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고개

미아리고개는 가요에도 나와 이 노래를 접하지 않은 어린 세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잘 알 것입니다. 노래로 접했던 이 고개를 실제로 지나들게 된 것은 정릉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중고등학교에 근무하게 되어서부터입니다. 미아리고개를 들어서 넘어가다 보면 왼편으로 점을 보는 점집의 간판들이 즐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앞에 넓은 평지가 북쪽으로 저 멀리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왠지 슬퍼보이는 고개이었습니다. 확인하지는 않았는데 당시에 슬픈 이미지를 벗기 위해 미아리고개 대신 개나리고개로 개명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고개를 소재로 한 가요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일명 뽕짝이라는 리듬으로 술을 드신 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중의 하나이기도 하였습니다. 콧소리가 잔뜩 든 여가수의 목소리로 ‘미이아리-이 눈물고개’하며 시작하는 노래는 어른들만의 노래였고 학생들에게는 터부시되어 학교에서 부르면 안되는 노래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참 비극적이며 슬픕니다.
1절: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뜨고 헤매일 때 / 당신은 철사줄로 두손 꽁꽁 묶인채로 / 뒤 돌아보고 또 돌아 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대사) 여보 ! 당신은 지금 어데서 무얼하고 계세요 / 어린 용구는 오늘밤도 아빠를 그리다가 / 이제 막 잠이 들었어요 동지섣달 기나긴 밤 /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 얼마나 / 고생을 하세요 /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부디 / 살아만 돌아 오세요 네 여보 ! 여보 !
2절: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 / 동지섣달 기나긴 밤 복풍한설 몰아 칠 때 / 당신은 감옥살이 그 얼마나 고생하오 /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 오소 / 울고 넘던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6월이 되면 현충일과 6.25 전쟁일을 맞이하게 되는데 저는 이 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6.25의 비극을 담은 이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래를 부르게 하였습니다. 미리 가사와 노래를 숙제로 부모님으로부터 배워오게 하여 가사의 내용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북으로 피납되는 사람들은 굴비처럼 굵은 철사줄로 손목이 줄줄이 묶여 움직일 때마다 살갗이 벗겨져 나갔을 것이고, 한 사람이 넘어지면 옆에 사람들도 그 무게만큼 손목의 철사줄로 살갗과 뼈에 고통을 받았을 것입니다. 맨발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 긴 행렬로 뼈가 드러나는 고통을 걸음마다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미아리고개 위에서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열하며 통곡하며 바라만 봐야하는 아내의 아픔 또한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넘어갔던 그 고개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긴 세월을 견뎌내야 하는 심정은 비록 직접 당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질 아픔일 것입니다.
제목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았습니다. 제목의 ‘단장(斷腸)’은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6월 25일 아침 조회시간에, 이 반, 저 반에서 울려 나오는 뽕짝 ‘단장의 미아리고개’노래소리에 당황해 하시는 교장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해 드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 숙제를 함께 한 부모들도 열심이었다는 학생들의 말도 기억납니다.
6.25가 다가옵니다.

강원웅, 전 휴스턴한인학교장 (wonysem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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