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반피난처도시법안 시행 후
인구감소·불황·정치지형 변화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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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앞서 지난 2010년 지역 경찰에게 불법체류자(불체자) 체포권한을 부여한 애리조나는 이 법을 시행한지 2년 동안 컨벤션 취소와 관광객 감소로 약 4억9000만달러의 관광수입이 줄었고, 농업과 건축업계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리조나 주의회가 통과시킨 후 애리조나주지사의 서명으로 반피난처도시법안이 발효되면서 지역 경찰이 이민자 단속을 집행하기 시작하자 이민자단체는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애리조나 반피난처도시법안 대부분의 조항에 대해 시행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경찰이 주민에게 체류신분을 물을 수 있다는 조항은 시행해도 좋다고 결정했다. 연방대법원의 이날 결정은 텍사스가 반피난처도시법안을 제정하면서 경찰이 주민들에게 “이민서류 보여달라”는 등 체류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텍사스 반피난처도시법안은 애리조나 이후 미국 50개 주에게 제정된 반이민법안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텍사스는 경찰이 교통단속 시는 물론 대학교 캠퍼스에서도 이민서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찰국장이 이 법안의 집행을 거부하면 A급 범죄자로 다루고 감옥에 가야한다.
이 같은 법조항 때문에 시민단체는 이민자들에게 텍사스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휴스턴 지역일간지 휴스턴크로니클은 지난 14일(일)자 인터넷기사를 통해 반피난처도시법안을 실행한 이후 애리조나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소개했다.

20만명 애리조나 떠나
애리조나가 반피난처도시법안을 시행한 이후 7년여가 지나고 있다. 밥피난처도시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애리조나에 불체자가 크게 줄었다며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애리조나의 불체자가 40% 가까이 줄었는데,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주의회에서 반피난처도시법안을 발의했던 러셀 피어스 전 주상원의원은 경찰의 불체자 단속은 물론 경찰에 단속당할 수 있다는 ‘위협’ 그 자체만으로도 불체자 감소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어스 전 주상원의원은 새 모이통이 있는 한 새들은 또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며 새 모이통을 없애야 새들이 꼬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어스 전 주상원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후 실시된 주민소환투표에서 의원직을 잃은 최초의 주의원으로 기록됐다.
피어스 전 주상원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애리조나의 기업가들은 반피난처도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반피난처도시 이후 주민들이 음식, 옷, 개스 소비를 줄이고, 야구장도 찾지 않으며 축구 유니폼도 구입하지 않고 파티도 열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자 경영자들은 직원을 해고 하는 등 기업규모를 줄이는데, 이 같은 조치는 또 다른 불황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가 반피난처도시법안을 발효한 이후 총생산량이 2% 가까이 감소했다고 우려를 나타내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반피난처도시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불체자가 애리조나를 떠나면서 교육, 의료, 그리고 구치소 등에서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을 소유하든 아파트에 세들어 살든 불체자들도 재산세를 내고 있고, 특히 애리조나의 불체자는 공공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혜택을 받는 사람은 미국시민권자인 불체자 자녀들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컨벤션 등이 취소되면서 지난 2012년 여행업계에서만 7억52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4,200개의 일자리도 잃었다는 보고도 있다.
어느 한 철강조립회사 사장은 반피난처도시 이전에는 40여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현재 8명 밖에 없다며 공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장은 또 주문계약을 맞추기 위해 초과수당을 지급하며 겨우 꾸려나가고 있지만 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멕시코 공장에 하청 주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적 인식도 문제
휴스턴크로니클은 기사에서 애리조나는 히스패닉에 적대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문제라는 기업가들의 지적도 소개했다. 실례로 애리조나 피닉스시장으로부터 ‘시장 초청행사’에 초대받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시의 시장은 반피난처도시를 이유로 참석을 거절했다. 피닉스시장은 또 멕시코 도시들과의 무역증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애리조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피난처도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법을 통해 범죄가 줄었다며, 피닉스시도 지난 2012년까지 30여년 동안 범죄율이 가장 낮은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학자들은 범죄율이 떨어지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피닉스의 범죄율 감소를 반피난처도시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도시의 경찰국장들은 지역 경찰에게 체류신분을 묻는 등 이민자단속 권한이 주어지면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의 목격자가 제보를 꺼려 범인검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시카고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경찰이 체류신분을 확인할 경우 히스패닉 주민의 절반가량이 제보를 꺼려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반피난처도시법안 실행 이후 피닉스시의 범죄가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기위해 피닉스경찰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투산경찰국장은 그러나 경찰이 이민단속국직원들과 공조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투산경찰국장은 또 체류신분을 묻도록 요구하지만, 인종에 대한 표적단속과 어느 정도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을 금지하는 상충되는 법 때문에 경찰들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지 몰라 애를 먹도 있다고도 말했다.
투산경찰국장은 명확한 체계나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 경찰관 개인의 판단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현재 애리조나의 반피난처도시법안은 이민자들에게 ‘복불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 정치지형, 변화 가져올까
텍사스에서는 반피난처도시법안이 어떤 식으로 실행될지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세베도 휴스턴경찰국장은 경찰의 이민법 집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사람에게 이민서류를 요구하는 휴스턴 경찰이 소수에 그치길 바랄 뿐으로 이민자를 단속하는 경찰을 보면 “이봐 지원요청이 왔잖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자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텍사스의 정치지형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반피난처도시법안이 제정된 2010년 이후 약 40여만명의 라티노가 유권자로 등록했다. 이후 24명의 라티노 주의원이 선출됐고, 3명의 피닉시의원이 탄생했다.
여기에 반피난처도시법안을 가장 강력하게 실행했던 마리코파카운티 셰리프가 재선하지 못했고, 판사의 명령에 불복한 죄목으로 현재 연방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2010년 이후 애리조나에서 반이민법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텍사스도 애리조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동욱 기자