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자문기구 아닌, 민간단체 서포터스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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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7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제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지역회의(미국)'가 열린 가운데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05.17.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각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 한인사회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 사무처의 지도부가 바뀌고 있고, 국내외에서 이미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그간 해외에서도 잘 나간다는 한인들이 위원직을 했고, 그럼으로써 코리안 커뮤니티의 위상이나 구성원의 의식과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남겨 왔으므로,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호주 시드니에 살면서 전두환 정권 때 출발한 이 기구를 시초부터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거의 40년에 가까운 역사다.
두 가지에 대해서만 쓴다. 첫째는 이 기구의 공식 명칭 중 ‘자문(諮問)’이라는 말의 적절성이다. 자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개인이나 특정 기관에 의견을 물음’이다. 그럼 민주평통은 그간 정기적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전체 평통 회의나 각 지역 모임, 또는 다른 방식으로 그런 자문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 달리 말하면, 역대 정부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거나 수정한 적이 있나?
민주평통이 박수 부대, 거수기, 어용(御用)과 같은 외부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이며 수석 부의장, 사무처장을 포함 현재 알려진 대로 국내와 해외에 총 2만여 명의 위원이 있으며, 이 기구의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의 위임장을 받는 자리라면, 월급이 있든 없든 사실상 공무원의 자격 아닌가. 과거 실제를 보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그 외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교포들이 이 자리를 관직으로 생각하며 명함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빽’을 쓰는 인사도 있었다.
공무원의 1차 의무는 명령 복종이다.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자가 상관을 향해 무슨 쓴소리를 한단 말인가. 한다면 부드럽고 달콤한 자문밖에 할 수 없다. 정부에 예속되더라도 독립적 기능을 하도록 고안된 기구가 있긴 하다. 그러나 법규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든 한국의 정치사회 문화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정부의 예산을 쓰는 기구가 실제로 정부가 원하지 않는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비전문가의 자문?
또 다른 구조적 이유라 할까? 민주평통의 한계는 전문성이다. 어느 분야든 자문 역할을 하겠다면, 자문할 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위원들은 그럴 입지에 있지 못하다. 해외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극히 일부를 빼고는 지식산업과는 거리가 먼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남북관계에 대한 정보나 조사 면에서 본국에서 보다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민주평통 사업 계획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각 해외 지역 모임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 가르치고 업데이트하는 통일 정책과 안보 세미나다. 그런 위원들에게 무슨 자문을 구한다는 건가.
한국의 TV에 나와 한반도 문제를 논하는 인사들을 보면, 이 분야에 웬 전문가가 이렇게도 많은지 의아해진다. 한반도 평화, 통일, 안보 등의 이름으로 된 전략연구소, 연구원, 포럼, 센터, 재단, 일부 대학과 일부 언론사에 설립된 북한학과와 통일연구소 교수 및 언론인과 연구원들 말이다. 통일 정책에 대한 자문은 이들에게 구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나의 제안은 이 기구는 헌법기관으로서 자문 기구가 아니라, 민간단체로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서포터스 그룹(supporters group)’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민주평통과 관련해 자주 불거지는 쓸데없는 시비나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 또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서포터스는 원래 어떤 정책이나 운동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모임이나 단체이므로 거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탓할 사람은 없다.

우호적, 비우호적 인사
둘째로, 해외 각 지역 민주평통은 본국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이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 한인들은 대(代) 고국 정부 관계에서 일차적으로 한국을 대표해 나와 있는 외교 공관을 상대한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만들어진 민주평통은 국내에서야 물론 해외에서도 독재 정치의 방패막 역할을 했다. 오늘의 대사, 총영사들은 그런 방패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재임 기간 절대 관(官) 지향적인 지역의 민주평통을 울타리로 십분 활용하고 떠났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인은 정과 의리로 뭉쳐진 민족이 아닌가. 공관장들은 우호적인 민주평통과 다른 단체를 잘 챙기고 비우호적인 단체나 개인은 멀리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문제는 우호적·비우호적의 개념이고, 공관장 자리는 국가의 높은 녹(祿)을 받는 자리라는 점이다. 우호적인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우호적인 말만 듣고 돌아가는 건 나라를 위하는 게 아니다.
곧, 18기 민주평통 위원 인선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이 기구에 몸담게 될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를 숙고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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