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vs “희망 고문”
시약 사용허가 놓고
텍사스의회 의료계와 대립

시약 사용허가를 놓고 텍사스 의료계와 정치계가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텍사스트리뷴이 23일(화)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텍사스주하원은 이번 달 초 제약회사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임상실험용으로 시약을 사용하도록 하가하는 법안(HB3236)을 142대 0으로 통과시켰다. 텍사스 의료계는 HB3236가 시행되면 제약회사와 엉터리 의사들이 환자와 그 가족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HB3236은 공화당 소속으로 칼리지스테이션에 지역구가 있는 카일 카칼(Kyle Kacal) 텍사스주하원의원이 발의했다. 카칼 주하원의원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사망했다며 자신이 발의한 HB3236은 제약회사로 하여금 환자들에 꼭 필요한 신약을 개발할 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이 시약을 접근할 수 있도록(accessible to everybody) 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시민들에게 체류신분을 요구하도록 강제하는 ‘반피난처도시법안’이나 성전환자가 성전환 후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할 없도록 금지하는 ‘화장실법안’ 등 여타 다른 법안들과 달리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텍사스 주하원을 통과한 HB3236은 현재 텍사스 주상원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HB3236을 발의한 카칼 주하원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텍사스 의료계에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휴스턴에서 면역질환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윌 데커(Will Decker) 박사는 “(HB3236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법안들 가운데 가장 추악하고 가장 부패하며 가장 사기성이 있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힐난하면서 “이 법안의 목적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한가지로, 그것은 환자들에게 ‘가짜 만병통치약’(snake oil)을 파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리뷴은 HB3236이 주의회에서 발의되기까지 텍사스에서 ‘시도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try)라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올해 특히 텍사스에서 논의가 활발했던 ‘시도 권리’는 미국 식약청(FDA)이 승인하지 않은 상태로 치유확률도 낮지만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시약을 말기 환자들이 시도해 보도록 허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도 권리’ 논의는 진보단체인 골드워터연구소(Goldwater Institute)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국 전국적으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미국의 35개 주에서는 HB3236와 유사한 법이 이미 통과됐다. 텍사스는 환자가 제약사의 시약을 구매하는 것을 금하는 유일한 주로 알려져 있다.
카칼 주하원의원은 대형 제약사들 중에는 자사가 개발하고 있는 시약을 환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어떤 시약은 가망이 없는 환자를 살리기도 한다며 자신이 발의한 HB3236은 중소 제약사도 환자에게 시약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FDA도 말기 환자가 제약회사의 시약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프로그램(STAT News)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는 환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1,900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텍사스주의회도 지난 2015년 ‘시도 권리’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FDA가 정한 1단계를 통과한 시약으로 제한했다. 1단계 시약은 약효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환자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시약이다.
텍사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줄기세포연구국제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의 셀리 템플(Sally Temple) 회장은 텍사스 주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HB3236은 제약회사들이 가망 없는 말기 환자들도 시약이 자신에게 맞으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지만, “제약회사들이 안전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는 약을 판매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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