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텍사스 출장경비지원 안해!”
텍사스와 진보 캘리포니아, 진영전쟁 중

0
1159

보수의 대명사 ‘텍사스’와 진보의 아이콘 ‘캘리포니아’가 진영전쟁을 벌이고 있다. 릭 패리 전 텍사스주지사가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공개적으로 캘리포니아 기업의 텍사스 이전을 요청하는 등 비즈니즈적 문제로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의 보수와 진보의 진영전쟁으로까지는 비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텍사스가 피난처도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것을 비롯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대한 조치로 캘리포니아가 텍사스로의 출장을 금지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제비어 베세라(Xavier Becerra) 캘리포니아법부장관은 지난주 캘리포니아의 모든 공무원들은 텍사스로 출장을 갈 수 없다는 내용의 금지령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의 공무원들이 주정부의 예산으로 텍사스로 출장을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텍사스로 출장을 와야겠다는 공무원들이 있으면 공금이 아닌 자비로 경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캘리포니아는 텍사스로의 공무원 출장금지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캔사스,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최근에는 앨라배마, 캔터기, 그리고 사우스다코타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출장금지조치를 내렸다.
캘리포니아법무부장관의 이 같이 출장금지조치는 내린 결정적 이유는 텍사스주의회가 텍사스 내 아동입양기관이 동성커플에게는 아동입양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때문이다. 텍사스의 이 같은 조치에 캘리포니아는 텍사스가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며 공무원에 대한 출장금지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국에서 거주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와 인구가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많은 텍사스 간의 보수·진보간 진영싸움은 캘리포니아가 텍사스에 대한 출장금지조치를 취하기 이틀 전에도 벌어졌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보험위원회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내의 모든 보험회사들에게 화석연료와 관련한 회사에 투자했는지 여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켄 팩슨 텍사스법무부장관이 캘리포니아 보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겠다며 격앙했다.
이 같은 해프닝이 있은 이틀 후 캘리포니아는 텍사스에 대한 출장금지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후 민주당 소속의 캘리포니아 주상원의원 한명은 지난주 달라스에서 열린 ‘전국라티노정치인협회’에 참가했는데, 여행경비는 모든 경비는 사비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보트 “캘리포니아化 막아야”
캘리포니아가 자주 공무원들에 대해 텍사스 출장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그랙 애보트 텍사스주지사 측에서는 캘리포니아는 공무원의 텍사스 출장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높은 세금과 과도한 규제로 캘리포니아의 기업들이 텍사스로 이전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캘리포니아의 결정을 조롱했다.
애보트 주지사는 또 캘리포니아가 성소수자 정책 때문에 텍사스와 교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주 공무원에 대해 출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캘리포니아는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도 교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보트 주지사도 앞서서도 텍사스공공정책재단이 지난 1월 개최한 제13차 연례정책오리엔테이션에서 “텍사스가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하고, 석유시추를 규제하며, 나무 베어내기를 규제하는 등 캘리포니아화(化) 되어가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이것저것 가져다 누더기 규제를 만드는 것은 텍사스의 정체성을 갉아먹고 행위”라고 비난했다.
텍사스주의회도 캘리포니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금지하는 조치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도 있다. 실제로 러벅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공화당출신의 주하원의원 더스틴 버로우즈는 텍사스 공무원들의 캘리포니아 출장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유효투표수를 얻지 못해 폐기됐지만, 애보트 텍사스주지사의 소집명령으로 7월18일에 시작되는 특별회기에서 다시 표결에 부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출장금지조치 효과엔 반신반의
노스캐롤라이나가 성전환자의 화장실 사용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전미대학체육협회(NCAA)가 대학농구 플레이오프 경기장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경기를 관람하지 못한 농구팬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가 농구에 열광한다면 텍사스 주민들은 풋볼에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풋볼경기에 대한 열광은 캘리포니아도 결코 텍사스에 뒤지지 않는다. 만약 캘리포니아의 출장금지조치가 이어져 UCLA 등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이 경기를 위해 텍사스에 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 텍사스는 물론 캘리포니아의 대학풋볼 팬들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텍사스 도시들에서는 NCAA 플레이오프 등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고 있다. 2018년에는 샌안토니오에서 남자농구 준결승전이 열린다. 더욱이 알링턴에 위치한 AT&T 풋볼경기장은 대학풋볼 준결승 경기장을 자주 이용되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준결승에 올라야 걱정할 문제이지만, 당장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은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UC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텍사스에서 선수를 많이 선발하는데 출장금지조치로 캘리포니아의 대학 코치들이 텍사스에 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립대학도 주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코치도 공무원신분으로 텍사스 출장에 제약을 받는다.
오는 9월9일 어스틴 텍사스대학은 산호세주립대학과 풋볼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는 출장금지조치에 해당되지 않아 경기가 무리없이 진행된다. 이유는 올 1월1일 이전에 맺은 계약에 대해서는 출장금지조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텍사스는 이에 맞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