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등 도시들 “불체자 돕겠다” 나서
노스캐롤라이나 교회도 불체자에 피난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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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미비자 혹은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국의 이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직후부터 체포, 구금, 그리고 추방 위협에 노출되면서 하루하루 가시방석의 이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서류미비자 또는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이민자들은 타주에 이민자들에 비해 더욱 좌불안석이다. 텍사스주의회가 통과시키고 그렉 에보트 텍사스주지사가 서명한 ‘SB4’ 즉 피난도시금지법이 오는 9월1일(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피난도시금지법으로 불리는 SB4는 휴스턴 경찰국 등 지역 경찰이 “체류신분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SB4는 “체류신분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지 않다가 적발된 경찰관에게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재차 적발되면 벌금이 2만5000달러까지 올라가도록 했다. 더욱이 소속 경찰관이 “체류신분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막는 경찰국장이나 카운티셰리프는 A급 경범으로 제재받는다.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신호위반으로 경찰관의 단속에 걸린 불체자는 십중팔구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 체포된 불체자는 경우에 따라 추방까지 당할 수도 있다. 미국 체류기간이 길어 어린 자녀가 있는 불체자 가족에게 추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민자 특히 불체자들이 자신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여기는 일부 미국인들의 분노에 편승해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반이민 행보에 이민자 사회가 죽은 듯 숨죽이고 지내고 있지만, 시카고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서 불체자를 보호하고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휴스턴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시장은 SB4가 통과된 이후 휴스턴에 거주하는 불체자를 보호하거나 돕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아트 아세베도 휴스턴경찰국장은 불체자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언론에 밝혔다. 아세베도 휴스턴경찰국장은 SB4는 “범죄와의 전쟁에 치명적”이라며 SB4가 통과시키지 말 것을 텍사스 의회의원들에게 강력히 요구했지만, 에보트 텍사스주지사가 지난 7일(일) SB4에 서명한 이후 휘하 경찰관들이 이민자들에게 체류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카고, “우리는 하나”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2일(월)일자 기사에 시카고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다며 미국의 3대 도시인 시카고는 이민자를 적극 환영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는 현재 “하나의 시카고”라는 슬로건으로 시카고 200개 지역에 디지털 빌보드광고와 함께 전철 게시판, 신문 가판대, 그리고 라디오와 TV 방송을 통해 “여러분의 권리를 확인하십시오”라며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
시카고는 이민자들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시의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광고비는 전적으로 후원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불체자를 돕기 위해 시카고가 진행하는 사업에 돈을 내는 후원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시카고에는 약 30만명의 불체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시가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이민국에 협조하지마!”
캘리포니아에서도 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달 27일(토)자 인터넷기사에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이 일반 기업 등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트럼프의 피난처도시 금지명령에 협조하지 말 것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는 현재 불체자를 보호하기 위한 2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2개 중 하나의 법안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체류신분을 연방이민단속국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아파트 주인은 세입자의 체류신분을 이민단속국에 제공할 수 없다. 또 다른 법안은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도 이민단속국 직원을 직장으로 불러 직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들 2법안은 체포영장이나 소환장이 발부됐을 경우 아파트 주인이나 기업은 이민단속국 직원에 협조하는 것을 허락했다.

샌프란시스코 “변호사 제공”
샌프란시스코시는 추방 위기에 처한 불체자 가운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불체자에게 변호사를 제공해주기로 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지난달 26일(금) 보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샌프란시스코의 도시인구 약 3분이1이 이민자라고 소개하면서 이들 이민자들 가운데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해 추방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스트는 또 연방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소송의 약 40%가 변호사의 조력 없이 불체자 자신의 스스로 변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이민법 소송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사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관선변호인이 제공되지 않는다.
현재 뉴욕시와 알라미다카운티가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변호사 조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LA와 시카고도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법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텍사스 어스틴도 지난 2월 긴급예산을 편성해 불체자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캐롤라이나 교회 ‘피난처 제공’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느 한 교회가 추방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Think Progress’가 지난달 31일(수)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견디다 지난 24년 전 과테말라를 홀로 탈출해 미국에 온 후 난민신청 중에 있던 어느 한 여성이 고향에 남겨두고 온 자녀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과테말라를 방문했다가 불체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매년 이민국을 방문해 체류신분을 연장해 오던 이 여성은 최근 추방명령을 받자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이 여성은 교회로부터 숙식 등을 제공받으며 교회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여성의 남편은 미국 시민권자다. 자녀는 2명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다른 2명은 추방유예를 받았다.
퀘이커교단 소속의 교회에서 몸을 피한 이 여성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교회에 피난처를 마련한 불체자로서는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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