곱하고 있다. 몬트로즈 식품마트에서 쇼핑하는 가족들, 물이 불어난 버팔로 베이유 둑을 따라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운동객들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 근처 고급 주택가는 침수되어 아직 1층 창문까지 물이 차 있다. 물에 잠긴 자기 집 앞에 있던 한 여성은 앞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려면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휴스턴 시내 다운타운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여기는 아직도 아수라장이다. 고난은 이제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브레이스 베이유 부근 주택의 주인들과 친지들, 자원봉사자들은 아직도 집안의 흠뻑 젖은 가구들을 며칠 째 도로변에 끌어내고 있으며 수리를 위해 집을 말리려고 마루판자와 벽들을 부숴서 뜯어내고 있는 중이다. 집 앞의 잔디밭 마다 평생동안 쌓인 가재도구와 이전의 좀 약한 홍수 이후로 새로 사들인 가구들이 물에 젖은 채 높이 쌓여있다.
저지대 피해주민들은 한 결 같이 멀지 않아 더 높은 고지대로 이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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