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또 달리는 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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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미모의 가수 Tish Hinojosa(티시 이노 호사)의 Donde Voy(돈데 보이)를 들으면 마음이 애잔하다. 멕시코 이민자들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애환의 노래는 음률을 타고 이민사회 공간에서 울음처럼 떠돌고 있다.
이민자의 꿈은 무엇일까? 그저 먹고사는 문제 와 자녀교육에 치중되지는 않은가? 아니면 별다른 목표 없이 하루하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노래 가운데 이러한 가사가 눈에 띈다.

La madrugada me ve corriendo
새벽녘, 날이 밝아오자 난 달리고 있죠

Bajo el cielo que va dando color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아래에서..

No salgas sol a nombrarme
태양이여,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A la fuerza de la immigraci?n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도록…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고통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난 한인이민 100년사는 차치하더라도 휴스턴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와 가장 친숙했던 이웃들이 바로 그들이다.
또한 우리 고유의 문화와 흡사한 구석이 너무도 많다. 좋은 손재주와 음악을 늘 곁에 두는 한 많은 민족성, 그리고 가족이라면 죽고 못 사는 열정 등이 그렇다.
현재 그들의 처지와 형편은 걱정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과연 이 땅에서 그들만 퇴출되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올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사회 곳곳에서 그들이 흘린 땀과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삶을 영위해 온 그들의 가슴 속에서 누구 못지않게 넘치는 사랑을 품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의 대부분은 사랑에 상처 받고 그리움이 대한 갈망이 혼합된 애증의 노래가 많다면, 멕시코 음악에서는 대부분 사랑을 표현한 가사가 차지한다.

Es mi alma que sufre de amor
(사랑으로 상처 받은 거에요)

Pienso en ti y en tus brazos que esperan
(난 당신과 당신의 품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회적 갈등과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위의 가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음 달이면 드디어 대대적인 이민단속을 시행한다고 정부가 밝혔다. 이미 어느 정도 예고한 일이지만,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정답은 없다. 시골산천을 떠나 도회지로 향했던 우리들도 결국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고, 삶의 제2 전성기를 위해 귀촌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풍토를 볼 때, 불법이민자들 역시 하루 속히 가족들의 안정과 배고픔에서 벗어나 영원한 희망의 터를 찾기를 소원 한다.
가끔 휴스턴 롱포인트를 지날 때 열명 남짓 공원에서 소일거리라도 하려고 뜨거운 태양아래 우두커니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말이라도 통하면 한번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전혀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식료품을 마련하려 한인마켓에 들어서면 진열대 코너에서 열심히 일하는 히스패닉을 만날 수 있다. 찾는 물품을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주며 만면의 미소를 짓는 그들은 축복 받은 이들이 분명하다.
기회의 땅, 이민자들의 천국이 미국이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희망을 찾아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던 이민 1세대들이 차츰 사라지고 이제 1.5세대들의 세상이 되어간다. 그들이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교육측면에서 조금 일찍 혜택을 받았던 탓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뿐이다.
바라건대, 그들을 혼자가 되게 버려두지 말자.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도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몇일 몇주 몇달이지나지 않아 곧 우리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가 점점 커져 큰 함성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웃이 보기 싫다고 모두 쫒아 버리면, 금방은 평온함이 올지 몰라도 결국 허전함, 공허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민자의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한인동포의 가슴은 저려오고 있을 것이다.
누가 그들을 위로 할 수 있을까. 신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저 도망자처럼 살아가는 것 외에는 해결방안이 없음이 아닌가.
노래의 끝에 메아리처럼 반복되어 들리는 가사는 우리 이민사회의 언저리에서 숨죽이며 살아
가는 이들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

Ad?nde voy, ad?nde voy(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가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불법이민자의 고되고 힘든 심경과 방황하는 이들의 처절한 애환과 정서가 녹아든 노래를 통해 우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소원컨대, 부디 그들이 들키지 않게 하소서! 조금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나 살아갈 시간을 허락해주소서! 단속경찰이나 이민국에 신고 되지 않도록 해주소서…

휴스턴이민문화연구소 최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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